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뻔한 법칙 몇가지

김관명 기자, 김현록   |  2005.12.01 16:30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도 그랬지만 이상하게 영화에서 두 남자가 싸울 때면 비가 내린다. 특히 누아르에서는 거의 100%다. 또한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이 그랬듯, 관객도 다 아는 범인을 꼭 형사만 모른다.

이른바 '클리쉐'(Cliche)라 불리는 영화의 그 위대한 상투적 표현 내지 관습. 추격전 신에서 사과 리어커가 지나가면 십중팔구 그 리어커는 전복되고, 디지털 초침까지 보여준 시한폭탄은 결국 안터진다! 이처럼 많이 알려진 영화 클리쉐를 한 외국 영화사이트(www.moviecliches.com)가 집대성해 눈길을 끈다. 외국 네티즌들의 눈썰미를 알 수 있는 재미난 사례 몇가지만 추려봤다.

'형사로 출연하는 스타배우는 상사에게 항상 깨진다' ('6월의 일기'에서 터프한 여형사 신은경은 수사과장에게 들들 볶인다. 경찰이 아니라 검사이긴 하지만 '공공의 적2'의 설경구 역시 부장검사 강신일로부터 애정어린 질책에 시달린다. 아무리 들볶여도 굴하지 않는다는 부분 역시 공통점!)


'추격전에 계단이 나오면 반드시 올라간다' (추격전은 아니었지만 예외도 있다. '너는 내운명'에서 모텔을 찾아간 황정민에게 전도연이 돈뭉치를 뿌려댈 때 장면은 계단을 내려가는 황정민을 잡은 부감 샷이었다)

'교차로가 나오면 주인공은 무조건 건넌다' (이를 완전히 뒤집은 영화가 지난해 단편영화 화제작 '어느날'. 범인을 추격하다가 교차로를 만나자 주인공은 녹색 신호등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다)

'애인 사진을 보여준 병사는 반드시 죽는다' ('실미도'에서 설경구는 흑백 어머니 사진을 보여줬다가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적이 아무리 고화력 무기를 가졌어도 주인공은 한동안 안 맞는다' ('태극기 휘날리며' 막판에서 보여준 장동건의 돌격신을 떠올려보라)

'용의자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범인이다' ('혈의 누'에서 차례차례 죽어나간 용의자 가운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생각해 보라)

'영화속 사람들은 시차 때문에 고생하지 않는다' (맞선을 위해 머나먼 이국 우즈베키스탄까지 간 '나의 결혼원정기' 속 노총각 정재영과 유준상은 도착 첫날부터 말짱하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언제나 더 많이 알고 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꼬마스타 김유정은 영화 속 김수로의 딸. 물론 유정이는 알지만 김수로는 몰랐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절대 오타를 내지 않는다' (PC통신에서 또박또박 모니터에 글씨를 써내려갔던 '접속'의 한석규 전도연은 일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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