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과 너무 닮은 이은주의 자살

정상흔 기자  |  2005.02.22 18:26

22일 톱스타 이은주가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면서 팬들의 가슴을 저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불새’와 영화 ‘주홍글씨’ 등으로 팬층을 한층 넓히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와중에 닥친 일이라 그녀의 주변은 더욱 충격과 비탄에 잠겨 있는 상황.

지난 2003년 4월 1일 만우절날 톱스타 장국영이 투신자살로 거짓말처럼 사라져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가 전세계적으로 인 바 있다.

톱스타의 자살은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외국의 사례로는 1962년 마릴린 먼로의 약물 과다복용 자살, 94년 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권총자살, 국내에서는 1996년 가수 서지원과 김광석이 목숨을 끊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하늘의 별처럼 동경하는 스타들은 왜 자살을 할까? 스타들의 베일에 싸인 삶처럼 그들의 자살 이유를 둘러싼 주위의 분석은 분분하고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실연과 인기하락 등의 납득할 만한 이유도 있지만 활동의 정점기에 있는 연예인들이 목숨을 끊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근래 장국영과 이은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두 사람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지만 주변에 다정다감했으며 최근작에서 죽는 연기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국영은 이전작 영화 ‘이도공간’에서 빌딩에서 자살하는 역으로 출연했는데 실제로 홍콩의 한 호텔에서 투신해 그의 죽음은 더욱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이은주 또한 지난해 출연작 ‘주홍글씨’를 비롯해 전에 ‘태극기 휘날리며’ ‘하늘정원’ ‘번지점프를 하다’ ‘연애소설’ 등의 영화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배역을 유난히 많이 맡아 죽음은 그녀에게 낯설지 않은 사건인 것도 한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두 사람처럼 연기력이 받쳐지는 배우일수록 현실과 일상을 혼돈할 가능성이 높다.

이은주는 지난해 드라마 ‘불새’와 영화 ‘주홍글씨’를 통해 지난해 TV와 스크린을 아우르며 정상급으로 도약했는데 최근 잠시 가진 휴식기 중 자살이라는 비보를 전했다.

그녀는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다. 사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는데 공백기를 견디지 못한 것도 그녀를 죽음으로 이끈 한 가지 요인인 것으로 짐작된다.

즉 세찬 스포트라이트를 한창 받고 눈코 뜰새 없이 돌아가는 작품 상영이나 홍보기간과 달리 잔잔한 일상은 그녀에게 한층 지루하게 다가왔고 활동기랑 크게 대비됐을 것이다.

특히 이은주는 다른 20대 여배우들이 노출수위에 꽤나 민감한 데 반해 약관의 나이에 영화 ‘오! 수정’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벗는 연기를 감행하는 등 과감함을 보였지만 여성으로서 느끼는 수치감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을 듯하다.

일찌감치 시작한 노출 연기는 최근 영화 ‘주홍글씨’로 이어졌는데 이러한 부담감이 쉬는 기간 우울증과 결합해 최근의 불면증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흰눈 펄펄 내리는 날 오후 고층 아파트에서 벨트로 목을 매 사반세기 자신의 인생을 극적으로 마무리한 이은주는 영화 같은 죽음으로 인해 더욱 더 우리 가슴에 드라마틱한 영화배우 이미지로 잔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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