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의학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구름계단', '하얀거탑', '종합병원2' 등이 그것들이다. 지상파 방송3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년에 내놓을 메디컬 드라마를 준비중이다.
1990년대 만들어진 의학 드라마들은 하나같이 크게 히트를 쳤었다. MBC '종합병원', '의가형제', '해바라기' 등이 대표적이다. 2001년 SBS 시추에이션 드라마 '메디컬센터' 이후로 의학 드라마 제작은 막을 내렸지만, 톱스타와 신예스타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나오는 이들 드라마는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같은 붐을 예고하며 2006년 부활하는 의학 드라마들은 90년대 의학 드라마를 만든 노하우를 가진 이들이 다시 한번 참여하는 작품들과 새롭게 시도하는 작가와 연출자들의 작품으로 양분된다.
'구름계단'(극본 유현주 전보경, 연출 김용규)은 '해바라기'를 연출했던 이진석 PD가 대표를 맡고 있는 JS픽처스가 공동제작에 나선다. JS픽처스는 '메디컬센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원작은 '실락원'의 작가로, 의사 출신의 일본 소설가 와타나베 준이치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다. 의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주인공 태환이 주변 상황에 의해 가짜 의사 행세를 하게 되고, 일류인생을 맛보면서 성공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그리게 된다.
내년 방송을 목표로 작가그룹 에이스토리에서 준비중인 '종합병원2'도 '종합병원'으로 메디컬 드라마 열풍을 일으켰던 최완규 작가가 다시금 펜을 잡는다. 최 작가는 한의학 드라마라 할 수 있는 MBC '허준'의 대본을 집필하기도 했다.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 도훈 역을 맡았던 이재룡이 유능한 전문의로 재출연, 전작과의 연계성을 이어가며 새로운 얼굴들이 레지던트 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김종학 프로덕션이 내년 1월 MBC 방송을 예정으로 제작에 들어간 '하얀거탑'(극본 이기원, 연출 안판석)도 '구름계단'처럼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 야마자키 도요코의 69년작 '하얀거탑'이 그것으로, 이미 일본에서도 78년과 2003년 두번에 걸쳐 드라마화됐다. 의사들의 의대 교수가 되고자 하는 야망, 대학병원의 내막, 의료사고 등을 그리게 된다.
SBS도 내년 1월 방송될 의학 드라마를 준비중이다. '작은아씨들', '건빵선생과 별사탕' 등의 공동연출을 맡았던 김형식 PD가 MBC '굳세어라 금순아'를 집필했던 이정선 작가와 손잡고 시놉시스를 만들고 있다. 제목은 미정이며, 정통 메디칼 드라마를 지향해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디테일하게 묘사한다는 기획이다.
MBC '다모'와 SBS '패션70's'를 연출한 이재규 PD는 메디컬 판타지 드라마를 위해 수원의 한 병원에서 숙식하며 취재중이다. 일부에서는 문제를 가진 의사들이 모여 만든 병원에서 이뤄지는 일을 다뤘다고 해, 병원판 '외인구단'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아직 편성은 정해지지 않았다.
또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 등을 쓴 이경희 작가도 역시 의학 드라마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경북 안동에서 외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경철씨가 병원에서 겪은 일들을 기록한 베스트셀러 에세이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드라마화하기로 하고 올초 계약을 마쳤다. 방송 시기는 미정이지만, 원작의 감동이 전해지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학 드라마 붐에 각각 이러한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었던 제작진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그려지는 젊은 의사들의 치열한 삶만큼 매력적인 소재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에이스토리측은 "미국의 'ER', '그레이 아나토미','시카고 메디컬', 일본의 '구명병동' 등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시리즈물에는 유독 메디컬 드라마가 많이 눈에 띈다"며 "이는 메디컬 드라마가 드라마 소재로서의 분명한 장점과 매력이 있다는 방증"이라며 '종합병원2'의 기획을 설명했다.
김종학프로덕션측은 "2000년대 한국 드라마는 위기에 처해있다. 전형적인 캐릭터와 개연성이 무시된 이야기, 남녀 주인공의 천편일률적인 '짝짓기 놀음' 등을 시청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며 "이는 80년대 후반 똑 같은 이유로 위기에 처했던 미국 드라마계의 재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이런 침체기를 역전시킨 드라마가 'ER'과 '뉴욕경찰 24시 N.Y.P.D. 블루스'였고 10여년 넘게 장수하며 검증됐다"고 밝혔다.
이어 "부진의 늪에 빠진 우리나라 TV드라마를 구원할 대안도 '리얼한 직업의 세계'와 '살아있는 인간의 이야기'의 조합"이라고 내다보며, 의학 드라마 제작의 의의를 밝혔다.
김형식 PD도 이 같은 트렌드에 대해 "드라마 소재가 너무 뻔하고,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인데 의학, 수사 등 보다 전문적인 것을 찾아가는 흐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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