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K는 3집 녹음을 마친 직후인 지난 2월2일, 소속사에 ‘잠시 쉬고 싶다’는 메시지만 남기고 미국 뉴욕으로 홀연히 떠났다. 처음엔 BMK의 행방을 알지 못하던 소속사 측은 수소문 끝에 그의 소재를 알아냈지만, 그를 돌아오라고 채근할 수 없었다. 활동에 나설 만큼의 에너지를 얻어야만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BMK이 돌아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소속사 측은 새 음반 발매일정에 맞춰야 했기에 결국 BMK 없이 재킷 작업을 했고, 타이틀곡을 정하고 뮤직비디오까지 촬영했다.
BMK는 음반작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에도 한 차례 ‘잠수’를 탄 전례가 있었다. 한 곡 한 곡에 혼을 다해 작업을 했던 까닭에 BMK는 힘에 겨워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했다. 소속사 측은 여행경비를 지원해줬고, 평소 스킨스쿠바를 즐겼던 BMK는 사이판에서 두 달 동안 진짜 ‘잠수’를 즐겼다.
“당시 잠수를 즐기며 활력을 얻어 다시 음반작업을 했는데, 녹음을 다하고 보니 에너지가 모두 소진돼 버렸어요. 그래서 또 잠수를 타게 됐죠.”
BMK의 뉴욕 일정에는 연인들의 날인 밸런타인데이가 끼어 있었다. 특히 올해 뉴욕에는 밸런타인데이 전날 눈이 내려서 그야말로 ‘화이트 밸런타인데이’였다. 여행가기전,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BMK는 밸런타인데이를 즐길 남자친구는 없었지만 낭만을 느꼈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미처 몰랐던 자신을 더 알게 됐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는 BMK는 2년여에 걸쳐 완성한 이번 앨범에서는 가창력을 뽐내려 굳이 소리를 내지르지 않았고, 여운을 뒀다. 대중의 귀를 붙잡기 위해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될 만큼 인정을 받은 탓도 있지만 대중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
“가창력을 뽐낸다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부르는 사람이 편안하게 불러야 듣는 사람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어서, 오버하지 않고 편안하게 불렀어요.”
BMK 3집 이름은 ‘999.9’다. 순도(純度)가 높다는 의도로 지은 이름인데, 순도에는 100%가 없듯, 자신의 앨범 순도도 0.1% 모자란 순도 높은 앨범이란 의미로 소속사가 정했다. BMK는 그러나 “완벽하다기보다는 완벽을 추구하는,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라며 “999.9%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수치이고, 나머지 0.1%는 신이 만드는 것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꽉찬 999.9% 보다는 1000에 모자란 0.1%가 더 눈에 보이더라. 나에게 그 모자란 0.1%가 더 인간적이다”며 미소를 보였다.
지난 두 장에서 곡마다 거의 다른 장르를 선보였던 BMK는 이번 3집에도 10곡이 모두 다 다른 장르다. 연기자들이 한 작품의 캐릭터에 몰입하듯, BMK는 곡마다 다른 장르에 다른 감정을 녹여내느라 꽤 에너지를 소비했다.
“한 곡 한 곡을 모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담느라 고생 좀 했죠. 테크닉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곡 하나하나에 신경을 쏟았어요. 음악은 솔직해요.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죠.”
솔직한 음악을 위해 BMK는 이승환(The Story) 윤사라 A.T 정지찬 황찬희 박근철 등 주위의 지인들, 자신의 나이 또래의 감성이 있는 사람들과 작업했다. 그래서 20~30대에 크게 어필한다.
타이틀곡은 이승환-조은희 콤비의 팝 발라드 ‘하루살이’. 떠난 사람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과 사랑을 하루살이에 빗대 애닮은 마음을 표현해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BMK는 ‘하루살이’를 녹음하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려, 그대로 녹음실 부스 안에서 한참을 쭈그려 앉아서 울기도 했다.
자화상 출신의 정치찬이 작곡한 ‘물들어’와 베일에 싸인 작곡가 A.T의 ‘여담’도 BMK의 호소력이 깃든 발라드 곡이다. ‘바람이 전하는 노래’는 지난여름 사이판에서 ‘잠수’를 즐긴 후 만든 여행담이 묻어난 곡으로, 애드리브와 스캣 등 재즈의 라이브 느낌이 많이 담겼다.
서울재즈아카데미 1기 출신인 BMK는 지난 2004년부터 백제예술대학 실용음악과 겸임교수로 후배양성에 힘써왔다. 26살에 강의를 시작해 수원여대에서는 9년 간 강의를 했다. 현재 여러 곳에서 강의 요청이 오지만 강의는 한 곳이면 좋고, 음악적 활동을 더한 뒤에 강의를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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