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작가의 토마토스토리]연재를 시작하며①

최정현 방송작가  |  2007.09.19 12:54

여의도 역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연히 만난 친한 매니저. 거의 1년만에 만난 상황이라, 반갑다 어떻게 지냈냐, 서로 인사를 건네는데 인사가 끝나자마자 매니저의 하소연이 쏟아진다.

들어본 즉, 키우는 신인을 드라마에 미팅 시켰는데, 그저께 잠정적으로 캐스팅 픽스 됐다는 전활 받고 오늘 만세 부르며 연기자와 한걸음에 달려갔더니, 그새 주인공 소속사 신인으로 교체키로 했다는 것, 그 친구는 자기 연기자 앞에서 X팔려 죽는 줄 알았다며,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내게 묻는다.

방송가에서 제작사 옵션이나 주인공 옵션, 신인 끼워 넣기는 실제로 비일비재한 일이고, 그 쪽은 또 그쪽 나름대로의 절실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미루어 짐작키에, “맞아,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며 펄쩍펄쩍 뛰어주긴 민망하고, 그래도 위로하고 싶은 마음 굴뚝이라 고작 내 입에서 나온다는 소리가 “사람들 매너하곤... 바뀌었으면 바뀌었다고 미리 얘길 해줘야지 얘길!” 참 소심한 위로다.

이쯤 되면 십중팔구, 그 다음에 나올 멘트가 있는데, 역시나 그 친구가 말한다. “휴~ 이 바닥이 다 그렇지 뭐...” 여기에 썩소로 마무리. 그래, 다들 이 바닥이 그렇다고들 하니 왈가왈부 하진 않겠으나, 나도 그 바닥에 속해 있기에 그 말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유독 방송가에선 이 바닥이란 말이 참 흔하게 쓰이고, 거기다가 꽤 잘 어울리기까지 하는건 왜 일까... 금융계, 증권가를 금융바닥, 증권바닥? 정치권을 정치바닥? 기업의 업계를 기업바닥?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그나마 영화계는 영화판이라고들 하니 그럼 거긴 방송보다 좀 더 나은건가?

어쨌든 이곳 방송가는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고, 황당하고 상처받을 일 많은 동네임엔 확실한가 보다. 다들 웬만큼 열 받는 일이 생겨도 ‘이 바닥이 다 그렇지 뭐~’ 라 치부하고 썩소 한방에 털어버리는걸 보면...

추신: 좀 전에 동료작가와의 통화 중에, "스타뉴스의 절친한 기자분이 의리로 방송가 얘기 한 달만 쓰면 된다고 했어"라고 했더니 동료작가 왈, “바보... 이 바닥에 그런 게 어딨어, 그냥 가는거지 뭐”라며 깔깔대며 웃더군요. 아무튼 한달이든 두달이든 열심히 이 바닥 얘기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송작가 최정현(대표작 '거침없이 하이킥' '음악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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