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아빠', 사랑은 비극조차 아름답다

김경욱 기자  |  2007.05.17 09:14

지난해 다큐멘터리 '너는 내 운명'으로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MBC '휴먼다큐'가 또한번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16일 방송된 '휴먼다큐-안녕아빠' 편이 바로 그것. 시청자들은 방송후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 눈물로 얼룩진 감동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번에 방송된 '안녕아빠'편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남편 이준호(41)씨와 초등학생인 아들 영훈(9)과 딸 규빈(7)을 둔 김은희씨(36)의 이야기. 지난해 1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이준호씨는 그해 12월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눈을 감았다.

'안녕아빠'는 이같은 이준호씨 가족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고 또 담았다. 남편과 아내와의 사랑. 아빠와 자식간의 사랑. 이들의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사랑에 시청자들은 참고 또 참았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려야만했다.

김은희씨는 변변한 직장을 가지지 못한 이준호씨의 형편 때문에 결혼에 앞서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사랑의 결실을 맺고 싶었던 것이 이유. 첫아이 영훈이를 낳고 둘째 규빈이를 임신한 지 3개월째 남편은 대장암으로 쓰러졌다.

이후 7년동안 아이들을 돌보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하지만 자신도 갑상선이상으로 휴식과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신이 없다. 죽음을 앞둔 남편의 뒷바라지가 그녀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준호씨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의식조차 희미해지는 준호씨는 고통을 막기위해 하루 1000mg의 모르핀을 투여해도 소용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을 만날 때면 빛나는 눈빛. '우리가 도와주고, 엄마 아빠 말씀 잘 들으면 아빠가 나을 것 같다'는 아이들은 죽음을 눈앞에 둔 아빠에게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노래를 부른다. 아직은 헤어질 수 없는 가족. 모두가 부둥켜 안은 채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안녕 아빠'.

김은희씨는 지난 4월19일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남편의 무덤을 찾았다. 그리고 말한다.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오니 홀로 외롭지 말라'고.

방송후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가족들과 함께 시청하며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었다. 세상을 등지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내 곁에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청자들은 "각박한 세상살이에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줬다"면서 "한편의 다큐멘터리가 이렇게 가슴아프고 거룩한 지 몰랐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17일 세번째 편으로는 충청북도 오지인 벌랏마을에 사는 21개월 선우의 이야기를 다룬 '벌랏마을 선우네' 편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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