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주부퀴즈왕', 우량주부의 솔직당당 커밍아웃

김현록 기자  |  2005.09.20 14:04

남성 전업주부 12만 시대. 집안일은 더이상 여성만의 것이 아니다. 이를 온몸으로 대변하는 남자들은 어느새 트렌드가 됐다. 엄연한 현실과 좌충우돌의 코미디를 버무린 만화와 드라마가 연이어 나와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영화가 한발 늦게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한석규 신은경 주연의 영화 '미스터 주부퀴즈왕'이다.

'불량주부'를 표방한 만화와 드라마 속 남성 전업주부와 영화는 시작부터 달리 간다. 주인공 진만(한석규 분)은 경력 6년차의 어엿한 베테랑 주부. 실력과 자부심을 두루갖춘 '우량주부'에 적성도 딱 맞는 타고난 주부다.

사회생활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불량주부'에게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을 상징하던 넥타이와 양복은 그에게 와서 일종의 작업복이 됐다. 양복마저도 싸고 쉽게 장보는 나름의 진술이라니, 할 말 다했다.

그런 진만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장인어른 수술비 마련을 위해 적금 대신 붓던 곗돈이 완전히 날아간 탓이다. 궁여지책 끝에 찾은 것이 방송사의 주부 대상 퀴즈 프로그램. 남자 주부도 당연히 주부라는 명분과 화젯거리를 만들어보겠다는 제작진의 얄팍한 계산 속에 그는 순식간에 스타가 된다. 그런데 공인을 자처하는 방송사 아나운서인 아내 수희(신은경 분)가 난리가 났다. '나 몰래 방송에 출연하다니, 나는 어쩌라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미스터 주부퀴즈왕' 진만은 자신이 이 시대의 남성 전업주부임을 떳떳이 선언한다. 당당한 커밍아웃은 영화의 주제이자 여타 작품과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영화는 어떤 남자가 직장을 때려치고 살림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되지 않는 시대를, 그러나 그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기에는 너무나 억센 시대를 명민하게 읽어낸다.

하지만 문득 머뭇거리게 된다. 그의 용기있는 고백에 순수한 박수를 보내기가. 이건 전적으로 너무나 직선적이고 직접적인 계몽적 메시지 때문이다. 대한민국 12만 남성주부를 너무 의식한걸까? 교과서에서나 나옴직한 순도 100% 바른말을 쏟아내는 진만의 모습은 뭔가 억지스럽다.

때문에 홈드라마를 표방한 '미스터 주부퀴즈왕'은 슬쩍 계몽영화로 방향을 돌려 어정쩡한 어딘가에 멈춰선다. 마지막까지 그런 남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나름 깨어있다는 아내 수희라는 점은 그 불편함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빼놓고 본다면 영화는 가볍게 즐길 소품으로 무난하다. 무난히 웃기고 무난히 스토리를 이어간다. 여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오랜만에 본격 코믹물에 얼굴을 내민 한석규다. 그의 편안한 웃음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여장 코미디라면 이제 신물이 날 법도 하지만 다름아닌 한석규이기에 더욱 유쾌하고 즐겁다. 12세관람가. 29일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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