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은 영화 '인베이젼'은 이미 세 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돈 시겔과 필립 카우프만, 그리고 아벨 페라라 감독에 의해 1956년, 1978년, 1993년도에 이미 만들어졌다. 이 작품들은 모두 잭 피니의 SF 소설 '신체강탈자'(The Body Snatchers)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신체강탈자'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인베이전'은 무엇인가 외부의 것이 내부로 침입해 들어오는 상황의 위험성에서 시작된다.
외계 생물체의 침입이라는 소재는 SF 스릴러 영화가 생긴 이후 계속 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화성침공'이니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인베이젼'에서 침투하는 것은 사람과 유사하게 생긴 외계 생물체라기보다는 바이러스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다른 종류의 고등생물에 의해 지배받는 상황을 고전 SF 영화들이 즐겨 사용했다면 이제 그 침투의 과정이 좀 더 교묘해진 것이다.
'인베이젼'의 침투 및 감염 경로는 마치 유행병의 확산 과정과 유사하다.
이를테면 먼저 누군가 호흡기나 구강을 통해 세균을 퍼뜨린다. 몸에 옮겨진 세균은 잠을 자는 사이 몸에 침투해 인체의 DNA 구조를 복사한 뒤 원본 육체를 파괴시켜 버린다. 이식과 전이, 확산과 파괴 과정은 컴퓨터 웜바이러스가 개인 컴퓨터를 강탈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괴생물체가 신체를 강탈하는 때가 바로 잠이 들었을 때란 사실이다.
침투한 바이러스가 무엇보다 먼저 인간의 감정을 빼앗는다는 것 역시 이와 상통한다. 이는 인간의 인간다움이란 이성과 감정 그 두 가지의 혼용과 조화에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잭 피니의 원작 소설이 경고한 상황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의 사람다움을 앗아가는 괴생물체, 그것은 바로 이성의 기능과 감성의 스펙트럼이 고장 난 신체 뿐인 인간이다. 기능적 신체만 남아 있을 때 그것은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되어 버리는 셈이다.
'인베이젼'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괴생물체에 의해 모두가 사로잡혀버린 공포의 공간, 아들을 구하기 위해 어머니가 고군분투한다는 것이다.
'인베이젼'에는 공포영화의 여러 가지 관습 및 무의식을 드러내는 지점이 여럿 있다. 이를테면, 괴생물체에 의해 감염된 사람들은 좀비와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 그들은 떼지어 몰려다니면서 감염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불허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공포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 싱글맘의 고군분투이다. '검은 물밑에서'나 '링'처럼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이를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그 모성애가 세상을 구한다.
'인베이젼'은 다니엘 크레이그나 니콜 키드만의 출연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스릴러 영화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생각할 점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강유정(영화평론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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