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비보이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화제의 중심이지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같은 소재의 개그를 같은 시기에 내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수개월 동안 한 코너를 짜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노력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았을 때 비슷한 개그가 나오면 둘 중 하나가 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김재우와 양세형이 리더를 맡은 이 두 코너는 용케 둘 다 살아남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일요일 오후 시간대 코미디 프로그램 주시청층인 젊은 시청자들에게 맞는 경쾌하고 신선한 감각을 드러내는 개그의 필요성을 느낀 제작진의 의도 덕분이다.
16일 서울 SBS 등촌동 공개홀 연습실에서 만난 김재우와 양세형은 같은 소재지만 뚜렷하게 다른 그림과 재미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를 보이며, 두 팀을 라이벌로 보는 것을 경계했다.
지난 6월3일 방송을 끝으로, 자신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형님뉴스'의 길용이 역을 벗은 김재우는 김경욱, 김태환, 김동섭과 '나몰라 패밀리'의 비보이 버전인 '나몰라 크루'를 선보인다. 또 참신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끌었던 '신인의 한계'가 막을 내린 후 한 달여 만에 돌아온 양세형은 실제 비보이를 투입한 '헬로우 비보이'로 도전장을 던진다.
형제처럼 다정한 모습의 이들은 자신들의 코너를 자랑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코너를 칭찬하는 데 앞장서는 우애를 드러냈다.
이들은 개그 기획사 스마일매니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방송 데뷔 전부터 서울 대학로에서 동고동락했던 이들은 현재 김재우는 컬투엔터테인먼트, 양세형은 인하우스엔터테인먼트(전 스마일매니아)로 소속사가 갈렸지만 여전히 "우리는 닮은꼴 개그맨"이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 각자 자신들의 코너를 소개해달라.
▶(김재우, 이하 김) '나몰라 패밀리'가, 엉터리 힙합그룹이 학원을 차려 배우러온 이들에게 사기를 치는 내용이었다면, 2탄격인 '나몰라 크루'는 제대로 댄스를 추지 못하는 비보이그룹이 취재온 방송 리포터를 골탕먹이는 내용이다.
내가 이 사기꾼 집단의 리더로 트로트에 맞춰 춤추는 팝핀현철 역을, 김경욱이 밀림에서 온 야생 비보이 수컷 역을, 김태환이 러시아에서 온 '60억분의 1' 용병 안무가 세르게이 역을 맡았다. 또 신인 김동섭이 멍게 역을 맡아 몸을 사리지 않고 시키는대로 다 하는 연기를 펼친다. 손민희가 리포터 역이다. '나몰라 패밀리' 때보다 볼만한 그림이 많아졌고 캐럭터가 더욱 강렬해져 50배는 재밌어졌다고 보장한다.
(양세형, 이하 양) 실제 비보이로 활동 중인 퓨전MC의 리더 황정우를 힘들게 섭외했다. 황정우가 멋진 브레이크댄스를 추면 동네 청년 이상준이 이를 따라 배우려고 하고, 그 때 정체불명의 춤꾼들이 등장해 자신들이 댄스를 가르쳐주겠다며 훼방을 놓는다는 내용이다.
나는 도벽이 있는 정체불명 팀의 리더 역을, 조명근이 시골촌놈 비보이를 연기한다. 조상아는 방송을 통해 그 독특함을 공개하겠다.
- 각자의 코너가 변별되는 특징이 있다면?
▶(김) 나이가 서른인지라 늙고 뼈가 굳어서 그런지 춤이 안된다. 김태환도 어려서 십자인대가 끊어진 적이 있고, 김경욱도 머리에 물이 찬 적이 있어서 심하게 움직일 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제대로 춤을 추는 이가 없다. 그런데 세형이네는 거의 서커스 수준이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하는 동작들을 선보인다. 그 나이대에 맞는 귀엽고 발랄한 개그다.
(양) (쑥스러워하며) 나도 비보이가 되고 싶어 연습을 했고, 남명근도 동사무소에서 모여 연습하는 GS크루라는 동네 비보이 출신이다. 김동섭은 힙합그룹 피플크루에서 활동하던 친구다. 춤추기 싫다며 대학로 개그계로 왔는데, 개그를 하면서 춤을 더 많이 추게 됐다며 투덜거리고 있다.(웃음)
재우형이 하는 개그를 무척 좋아하는데, 우리보다 구성력도 뛰어나서 같은 소재의 개그를 하게 돼 우리가 빠지게 될까봐 걱정했다.
(김) 세형이네는 전적이 화려한 비보이들을 계속 섭외해 투입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잘추는 비보이들이 나오니 재밌다. 우리 나이가 어렸으면 아마 세형이네 같은 개그를 했을 것 같다. 세형이가 나이가 많으면 아마도 우리 같은 개그를 했을 거다. 데뷔 전부터 우리는 생각하는 게 비슷해서 같은 과로 분류되는 개그맨들이다.
- 비보이를 소재로 한 계기는 무엇인지. 코너를 위해 얼마나 준비해왔나.
▶(양) 우리 비보이들이 세계대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를 '꺾으면' 재밌을 것 같았다. 정말 비보이가 나와서 멋있게 브레이크댄스를 추고 난 후 우리가 이를 뒤틀어 웃음을 주려 했다. 한 6개월간 연습했다.
(김) 한 5개월간 '나몰라 패밀리' 2, 3탄을 함께 준비했다. 2탄은 카바레 제비 버전이고 3탄은 비보이 버전이었는데 이번에는 젊은 감각으로 가보자고 해서 3탄을 먼저 선보이게 됐다.
(양) 앗, 내가 다음에 제비를 소재로 하려고 했는데, 하지 말아야겠다.
(김) 이렇게 우리는 너무 아이디어 내는 것이 똑같다.
- 같은 소재여서 두 코너 중 하나는 방송되지 못할까봐 걱정했을 것 같다.
▶(김) 일요일 저녁 아이들이 많이 보는 시간대임에도 시사적인 것을 다루는 코너가 많아서 시청대에 맞는 '방방 뜨는' 코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코너에도 자신이 있었고, 세형이네 코너도 되겠다 싶어서 둘 다 방송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세형이에게 "꺼릴 것 없다"고 격려해줬는데도 불안해 하더라.
(양) 내가 불안해할 때마다 재우 형이 힘을 줬다. 형이 둘 다 할 수 있게 해준다고.
(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무슨 힘이 있나.
(양) 엉, 그럼 말만 그렇게 했단 말이에요?(웃음)
- 시청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김) 두 코너가 새롭게 등장하며 '웃찾사'가 좀 더 버라이어티해질 것이다. 서로 다른 맛이 있어 두 코너 모두 밀어주는 분위기다. 신나는 개그를 기다렸던 분들은 기대해도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양)개그맨들이 하루 이틀 준비해서 '웃찾사'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개월 밤을 새가며 코너를 짜서 선보이는 것이다. 시청자들께서 여유있고 열린 마음으로 우리 개그를 즐겨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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