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지환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선발대의 일원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출국 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모습. /사진=LG 트윈스 구단 공식 SNS 갈무리
구본무 선대 회장이 남긴 롤렉스 시계. 2023년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은 이 시계를 한 번 차본 뒤 반납했고 구광모 회장으로부터 새 시계를 선물받았다. /사진=김우종 기자
오지환, 임찬규, 박동원, 이영빈, 손주영, 백승현, 진우영 등으로 구성된 LG 선발대는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오는 23일부터 시작되는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함이다.
이날 취재진 앞에 선 오지환의 공항 패션은 화제가 됐다. 편한 LG 트레이닝복에 왼쪽 손목에는 이질적인 금빛 롤렉스 시계가 반짝이고 있었다. 다소 어색한 조합이지만, 오지환의 절치부심한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해당 시계는 2023년 LG가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냈을 때 시리즈 MVP였던 오지환이 받은 것이었다. 고(故) 구본무 LG 선대 회장은 1997년 당시 8000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구입한 뒤 다음 우승 때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겠다고 공언했고, 오지환은 무려 26년 만에 나온 주인공이었다. 하루 만에 1997년 시계를 반납한 오지환에게 구광모 LG 구단주는 같은 회사의 시계를 선물했다. LG 원클럽맨인 오지환은 2023년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51을 기록하며 3번째 우승을 안겼다. 또한 시즌 후에는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해 겹경사를 맞았다.
그만큼 롤렉스 시계는 단순히 가격과 상징성을 떠나 오지환에게 영광의 시절을 떠올리고 마음을 다잡게 하는 매개체다. 오지환에게 2024년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햄스트링과 손목 부상으로 약 두 달간 결장하면서 108경기 타율 0.254(370타수 94안타) 10홈런 59타점 17도루, 출루율 0.350 장타율 0.411로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골든글러브도 KIA 타이거즈의 우승을 이끈 박찬호가 가져가면서 다시 도전하는 입장이 됐다.
LG 오지환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선발대의 일원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출국 전 방송 인터뷰에 나선 모습. /사진=LG 트윈스 구단 공식 SNS 갈무리
LG 오지환이 2023년 한국시리즈 축승회에서 구광모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롤렉스 시계를 차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뉴스1에 따르면 오지환은 "지난해 시즌을 빨리 마감해 겨울이 유독 길었다"며 "부상도 있었고 팀에 많이 미안했다. 올해는 아프지 않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선발대로 떠나는 이유를 밝혔다.
오지환이 잠시 주춤한 사이 박찬호, 박성한(SSG 랜더스) 등 어린 유격수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 겨울 부상 방지를 위해 코어 운동에 열중한 그는 다시 도전자의 입장이 됐지만, 오히려 경쟁자들의 출현을 반겼다. 오지환은 "경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덕분에 유격수 포지션이 더 부각된다. 유격수의 가치가 더 커졌으면 한다. 다른 선수들도 함께 잘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2025년 LG에 있어 오지환의 반등은 한국시리즈 재도전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지난해 LG는 팀 타율 리그 3위(0.283)로 짜임새는 있었으나, 홈런 생산(115개·리그 9위)과 장타력(0.414·리그 8위)에 큰 약점을 보이며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도 오스틴 딘, 문보경, 박동원 세 명뿐으로 클린업만 지나가면 위압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8번이나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고 한 시즌 20홈런도 두 차례(2016년, 2022년) 쳐본 적 있는 오지환은 하위 타선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또한 LG 염경엽 감독은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임에도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어린 투수들이 대거 등장할 마운드는 주요 무대 중 하나다. 어린 투수들에 있어 넓은 범위와 안정감을 자랑하는 오지환의 유격수 수비는 꼭 필요하다.
오지환은 "우리가 우승하고 지난해는 3위를 했다. 부침을 겪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 안다. 선수들도 아프지 않고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각오를 새로이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