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난 알드리치감독 열혈팬 "

정상흔 기자  |  2005.06.21 20:28


“영화 ‘올드보이’를 만들 때 딱 한번 알드리치를 향한 오마주를 표시하려고 했다. 총구 열기 때문에 연기가 한 가닥 가느다랗게 피어 오르는 알드리치 영화의 한 장면을 유지태가 머리에 총을 쏴 죽는 장면에서 나타내고 싶었는데 당시 CG팀이 너무 바빠서 잘 표현이 안 됐다. 나중에 다시 한번 꼭 시도해보고 싶다.”

박찬욱 감독이 로버트 알드리치(1918~1983) 감독의 열혈 팬임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21일 오후 6시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평론가 김영진씨의 사회로 열린 특별 심포지엄 ‘알드리치를 말한다’에 패널로 참석해 '킬리만자로'의 오승욱 감독과 함께 알드리치의 작품세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알드리치 감독은 할리우드 시스템과 주류 이데올로기, 상업영화의 거대자본에 비판적으로 접근한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신기원을 열었다.

박 감독은 이날 “해외 영화제에서 인터뷰 중 영향을 받은 감독을 물으면 로버트 알드리치, 샘 퓰러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면 좋아하더라고요. 그만큼 알드리치는 감독들이 본받고 싶은 감독이 아닐까요?”라고 했다.

박 감독은 또 “어릴 적 알드리치의 ‘베라 크루즈’에 나오는 검은 옷의 버트 랭카스터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의 하이에나 같은 미소가 결코 잊혀지지 않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특히 박 감독은 할리우드 시스템 이면의 추악함을 파헤치는 알드리치 감독의 영화 ‘빅나이프’의 잔혹한 결말을 보면서 자신의 작품 ‘복수는 나의 것’을 연출할 때의 고민을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



“‘복수는 나의 것’을 송강호가 해고된 노동자의 아이가 죽었다는 전화를 냉정하게 끊는 장면에서 끝냈어야 미학적으로 깔끔한데 ‘빅나이프’처럼 한번 끝까지 가보고 싶더라고요. ‘복수는 나의 것’에서 테러리스트 역을 맡은 오광록 장면이 정말 아까워서 고민 끝에 결국 집어넣었어요.”

박 감독은 알드리치 감독의 마지막 영화 ‘캘리포니아 돌스’에 등장하는 여자 프로레슬러 두 명이 많은 남자들 앞에서 옷을 찢어가면서 싸우는 장면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운명이라고 풀이했다.

“‘너희를 비웃은 것이 아니라 그냥 관객은 재미를 느낄 뿐이다. 자존심 상해 할 것 없다’는 노감독의 눈을 발견했습니다. 저도 나중에 이런 영화를 찍는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이날 심포지엄은 알드리치 감독의 대표작 13편을 상영하는 ‘로버트 알드리치 회고전’(~2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 행사 중 하나로 마련됐으며 청중 200여 명이 참석해 열띤 관심을 나타냈다.

<사진아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알드리치를 말한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영화평론가 김영진, 박찬욱 감독, 오승욱감독(왼쪽부터) 사진=구혜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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