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임상수 감독 또하나의 문제작

김현록 기자  |  2007.01.02 13:46

'신나게 사랑했던 것이 미안했던 시대.' 황석영의 소설을 임상수 감독이 영화화한 '오래된 정원'(제작 MBC프로덕션)의 메인 카피다. 사랑이 사치였던 시대에 만나고 사랑했던 두 연인의 이야기가 17년의 세월을 두고 그려졌다.

그러나 영화의 방점은 시대가 아니라 사랑에 찍혀졌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의 문제적 감독 임상수는 문어체로 이야기하는 운동권 사람들에게 날카로운 카메라를 들이대길 주저치 않는다.

영화는 원작의 기본 구도를 따라간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몸담았다 수배생활 끝에 자수, 17년의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오현우(지진희 분)는 백발이 성성한 중년이 되었다. 옛 연인 한윤희(염정아 분)가 죽었다는 이야기에 추억이 담긴 갈뫼의 집에 찾아간 그는 그녀가 남긴 노트를 보며 너무나 변해버린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뒤로 갈수록 '운동'에는 뜻이 없었던 열정의 여주인공 한윤희의 시선에 무게가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영화가 끝난 뒤 남는 물음은 '과연 신나게 사랑하는 것을 미안해해야 했나', '남에게 등 떠밀려 시대에 몸을 던진 것은 아닌가'라는 당돌한 문제제기다.

과연 이 한 몸 바쳐 대규모 시위를 이끌고 감옥에 가야되는지 고민하는 운동권 대학생 주영작(윤희석 분)을 '바람난 가족'의 잘나가는 인권변호사이자 바람난 불륜남편 주영작(황정민 분)의 젊은시절로 묘사한 것은 과연 기막힌 설정이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감독의 냉소적인 시선은 숨죽여, 혹은 소리높여 80년대를 살아낸 이들로부터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얻어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나온 시대를 바라보는 젊은 이들이 극중에 재현된 1986년 건국대 사태나 노동운동을 하던 대학생의 분신자살,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 등을 두고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상수 감독의 문제작이 또 하나 나왔다.

한편, 매 작품마다 배우의 진가를 새롭게 임상수 감독의 솜씨는 '오래된 정원'에서도 여전하다. 후회없는 사랑을 나누는 발랄한 미술교사부터 머리카락이 다 빠진 퀭한 눈의 암환자까지, 폭넓은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의젓함을 잃지 않는 염정아의 호연이 눈에 띈다.

과거로 설정된 배경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스타일과 똑 부러진 말투를 보여주는 염정아는 그간 출연한 어떤 영화에서보다 아름답고 당당한 느낌이다. 원작의 무게감에 눌리지 않고 오현우를 보다 가벼운 모습으로 그려낸 지진희의 변신도 배우 지진희를 새롭게 평가하게 한다. 4일 개봉. 12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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