가수 임영웅이 14일 필리핀 아레나에서 열린 '2023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인 필리핀'(2023 Asia Artist Awards IN THE PHILIPPINES, 이하 '2023 AAA')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3 AAA'는 스타뉴스가 주최하고 Asia Artist Awards 조직위원회, TONZ 엔터테인먼트, PULP Live World가 공동 주관한다. 그룹 아이브(IVE) 장원영, 가수 강다니엘, 그룹 제로베이스원 성한빈이 MC를 맡았다. 2023.12.14 /사진=김창현
'미스터트롯' 열풍이 분 지도 5년이 흘렀다. 그 열풍도 잠시, 우후죽순으로 쏟아진 트로트 프로그램으로 대중의 피로감은 높아졌고, 이제는 지겨운 수준을 넘어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는 추세다. 급변하는 가요계 트렌드 속 정점을 찍었던 트로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 무엇보다 절대적 인기를 자랑 중인 임영웅에 대적할 새 얼굴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트로트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금, 트로트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 임영웅의 '영웅시대', 계속될까
가수 임영웅이 22일 오후 서울 용상CGV에서 열린 영화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 언론시사회 및 무대인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8.22 /사진=임성균
지난 2020년 방영된 '미스터트롯'은 전국을 트로트로 온통 물들였고, 그 열풍의 중심에는 가수 임영웅이 있었다. 임영웅은 '미스터트롯' 시즌1에서 진(眞)을 차지며 우승했다. 프로그램 종영 후 임영웅은 그야말로 '영웅시대'를 거닐고 있다.
그는 아이돌을 능가하는 인기로 개최하는 공연마다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 파워를 과시했다. 특히 2만 5천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인 고척돔을 비롯해 대한민국 최대 규모 좌석 수를 자랑하는 공연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까지 입성하며 공연계에 역사적 이정표를 남겼다.
또한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임영웅 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청률과 화제성이 치솟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영향력은 광고계까지 뻗어가면서 '히어로노믹스(임영웅(히어로)+이코노믹스)'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임영웅과 함께 '미스터트롯' TOP7으로 큰 인기를 얻은 장민호, 영탁, 김호중, 이찬원, 정동원, 김희재 중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 상태에 있는 김호중을 제외하고 지난해 그나마 가수로서 활약을 돋보인 건 영탁과 이찬원이었다. 이들도 임영웅 못지않은 남다른 팬덤을 자랑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지만, 임영웅은 독보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의 스타성과 화제성을 뛰어넘는 가수는 향후 몇 년 후에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관계자 A씨는 "적어도 아티스트의 큰 일탈이 없는 한 몇 년간은 임영웅의 인기는 꾸준히 갈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그는 성장 서사와 실력을 증명하며 중장년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게 됐고, 이는 이미 온라인을 넘어 지역사회 깊이 스며들며 중장년층의 취미 생활로 자리 잡았다. 시골에서도 다른 가수는 몰라도 임영웅은 모두 알 정도"라고 말했다.
관계자 B씨 역시 "최근 그와 나란히 할 경쟁자가 없기도 했고, 한 5년 이상은 계속 독주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모두가 인정할 만한 히트곡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꾸준히 기부 활동하는 등 그를 둘러싼 럭키 사인들이 워낙 많았다"고 귀띔했다.
◆ '미스터트롯3'·'현역가왕2', 힘 빠진 트로트 예능
'미스터트롯3' /사진제공=TV조선
트로트 예능이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던 시기도 지나, 인기가 시들해졌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방영 당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정체기를 겪은 가요계에 트로트는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각종 방송사에서는 비슷한 포맷의 트로트 프로그램을 찍어내기 바빴고, 심지어 스핀오프까지 쏟아지다 보니 신선함은 확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트로트에 대해 적잖은 반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트로트 프로그램의 범람은 장르나 가수들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소비한다는 우려도 씻을 수 없다. 그럼에도 트로트 프로그램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전의 영향력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정적인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MBN에서는 '현역가왕2', TV조선에서는 '미스터트롯3'을 내놓았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론칭시킨 서혜진 사단의 '현역가왕2'은 최고 시청률 11.1%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저 시청률 4.4%까지 떨어지면서 예전만 못하다. 화제성 면에서도 예전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주목도도 낮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형평성 논란, 유튜브 조회수 조작 의혹부터 콘서트 IP를 둔 제작사 간 법적 분쟁까지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현역가왕2' /사진제공=MBN
'미스터트롯' 시즌3 역시 최고 시청률 15.1%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미스터트롯'의 화제성을 따라가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시즌제로 이어지다 보니 비슷한 시스템에 식상함도 느껴진다. 또한 중복되는 출연자들에 대해 재미가 반감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특히 박지현, 전유진, 김다현, 진욱 등 한창 주목받고 있는 새 얼굴들도 있지만, 아직은 임영웅의 인기에 대적할 만한 스타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A씨는 "확실히 예전보다 화제성은 덜 한 느낌이고, 젊은 세대의 관심도도 떨어지는 편이다. 최근 나오는 트로트 오디션에는 봤던 사람들이 계속 보이는 느낌이다. 그들의 실력 향상을 보는 것도 재밌지만, 새로운 재미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B씨는 "예전만큼의 시청률이나 관심이 집중되는 느낌이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되는 트로트 스타보다는 다른 방향성에서 임영웅의 차세대 스타 탄생을 기대해 볼 만은 하다. 그러나 화제 되고 있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은 없는 거 같다. 물론 아직 진행 중이지만,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며 "방송국은 새로운 스타 발굴에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계속 생산해 내고 있지만 철이 지난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스터트롯 TOP7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이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열리는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콘서트`에 참석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 쇼플레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도 "트로트 장르도 장르지만 스타성을 이을 가수가 나와야 하는데 발굴에 실패한 거 같다. 힘을 받지 못하는 거 같다. 중요한 것은 재능 있는 아티스트 발굴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을 보탰다.
이어 "임영웅은 스토리텔링과 음악성, 이후 활동 등 독보적인 측면이 결합돼 성공을 이뤘다. 임영웅 이후에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은 많이 있었지만 개성 있게 부르는 아티스트는 별로 없는 거 같다. 대중이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만한 가수가 중요하지, 트로트 장르는 중요한 거 같지 않다. 경연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트로트만 부르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 트로트의 변화? 글로벌로 향한다
가수 장윤정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진행된 트롯뮤직어워즈 2024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4.12 /사진=이동훈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처럼 대중의 관심을 핑계로 트로트 콘텐츠가 과도하게 공급됐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도 유효기간이 있는 만큼, 이미 트로트의 단물은 빠질 대로 빠진 상태다.
최근 가수 장윤정이 "트로트 열풍이 식어서라 아니라 내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다. 공연 티켓값이 문제의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의 이유는 나에게 찾겠다"라며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일각에서 트로트 시장의 부진과 비싼 티켓값을 지적한 것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이다. 콘서트 티켓 판매 저조는 자기 탓이라고 돌렸지만, 특정 시기를 지나면서 트로트 인기가 주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계자들은 현재 트로트의 공급이 과잉됐다며 실제로 공연 매출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B씨는 "이제는 거품이 빠지고 필터가 된 거 같다. 코로나 시기에 모든 것이 멈추지 않았나. 이후 상황에 좋아지면서 공연이 개최됐고, TV에서만 보던 가수를 직접 마주하게 되면서 그 판타지가 제대로 먹힌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인기가 몰아치며 공급이 늘어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흥미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특히 현재 정치적인 상황도 (매출에)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또 경기가 안 좋다 보면 지갑을 닫게 되지 않나. 이와 인기는 비례할 수 없지만 예산 면에서 타격이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거품이 빠질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기도 했다.
그룹 마이트로가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슈피겐홀에서 진행된 TV조선 예능 '트롯돌 입덕기: 진심누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진심누나'는 덕질에 진심인 누나들이 '신인 트롯돌'이라고 쓰고 '내 가수'라 읽는 MYTRO(마이트로)의 피, 땀, 눈물 어린 성장 드라마를 함께하며 이들의 슈퍼스타 등극을 응원하는 팬심 서포트 프로젝트다. 2024.11.26 /사진=김창현 chmt@
이렇듯 트로트가 다음 전성기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이 가운데 아이돌 명가로 불리던 대형 기획사들이 트로트에 발을 넓히며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 소비층이 국내에만 국한됐던 트로트를 글로벌로 뻗어가게 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우며 트로트에도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하게 했다.
먼저 SM엔터테인먼트는 TV조선과 함께 손잡고 예능 '진심누나'를 론칭하며 신인 트로트돌 마이트로를 선보였다. 쇼헤이, 한태이, 정윤재, 임채평, 서우혁 등 5인조로 이뤄진 이들은 오는 2월 정식 컴백을 앞두고 있다.
또한 JYP엔터테인먼트표 트로트 가수 탄생도 기대하게 한다. JYP엔터테인먼트는 독립 법인 자회사 이닛(INNIT)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해 K팝뿐만 아니라 발라드, 트로트 등 음악 장르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기획사가 트로트 장르에 뛰어들면서 팬덤을 확장하고, K팝 성공 공식을 트로트에 적용해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룹 마이트로가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에스엠타운 라이브 2025 '더 컬처, 더 퓨처' 인 서울(SMTOWN LIVE 2025 'THE CULTURE, THE FUTURE' in SEOUL) 콘서트에서 멋진 무대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2025.01.12 /사진=이동훈 photoguy@
A씨는 "올해는 정통 트로트보다는 새로운 장르의 트로트들이 더 사랑받지 않을까 싶다. 임영웅이 정통 트로트만 고집하지 않는 것처럼, 젊은 세대들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트로트들이 더욱 환영받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헌식 평론가 또한 K팝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며 "이제는 트로트도 변해야 한다. K팝이 인기 있는 이유는 우리 것만 고집한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트렌드를 결합한 덕분이다.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아파트'도 세계인들과 소통하는 움직임을 보여줬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큰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힙합이나 EDM을 결합할 수도 있고, 트로트도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것만 고집한다면 관심을 모으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