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가 연예계에 던지는 '쓴소리 셋'

"연기 카리스마가 연출력 눌러선 안돼" 등

길혜성 기자  |  2007.09.04 09:30

'연예계의 어른' 이순재(72)가 한국 연예계에 대해 애정어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로 연기 데뷔 51년째를 맞이하는 이순재는 국내 영화 및 드라마 안팎에서 '일본어'를 남발하는 것, 나이 든 실력파 연기자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점, 그리고 일부 젊은 연기자들이 자신의 개성만을 앞세워 연출자 및 해당 작품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실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오는 9월17일 첫 방송될 MBC 60부작 사극 '이산'의 영조 역에 캐스팅된 이순재는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문제들을 하루 빨리 해결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순재는 "요즘 드라마 대본 등을 받아 보면 작가들 조차 '나와바리' '시다바리' 등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 특히 일본 조직폭력배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을 대본에 쓰는 경우가 많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일본 속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는 반드시 고쳐야 될 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순재는 "이제 우리가 만든 드라마는 우리만의 작품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순재는 실력파 연기자들이 나이가 들어감과 동시에 방송계에서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순재는 "지난 2일 최길호씨의 빈소에 다녀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순재에 따르면 몇 해 전까지 트렌디 드라마가 대세를 이루며, 나이 든 실력파 연기자들 대다수가 드라마에 캐스팅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만을 맡았다. 이에 따라 몇몇 중견 연기자들은 한국 연예계에 큰 실망을 하며, 수십년 동안 계속해 온 연기 생활을 아예 그만 두기도 했다.

이순재는 "신구, 최불암 등 나이가 들어도 실력 있는 연기자들이 얼마나 많은가"라고 반문하며 중견 연기자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면 하는 뜻을 드러냈다.

이순재는 마지막으로 '연기자의 자세'에 대해 언급했다.

이순재는 "일부 연기자들을 보면 자신의 '연기 카리스마'로 연출자의 연출력을 누르려는 경향이 있는데, 연기자는 연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작품에 자신을 묻어 낼 때 가장 빛난다"며 연기자들, 특히 주연들이 연출, 스태프, 동료 연기자들과 화합해 가며 연기를 할 것을 권했다.

한편 이순재가 출연할 '이산'은 조선의 22대왕 정조의 인간적인 면을 주로 그릴 드라마로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가 연출을 맡아 관심을 끌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정조 역에는 이서진이 캐스팅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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