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작가의 토마토스토리]색깔있는 가수가 고맙다!②

최정현 방송작가  |  2007.09.19 12:55
가수 휘성


컬러링을 모르고 살던 내게 어느 날 동료가 컬러링을 선물하며 통화음을 강요하는 바람에 내 기계통화음이 아름다운 선율로 돌변한지 몇 달째로 접어든다.

사실 컬러링은 날 위한 것이기보단 내게 전화를 거는 이를 위한 서비스 같다. 심지어 난 내 컬러링이 뭔지 까먹을 때도 종종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요즘엔 빅뱅의 ‘거짓말’처럼 잘 빠진 노래가 나오거나 친한 가수가 음반을 내면 가끔 바꿔보려 애쓴다. 나 또한 전화를 걸었다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 잠시나마 행복했던 기억이 있기에.

컬러링은 통화가 이뤄지기 전 짧은 시간, 오로지 귀로만 듣고 느끼기에 그 집중력은 크다. 바쁜 일상 속, 강제적인 음악 감상시간이라고나 할까?

가끔 핸드폰에서 컬러링을 듣다보면, 잘 모르는 신곡이지만 그 음색만으로도, 아, 누구 노래구나? 하며 단번에 알아챌 고유의 색깔을 갖고 있는 가수들이 있다.

나는 전문적인 리스너가 아니라 그런지, 그렇게 크게 배신하지 않고 그 수요가 적든 많든 익숙한 노래를 계속 들려주는 그런 가수들이 마냥 고맙다. 물론 그들은 제한된 장르 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느라 더욱 고통스럽겠지만 말이다.

이승환이나 신승훈, YG사단의 한결같음도 고맙고, 이수영의 애절한 음색, M의 댄스 음악도, 리쌍이나 타블로의 음악도 반갑다.

타블로가 R&B나 레게로의 변화를 꿈꿔본 적이 있을까? 물어봐야 알겠지만 아닐 것이다. 실제로도 똑똑하지만 음악적으론 더 똑똑한 친구니까, 음반이 나올때마다 또 타블로 스타일이구나 싶지만, 지난 앨범과는 또 다른 시도가 있고 또 다르게 신나서 좋다.

하지만, 또 어떤 가수들은 본인의 고유한 색깔을 놓고, 그것이 새롭지 않아 보여 힘들다며 스스로 슬럼프를 만들거나, 한계를 느낀다며 다른 장르로의 탈출을 꿈꾸기도 한다.

새로운 장르로 가면 한계를 뛰어넘고 변신이 되는 걸까? 그곳에 가면 그 장르엔 이미 오래전부터 터 닦고 앉아있는 터줏대감이 있지는 않을까...

얼마 전 음악프로에서 휘성의 컴백을 봤다.

문득 내가 2003년 '음악캠프'란 프로를 할 때, 'with me'를 부르던 그 친구가 그리워졌다. 무대를 압도하며 내지르던 열정과 그 음색에 소름 끼쳤고, 그만의 색깔을 아꼈던 나로선, 지금 TV안에서 춤을 추며 연기하듯 노래하는 그 모습이 불편하고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던 건 왜일까.

아티스트로 애쓴 흔적과 다양한 음악적 변화는 알겠는데, 왠지 그 노래들에 어울리는 다른 가수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좋은 음악은 있는데 내가 알던 가수는 사라진 느낌? 아무튼 난 그의 이번 음반이 아직까지는 어색하기만 하다.

정작 본인은 우려먹기가 싫다며 소위 말하는 휘성스타일을 벗어버리고자 변신했다 한다. 그런데 혹시 하고 싶었던 변신이 대중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개인적인 변신은 아니었을까? 내가 보기에, 벗어버리려 했던 휘성 스타일은 마치 아무도 따라할 수 없게 잘 개발된 신병기와도 같이 귀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본인이 개발했건 누군가의 도움으로 만들어졌건 간에, 가수로서 그런 색깔을 빨리 가질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그것 하나를 얻으려고 몇 년씩 고생하는 가수들이 아직도 주변에 많은 것을 보면 어떤 분야에서건 자신만의 색깔과 스타일을 지키는데는 용기와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앙드레김 옷을 보고 왜 매번 비슷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거기서 벗어나는 순간 아티스트의 가치도 사라지는 게 아닐까? 난 물건 명품엔 무관심이라 명품 백하나 없지만 유명한 명품 디자인의 가치는 구별하곤 한다.

가수들의 음색이라고 명품의 가치를 못 매길까? 주위에서 뭐라고 떠들더라도, 보는 이보다 내가 먼저 지겨워져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통장 잔고에 큰 변함이 없을지라도, 그 색깔에 이미 중독된 사람들을 위해 어느 날 갑자기 돌아서진 말라고 생떼 한번 부려 본다.

/방송작가 최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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