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장밋빛인생'은 죽을 때까지 못잊을 작품"

김태은 기자  |  2005.10.28 10:28

"죽을 때도 못잊을 작품이에요."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KBS2 '장밋빛인생'의 여주인공 최진실이 이 드라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혼 후 늘어났던 안티 팬들의 공격을 호의로 바꾸게 해주고, 연기자로서도 새로운 길을 열게 해준 맹순이 역을 최진실로서는 평생 잊을 수 없을 듯.

최근 '장밋빛인생' 촬영장에서 만난 최진실은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맹순이 역을 맡아 피부를 꺼멓게 분장을 하고, 입술까지 메말라 정말 환자 같았다. 그 와중에서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연습에 열중한 모습이었다. 다가가 말을 걸었더니 예전 CF에서 보여준 '백만불짜리' 미소가 다시 살아난다.

"내가 인터뷰를 안했는데도 알아서 기사를 잘 써주신다"며 그동안 인터뷰를 한 적이 거의 없다는 최진실은 이날 스타뉴스와 전격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최진실과의 일문일답.

- 건강은 괜찮은가? 최근 피로를 호소하며 촬영을 하루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목이 안좋아서 쉬었을 뿐이다. 그 장면 보셨는지? "나 살고싶어"라며 피를 토하는 듯 내뱉는 대사를 소화하고 나니, 목소리가 안나와서 녹화를 할 수 없었다.

- 아무래도 드라마 하면서 아이들을 못보는 것이 힘들 듯 싶은데.

▶애들이 많이 보고 싶다. 거의 24시간 촬영장에서 사는데다가,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수원 KBS 드라마센터에서 세트촬영이 있는데, 이때 반성문 역의 손현주씨와 나는 아예 센터내 숙소에서 2박 3일간 지낸다.

환희는 아예 포기를 했고, 둘째 수민이는 "엄마다"라고 매달리면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집에 들어가도 애들한테 눈인사나 해주고, 대사 보고 드라마 준비하느라고 제대로 안아줄 시간도 없어 정말 미안하다. 어떤 때는 90% 이상이 내 분량이라 대사를 외우려면 머리가 마비가 될 정도다.

-실제로 엄마가 되다 보니, 처녀때 엄마 역할하는 것과 차이가 클 것 같다. '장밋빛 인생'에서 아이들을 두고 죽어가는 엄마 역을 맡았는데.

▶아무래도 디테일이 틀리지 않겠는가. 아이들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프고, 생각만해도 눈물이 난다.

-출연 장면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라면?

▶13,14부에서 수술을 받는 날, 병원으로 가기위해 집에서 나서면서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라며 집안을 둘러보며 독백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장밋빛인생'이라는 드라마가 본인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연기자로서 앞으로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기회를 준 작품이다. 특히 모든 것을 다 접고 열정을 가지고 연기한 작품이기에 애정이 더 크다. 죽을 때도 못 잊을 작품일 것 같다. 또 작가분(문영남 작가)이 주옥 같은 대사를 써주시니, 감탄을 거듭하게 된다. 맹순이의 인생을 통해서도 배우는 것이 많다.

- 말기암 환자역을 하느라고 힘든 점이 많은 것 같다. 특히 환자처럼 보이느라 신경을 많이 쓴 듯 한데.

▶드라마 초반에는 아줌마처럼 보여야한다고 세끼를 고기를 먹으며 3kg을 찌웠다. 사실 내가 팔 다리는 가늘어보이지만 안보이는데 비겁한 살들이 많다.(웃음) 지금 찌웠던 3kg 정도는 다 뺐는데, 감독님(김종창 PD)이 이제는 눈만 퀭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연기 분량이 많아 밥을 안먹을 수도 없어 살을 더 이상 빼지 못했다. 시간만 좀 있었으면 살을 뺐을텐데.

- 전에도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역을 맡은 적이 있는데, 맹순이 역이 다른 점이 있다면.

▶'약속', '우리들의 천국' 등에서도 죽는 연기를 했다. 그때는 사랑으로 한꺼풀 포장된 연기였다면 이번에는 보통의 암환자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헛구역질하고 토하는 장면을 실제처럼 하다보니 에너지가 딸리고 식도가 다 쓰릴 정도다.

-'장밋빛인생'의 맹순이 역이 이 같은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주로 촬영장에만 있다보니 뜨거운 반응은 직접 실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감사하는 마음일 뿐이다. 다만 한국땅에 사는 여성들이 맹순이가 가지고 있는 아픔은 조금씩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으리라 본다. 맹순이를 통해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다.

-'장밋빛인생'을 마친 후 계획은?

▶일단은 이 작품에만 충실하겠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꿈에서도 맹순이가 되어서 촬영하는 꿈 꾸고, 꿈에서 NG를 내고 가위도 눌린다. 맹순이로서 촬영을 하고 나면, 가슴이 너무 뜨거워져서 이를 먼저 식혀야할 것 같다. 그래도 맹순이 역을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지금 걱정은 맹순이를 보내고 나면 너무 공허하고 힘들어서 어떻게 버틸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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