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애국가' '임을 위한 행진곡' 비통한 울림

윤여수 기자  |  2007.07.10 09:47

분수대를 기점으로 쭉 뻗어내린 도로, 전남 광주 금남로.

27년 전 5월 그 곳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수만명의 시민들이 총칼로 무장한 계엄군을 불과 몇 십 미터 앞에 두고 비장한 표정으로 '애국가'를 함께 부르며 자유와 사랑을 갈구했다.

하지만 '애국가'는 그로부터 시작된 더욱 참담한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었음을 그 누구도 미처 알지 못했다. 이미 사흘 전인 5월18일 전남대 정문 앞에서, 권력욕에 사로잡힌 정치군인들의 지휘 아래 계엄군과 공수부대원들이 무참한 폭력을 휘두른 뒤였다.

분노한 시민들은 전남도청을 뒤로 한 금남로 분수대로 향했고 5월21일 계엄군이 광주에서 물러나겠다고 거짓말을 한 뒤였다.

마치 '애국가'를 신호로 한 듯 계엄군은 무차별 사격을 가했고 무고한 시민들은 거리에서 스러져갔다.

광주민중항쟁의 비극 속에서 뜨거운 인간애를 꽃피웠던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ㆍ제작 기획시대)에서 '애국가'는, 전남도청 앞 분수대 광장과 금남로 일대를 메운 시민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슴을 부여잡게 한 노래다.

민주와 자유에 대한 강렬한 열망도 있었지만 시민들은 그저 무고하게 스러져간 가족과 친구와 동료를 대신해 그저 폭력의 시대를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화려한 휴가'에서 '애국가'는 그 음량을 높여가며 계엄군의 무자비한 발포의 신호이자 폭압의 한 시대를 예고하는 서곡으로 기능한다. 삶과 죽음의 기로라는 극단적 공포감이 우리에게 그토록 친숙했던 '애국가'로부터 생겨날 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데 '화려한 휴가'는 주목한 듯하다.

'화려한 휴가'의 결말 부분에는 그 공포감을 깊은 절망과 통곡으로 빠트리면서도 또 다른 희망을 안게 하는 노래 한 곡이 울려퍼진다.

'임을 위한 행진곡'. 대표적인 민중가요로 꼽히는 이 노래는 실제로 광주항쟁으로 희생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씨와 박기순씨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김종률씨가 멜로디를 짓고 백기완 전 민중당 대통령 후보가 쓴 시를 황석영 작가가 노랫말로 붙인 노래이기도 하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는 마치 실재했던 두 사람의 영혼 결혼식을 보여주는 듯한 극중 김상경과 이요원의 결혼식 장면을 판타지로 구성해 결말을 채우며 채 피우지 못한 사랑과 살아남아 더욱 아픈 사람들의 가슴을 어루만지게 한다.

당시 시민군이 장악한 전남도청에 대한 계엄군의 최후 진압에 맞서 광주의 밤을 내달리며 공포와 슬픔과 고통과 억울함의 눈물로 뒤범벅된 채 시민들을 다시 일깨우려는 극중 이요원의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는 호소처럼,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렇게 아픔의 세월을 지나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가 되어 다시 한 번 스크린을 통해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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