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와 견주어도 모자람없는 몸짱,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선한 눈매의 얼짱. 올 봄 개봉한 '청춘만화'로 처음 관객들을 만난 신예 이상우는 척 보기에도 호감가는 외모의 소유자다. 멋진 외모의 끼많은 신인들의 각축장인 연예오락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도 많았을 법 하지만 거의 출연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유재석 강호동 등 내로라하는 예능프로그램 MC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이른바 '단답형' 사나이다.
인터뷰도 예외는 아니다. 질문 하나에도 줄줄줄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은 그와 거리가 멀다. 곰곰이 한참을 생각한 뒤에야 짤막하게 답변을 내놓는 그는 마음 급한 기자를 안달하게 하지만, 어딘지 정이 간다. '단답형'은 그의 말투일 뿐 성의없는 태도가 아님을 알게되기 때문이다. 이상우는 정확하게 뜻을 전달하려고 가만히 생각에 빠질지언정, 솔직하고 진중하게 말한다.
뒤늦게 개봉을 앞둔 데뷔작 '내 청춘에게 고함'에 등장하는 그는 영화 밖의 그를 빼다박은 듯하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으려 허우적거리는 청년 근우가 그의 역할이다. 휴대전화의 시대를 사는 실직위기 유선전화회사 직원이라는 설정부터가 그 근우의 세계관을 대변한다. 느리고 진중한 배우 이상우는 엉뚱하고 답답한 청년 근우를 자기 자신인 양 그려냈다.
전화선을 뽑아 연인의 대화를 엿듣다 사랑에 빠지고 커다란 수박을 들어 연정을 표현하는, 얼핏 보아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거듭하는 근우가 관객의 공감을 사는 것은 이상우의 세심하고도 담백한 연기에 힘입은 바 크다. 역시나 '단답형 청년'의 소감은 담담했다. "첫 연기라 어떤 걸 해도 어려웠어요. 천천히 제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하는 점이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찜통처럼 더웠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달콤한 상업영화 '청춘만화'와 후덥지근한 저예산영화 '내 청춘에게 고함', 각기 다른 두 편의 청춘영화로 막 필모그래피의 첫장을 채운 이상우는 청춘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청춘이란 그냥, 계속 나가는 것. 뭔가에 부딪히고, 미숙하다 해도 도전하고 또 애쓰는 것. 그리고 어렵고 힘들지만 나중에 한참 나이를 먹어 되돌아봤을 때는 고생한만큼 더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
그가 힘겹게 털어놓은 '청춘의 도전'의 일례는 의미심장하게도 영화 개봉을 앞두고 SBS 심야예능프로그램 '야심만만'에 출연한 일이다. 출연자의 연애사, 뒷얘기를 속속들이 훑기로 이름난 프로그램이 진중한 단답형 청년에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갔다. 사회자의 식은땀이 함께 짐작됨은 물론이다. 현장에 있었다는 관계자는 놀랍게도(!) "녹화가 재미있었다"고 귀띔하는데, 이 '단답형 청년'은 "거길 나갔다는 게 나도 믿기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든다.
문득 생각해본다. 배우 이상우가 갑자기 손꼽히는 청산유수가 돼 연예프로 단골손님이 됐다한들 어떠랴, 무엇이 문제랴. 배우 이상우가 돋보이는 건 단답형 말투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솔직한 진심과 열의 때문이다. "내가 느려서 걱정하는 분도 많지만 이렇게 천천히 가는 것도 괜찮다"고 고집을 부리는 이 배우의 미래가 왠지 기대되는 건 기자 뿐일까?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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