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투 리브', 죽음 앞둔 소리없는 아우성

정상흔 기자  |  2006.01.30 16:18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에게 무엇이 위로가 될까? ‘타임 투 리브’의 주인공 미남 사진작가 로맹(멜빌 푸포 분)은 저너머의 머나먼 길을 떠나기에 앞서 철저히 혼자가 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의사로부터 말기 암 선고를 받고 나직히 분노하지만 비보를 주변 및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입을 다문다. 그리고 가족을, 세상의 궤적을 작은 디지털 카메라에 바지런히 담는다. 동성애 연인과는 격정적인 섹스를 나눈 뒤 슬며시 관계를 정리한다.

그리고 로맹은 자신의 할머니를 무작정 찾아간다. 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공통점 때문에. 할머니는 손자의 말을 듣고 섣부른 위로를 하기보다 ‘오늘밤 너와 같이 죽고 싶다’는 말로 홀로 떠나는 손자에 대한 안쓰러움을 나타낼 뿐이다.

‘타임 투 리브’는 슬픔을 맘껏 표출하지 않아서 더욱 구슬픈 영화다. 대성통곡보다 안으로 파고드는 숨죽인 흐느낌이 더욱 아린 법이다.

로맹은 칠흑같은 죽음 앞에서 애써 담담하려고 들지만 혼자 빈 침대에 웅크리고 있을 때 저깊은 곳에서 솟아나오는 절규까지 가릴 수는 없는 일. 로맹은 적막 속에 고통의 깊이를 몰래 응시하면서 소리없이 왔다가 흔적없이 사라지는 인간 존재의 무상을 몸소 그려낸다.



영화는 소년의 뒷모습으로 문을 열어 로맹의 유년기를 떠올리게 하는 소년이 자주 오버래핑된다.

또 로맹은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어느 불임 부부의 부탁을 받고 쓰리썸(2대1 섹스)을 해 결국 이생에 자신의 자취를 만들어 놓지만 그렇다고 그가 감내해야 할 슬픔과 허무의 부피가 줄어들 턱이 없다.

결국 소년과 자신의 2세는 생의 출발점이자 회귀 지점이기도 한 죽음의 위치를 거듭 확인하게 할 뿐이다.

‘타임 투 리브’는 생사의 비의에 대한 스타일리시한 성찰로 관객을 한껏 사로잡는다. 하지만 스크린에 가려진 로맹의 아우성을 가만 헤아렸을 때 관객은 경악해 그의 눈물이 아닌 고독을 삼킬 것이다. 지난 2000년 ‘사랑의 추억’에 이어 만들어진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죽음의 3부작중 두 번째 작품이다. 2월9일 개봉. 18세 관람가(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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