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입각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66.0%로 나타났다. '불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26.3%, '잘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7.7%였다.
지난해 9월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촉발된 국가기간산업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국민들의 시각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특히 의결권 행사 기준으로 ESG 즉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의 관점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노동권 보호, 환경 그리고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 측과 MBK·영풍 측 모두 지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캐스팅 보트'로 지분 4.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국내외 여러 기관 투자자들이 참고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지분율보다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은 오는 17일 수책위 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수책위가 참고하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이미 고려아연 임총 안건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주요 안건으로 분류되는 이사 수 상한을 19인 이하로 설정하는 안건에는 6개 기관 모두가 찬성했고, 집중투표제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핵심인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MBK·영풍 측 인사가 일부 이사회가 진입하는 수준에서 현경영진 체제를 유지하되,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높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편,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국민연금 자금이 우호적 M&A를 통한 기업 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결권 행사 방향은 기금운용본부 투자위 또는 수책위에서 결정하겠지만,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장기적 가치 제고 측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