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신인감독이 없다

윤여수 기자  |  2007.10.02 11:21


지난해 한국영화 개봉편수는 모두 108편.

이 가운데 신인감독의 작품은 무려 53편에 달했다. 인터넷 영화전문 예매사이트 맥스무비 분석에 따르면 2005년 한국영화 개봉작 84편 가운데 36편이 신인감독의 작품이었던 데 비하면 7% 가량이 늘어난 수치였다.

흥행과 함께 작품적 완성도면에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신인감독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흥행 판세에선 오히려 2005년에 비해 그 작품수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개봉된 한국영화 작품수는 72편. 이 가운데 신인 감독의 작품은 30편이 채 되지 않는다. 또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김한민 감독의 '극락도 살인사건'(사진)에 불과하다.

그나마 작품적 완성도나 신선한 기획 및 아이디어 등으로 호평을 받은 감독은 성지혜('여름이 가기 전에'), 김희정('열세살 수아'), 신태라('검은집'), 이권('꽃미남연쇄테러사건'), 정가형제(정식, 정범석 '기담'), 이규만('리턴') 감독 등이 있어 다행스럽다.

2007년 한국영화에 신인감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1990년대 한국영화가 '신 르네상스'의 시대를 여는 데 공헌한 부문 가운데 신인감독들이 한 자리를 차지했고 이후 참신한 기획과 뛰어난 연출력을 지닌 신인감독들이 대거 등장, 한국영화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에 충무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멜로영화의 시나리오를 작업 중인 한 제작사 대표는 기성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기로 했다면서 "메이저급 제작사 혹은 유명 프로듀서 등이 참여하는 작품이 아닌 한 신인감독들을 기용하기란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투자배급사의 한 관계자도 "투자 분위기 위축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제작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리스크를 줄이려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기성 감독, 그것도 흥행과 작품성 등에서 검증받은 기성 감독을 선호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6월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28개 회원사들의 제작편수가 전년 상반기 대비 "25% 수준이다"고 밝히면서 "예년에 전체 한국영화 제작편수 가운데 40%, 점유율 기준 80% 가량을 차지한 회원사들의 제작 규모가 올해 상반기에는 6편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사상 최악의 상황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올해 흥행작들은 대부분 기성 감독들의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배우들은?

매니지먼트사의 한 임원은 "배우들에게는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중요하다"면서 "신인이든 기성이든 감독이 누구인지가, 시나리오의 참신함과 질적인 측면보다 앞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제작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감독이 누구인지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신인감독이 그다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은 한국영화계 위축된 투자분위기와 올해 들어 부진한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 이에 따른 제작편수 감소 등의 악순환에 기인한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하다.

문제는 향후 한국영화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큰 축의 하나인 '감독군'이 엷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충무로 한 관계자는 "이는 신인감독 특유의 참신하고 독창적인 기획 및 아이디어의 부재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또 "그들의 열정 등을 쏟아부을 수 있는 마당이 그 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은 한국영화의 두터운 제작 저변 등을 고려할 때 아쉬운 일이다"고 꼬집었다.

하반기 신인감독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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