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의 시네클릭]괴생물체, 이성과 감성이 멈춘 육신에 침투하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  2007.09.17 11:49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은 영화 '인베이젼'은 이미 세 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돈 시겔과 필립 카우프만, 그리고 아벨 페라라 감독에 의해 1956년, 1978년, 1993년도에 이미 만들어졌다. 이 작품들은 모두 잭 피니의 SF 소설 '신체강탈자'(The Body Snatchers)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신체강탈자'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인베이전'은 무엇인가 외부의 것이 내부로 침입해 들어오는 상황의 위험성에서 시작된다.

외계 생물체의 침입이라는 소재는 SF 스릴러 영화가 생긴 이후 계속 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화성침공'이니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인베이젼'에서 침투하는 것은 사람과 유사하게 생긴 외계 생물체라기보다는 바이러스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다른 종류의 고등생물에 의해 지배받는 상황을 고전 SF 영화들이 즐겨 사용했다면 이제 그 침투의 과정이 좀 더 교묘해진 것이다.

'인베이젼'의 침투 및 감염 경로는 마치 유행병의 확산 과정과 유사하다.

이를테면 먼저 누군가 호흡기나 구강을 통해 세균을 퍼뜨린다. 몸에 옮겨진 세균은 잠을 자는 사이 몸에 침투해 인체의 DNA 구조를 복사한 뒤 원본 육체를 파괴시켜 버린다. 이식과 전이, 확산과 파괴 과정은 컴퓨터 웜바이러스가 개인 컴퓨터를 강탈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괴생물체가 신체를 강탈하는 때가 바로 잠이 들었을 때란 사실이다.

인류는 전통적으로 밤, 그리고 잠을 이성과 인식의 휴식처로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생각을 멈추고 이성의 기능이 잠시 중단될 때 괴생물체는 원본을 흡수해 파괴해버리고 만다. 외부로부터 침입한 괴생물체가 노리는 것은 바로 껍데기 뿐인 인간의 육체, 그 뿐인 것이다.

침투한 바이러스가 무엇보다 먼저 인간의 감정을 빼앗는다는 것 역시 이와 상통한다. 이는 인간의 인간다움이란 이성과 감정 그 두 가지의 혼용과 조화에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잭 피니의 원작 소설이 경고한 상황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의 사람다움을 앗아가는 괴생물체, 그것은 바로 이성의 기능과 감성의 스펙트럼이 고장 난 신체 뿐인 인간이다. 기능적 신체만 남아 있을 때 그것은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되어 버리는 셈이다.

'인베이젼'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괴생물체에 의해 모두가 사로잡혀버린 공포의 공간, 아들을 구하기 위해 어머니가 고군분투한다는 것이다.

'인베이젼'에는 공포영화의 여러 가지 관습 및 무의식을 드러내는 지점이 여럿 있다. 이를테면, 괴생물체에 의해 감염된 사람들은 좀비와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 그들은 떼지어 몰려다니면서 감염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불허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공포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 싱글맘의 고군분투이다. '검은 물밑에서'나 '링'처럼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이를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그 모성애가 세상을 구한다.

'인베이젼'은 다니엘 크레이그나 니콜 키드만의 출연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스릴러 영화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생각할 점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강유정(영화평론가, 문학박사)

베스트클릭

  1. 1방탄소년단 진, 스타플래닛 '8월의 기부 요정' 등극
  2. 2방탄소년단 지민, 글로벌 인기 투표 주간랭킹 172주 1위..'인기 제왕'
  3. 3이민정, 10년만에 낳은 딸.."나랑 닮았나?"
  4. 4"아기 위험해"..이지훈·아야네, 초보 엄빠의 실수→그렇게 부모가 된다 [★FOCUS]
  5. 5'내년 완공' 대전 新구장 '허프라'도 기대 중... 국내 최초 야구장 내 수영장·복층 불펜에 관심
  6. 6'손흥민 맨유전 선발 제외' 英 이토록 걱정하는데! 답답한 토트넘 감독 "컨디션 확인할 것" 사실상 출격 예고
  7. 7"숨만 쉬고 있으려 했다" 강다니엘, 2번째 소속사 분쟁 심경[★FULL인터뷰]
  8. 8태형이와 커피 한잔~♥ 방탄소년단 뷔, '바리스타가 잘 어울리는 남자 아이돌' 1위
  9. 9"이세영♥사카구치 켄타로 멜로 통했다"..'사랑 후', 뜨거운 반응
  10. 10뮌헨 사령탑 박수, '김민재 허슬'에 감탄... 쓰러지며 '백헤더 수비'→레버쿠젠 경기 최고 평점

핫이슈

더보기

기획/연재

더보기

스타뉴스 단독

더보기

포토 슬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