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새댁' 박경림 "명절 부담이요? 즐겁고 설레요"

새댁 박경림, 새댁 여기자와 추석 장을 보다

김현록 기자  |  2007.09.19 15:04
"나도 한 입, 너도 한 입." 장을 보던 기자와 박경림이 시식 코너에서 빈대떡을 서로 먹여주고 있다. 사진=홍기원 기자 xanadu@

"명절이 지나야 진짜 결혼생활을 실감하는 거야."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기자에게 던진 한 선배 유부녀의 의미심장한 충고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새내기 유부녀는 갈수록 부담백배. 아직 추석 분위기를 실감도 못하고서 주부들의 고질적인 명절 울렁증 기미가 보이는 찰나, 역시 첫 명절을 맞이하는 새댁 한 사람을 만났다. 지난달 7월 만인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 만능 엔터테이너 박경림이다.

한살 연하의 회사원 박정훈씨와 알콩달콩 신나는 신혼 살림을 꾸리고 있는 그녀는 결혼 뒤에도 방송가를 거침없이 누비고 있는 '슈퍼우먼'. 듣자하니 일에서나 인간 관계에서나 바지런하고 꼼꼼한 그녀답게 살림 솜씨도 수준급이라 한다. 똑소리나는 살림 솜씨도 배울 겸, 약속 장소는 그녀의 일터 방송국과 가까운 대형 마트. 드디어 '슈퍼새댁' 박경림과의 추석 장보기가 시작됐다.

"배가 이렇게 커요". 큼지막한 배를 들고 수다를 떨던 박경림과 기자가 카메라에 딱 걸렸다. 사진=홍기원 기자 xanadu@


# "명절 부담이요? 그런 거 없어요. 오히려 설레는데요."

마트로 가는 길에서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명절마다 온 친척들이 몰려와 왁자지껄 시끌벅적 연휴를 보내는 친정 덕에 대가족 손님 맞이에 일가견이 있는 탓이다. 더욱이 박경림을 딸처럼 배려해주시는 시부모님이 연휴 내내 시댁에 가겠다는 그녀에게 "힘들텐데 편히 하라"며 부담을 덜어주셨다. 오히려 박경림은 결혼 이후 모인 친척들을 모두 만날 생각을 하니 즐겁고 설렌다. 역시, 마당발 그녀가 괜히 탄생한 게 아니다.

"덕분에 명절음식, 제사 음식에도 익숙해요. 추석이면 닭요리를 빼놓을 수 없죠. 모양을 잘 잡아서 살짝 조리듯 쪄내야죠. 만들어 놓으면 맛있는 부위를 챙겨서 애들 주시려는 쟁탈전이 은근히 벌어져요."

잡채, 홍어무침, 나물반찬, 각종 전들…. 입을 쩍 벌린 기자에게 명절 음식의 종류며 조리법을 줄줄줄 설명하는 그녀는 물건을 고를 때도 꼼꼼하고 확실하다. 오 그녀가 이렇게 빛나보였던가. 살림꾼 그녀가 화려한 쇼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무대를 주름잡을 때보다 더 빛나보인다.

박경림이 얼리지 않은 국산 돼지고기를 꼼꼼하게 고르고 있다. 사진=홍기원 기자 xanadu@


# 드디어 도착한 마트

두 새댁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가득한 선물세트와 울긋불긋한 과일들이다. 탐스러운 사과 봉지를 집어들려는 찰나, 박경림을 알아본 매장 직원들과 손님들의 친근한 인사가 이어진다.

"어머 결혼하더니 더 예뻐졌네요. 축하해요." "직접 보니까 더 예뻐요."

역시 밝고 씩씩한 그녀는 어머님들에게 인기만점. 지치지도 않고 미소로 답하던 박경림이 장난스런 표정으로 너스레를 떤다.

"제가 늘 얘기했었죠? 제가 예뻐진 게 아니에요. 옛날부터 예뻤다구요. 나는 원래 참 괜찮았는데 직접 보시고서야 '예뻤구나' 하시는거죠. 제가 그래서 나름 소기의 목표를 세운 게 있어요. 죽기 전에 온 국민을 다 만나보겠다. 그래서 모두 알려드리리라. 내가 얼마나 예쁜지."

유쾌한 그녀를 보는 건 흐뭇하지만 이거 참. 볼 것 많고 살 것 많은 추석 장보기에는 대략난감 시추에이션이다. 그것도 한산한 평일 오후를 골랐건만, 과연 그녀는 남들처럼 장을 보며 살 수나 있을까.

"사실 저도 마트를 자주 이용하는데, 장보기가 너무 힘들어요. 몇 걸음 가다보면 사인도 해드려야 하고 인사도 해야 하고. 신랑이 마트 가는 걸 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미안해해요. 언젠가는 제가 사인해드리느라 서 있으니까 여기서 기다리라며 혼자서 장을 다 보더라구요."

"이게 바로 홍로 사과에요. 달고 맛있죠." 능숙하게 추석 장보기에 나선 방송인 박경림. 사진=홍기원 기자 xanadu@


# 그득하게 쌓인 햇밤, 먹음직스런 정육코너

물론 시식 코너도 빼놓을 수 없다. 잘라놓은 바나나며 노릇노릇한 전도 한 쪽식 먹어가며 출출함을 달래고, 그렇게 한 바퀴를 돌다보미 어느덧 카트에 과일이며 채소들이 그득그득 쌓인다.

무거워지는 카트만큼, 두 새댁의 수다도 점점 속도가 붙는다. 박경림의 은근한 신랑 자랑도 이어진다. 나름 신혼을 자랑하는 두 유부녀가 맞장구를 치며 신나하니 은근슬쩍 눈치를 주던 총각 사진기자도 끼어들 틈이 없다.

박경림과 신랑 박정훈씨가 짝짓기 프로그램의 MC와 출연자로 만난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솔직히 말해, 박경림이 결혼 발표를 할 때 신랑의 훤칠한 생김새와 사려깊은 말씨를 보며 "어머 박경림 남편 괜찮네" 했던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란다. 사람이 좋아 거절 못하는 박경림에게는 단호한 조언자요, 함께만 있어도 좋은 믿음직한 반려자다. 결혼 후 지금까지 싸운 건 딱 한번뿐.

"임신이요? 내년쯤 임신해 내후년쯤 아이를 갖는 게 제 계획이에요. 제가 사실 결혼하기 전부터 임신했냐는 얘기 들었죠. 하지만 원래 제 몸매를 어떡해요. 계속 유지를 하고 있으니 다들 '아 아니었구나' 그러시는거죠.

이 배 때문에 신랑이랑 처음 싸웠다니까요. 어느날 신랑이 놀리는 거예요. '몇달 있으면 나오는거야, 발로 차지는 않아?, 소리 좀 들어보자'. 처음엔 참았는데 이게 계속되니까 화가 나더라구요. 뭐라고 했더니 정색을 하면서 장난친 거라고 어찌나 미안해하던지.(웃음)"

# 슬슬 장보기도 끝나고..

그 와중에서도 몰려든 팬들을 먼저 챙기고 있는 박경림을 보고 있자니 '슈퍼우먼 콤플렉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일에 바쁜 신참 주부이면서도 노련하고 믿음직한 그녀는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완벽하고자 하는 '슈퍼우먼'의 표본처럼 보였다.

"일종의 슈퍼우먼 콤플렉스가 맞을 수도 있어요. 저는 주부 일을 잘 하면서도 일과 인생을 모두 챙기고 싶거든요. 솔직히 욕심이 있어요. 다른 분들이 저를 보면서 '저런 게 좋구나, 나도 결혼하고 싶다'그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결혼의 긍정적인 면을 전파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슈퍼우먼이 괜히 슈퍼우먼이겠나. 박경림은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그만큼 포기하는게 많았다고, 그래서 잃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초연해져야 한다고 털어놨다. 지금 아름다운 결실을 맺은 사랑도 공짜로 얻진 것이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미국 유학을 다녀와서 조금 주춤하는 시간이 있었죠. 남들은 왜 박경림이 TV에 안나오나 하셨겠지만 그 사이 저는 사랑을 얻었던 거죠. 후회같은 건 없어요. 결혼도 노력이 아닐까요. 참고 애써야지 이기적으로만 살면 얻을 게 없어요. 양보하고 위하면서 살아가는 가운데, 행복은 거기서 오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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