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C '주몽'을 필두로 SBS '연개소문', KBS1 '대조영' 등 올하반기 대형 사극이 연이어 선보이며 필요한 연기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배역 수가 미니시리즈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렇다보니 각 드라마마다 필요한 배역을 채우기 위해 연기자 확보는 필수. 그러나 세 사극이 모두 고구려 시대를 다루면서 겹치기 출연은 더더욱 피해야할 요건이 됐다. 사극 연기를 소화할만한 연기력을 갖춘 중견 연기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며, 연기자 처지도 백태다.
'불멸의 이순신' 대거 '연개소문'으로 이동
'연개소문'은 경쟁사가 성공시킨 이전 사극의 조역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지난해 역사극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KBS1 '불멸의 이순신'의 연기자들을 끌어온 것.
'불멸의 이순신'의 원균 역으로 큰 인상을 남겼던 최재성은 수나라 이밀 역으로, 송희립 역의 김명국은 역시 수나라 장수 우중문 역으로 옮겨왔다. 윤두수 역의 정동환은 '연개소문'에서 연태수 역으로, 이영남 역의 유태웅은 설인귀 역으로 분했다. 왜장 토요토미 히데요시 역을 맡았던 이효정은 고구려 영양왕이 됐다.
'연개소문'의 조연출을 맡고 있는 신경수 PD는 "연기자가 많은 것 같으면서도 막상 적합한 연기자 찾기는 힘들다. 아무래도 사극에 어울리는 연기자 위주로 캐스팅하다보니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는 겹치기 출연, 이계인
피할 수 없는 겹치기 출연도 생기기 마련이다. MBC '주몽'에서 모팔모 역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계인. 부여 철기방의 책임야장으로 괴팍한 캐릭터인 모팔모 역으로 CF 출연요청까지 줄잇는 상태다.
'연개소문'에서는 당나라 좌효위 대장군 계필하력 역을 맡았다. 연개소문의 중장년층 배역이 나오는 시기의 인물로 1, 2회에만 출연하고 회상으로 접어든 청년기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중반 정도부터 다시 출연할 예정이다. 모팔모는 하층민이고, 계필하력은 대장군으로 두 캐릭터는 성격이 전혀 다른데다가 방송 시간대도 달라 지금까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계인은 "동시다발로 섭외가 왔는데 양쪽 다 서로의 스케줄을 비켜갈 수 있어 출연에 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주몽' 연장설과 '연개소문' 축소설이 흘러나오면서, 양측 스케줄이 중복될 가능성도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중이다.
일부 연기자들, 개점휴업 상태
'연개소문' 출연자들 중에는 '개점휴업' 상태가 되어버린 경우도 많다. 100회 예정한 '연개소문'이 50회까지는 청년기, 이후 중장년기를 내보내기로 하면서 출연 계약을 해놓고는 반년 이상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지 못하게 된 연기자들도 다수다.
중장년기 연개소문 역을 맡은 유동근은 물론이고, 나한일, 서인석, 신동훈 등 중장년층 배역을 맡은 이들은 다들 그렇다. '연개소문'에 출연키로 한 임병기 KBS탤런트극회장 등 KBS에 주로 출연해온 탤런트들도 KBS1 '대조영'에 출연할 수 없게 됐다.
'연개소문'의 세트장은 충북 단양, '대조영은' 강원 속초 등에 위치해 있으므로, 축지술을 쓰지 않는 이상 겹치기 출연은 꿈도 꾸기 어렵다. 촬영시간도 길고, 촬영신도 힘들고 고되다.
'대조영' 측은 먼저 시작한 '연개소문'의 배역표를 미리 확보해 섭외를 피하고 있다. 그렇다고 '연개소문' 측도 마음을 놓은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필요한 배역들이 많다보니 "(섭외에) 죽겠다"는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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