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수천개 상보다 단 한 명의 관객이 소중"

윤여수 기자  |  2007.10.03 10:01
영화 '행복'의 주인공 황정민 ⓒ홍봉진 인턴기자

‘나쁜 남자.’

그런 남자가 있다면 영화 ‘행복’(감독 허진호?제작 라이필름, 영화사 집) 속 황정민의 캐릭터일까. ‘행복’의 첫 시사회에서 허진호 감독이나 배우 황정민은 그런 표현으로 캐릭터의 한 단면을 설명했다.

현실에 부대껴 퍼부은 술로 자칫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환자의 몸이 된 남자, 그러나 자신보다 더 위험한 폐 질환을 앓는 여자(임수정)의 온전하고 순수한 사랑은 그를 서서히 회복의 길로 이끈다. 정작 그리 됐을 때 남자는 현실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 곁을 떠나간다.

황정민은 “나쁜 남자요? 그렇게 축약해 표현하기엔 어렵지만 ‘참 불쌍한 사람이구나’ 하는 연민을 느끼게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몸의 아픔과 마음의 아픔은 모두 현실을 이기지 못하는 데서 찾아오는 것이라면 황정민은 극중 자신의 캐릭터 역시 “나 좀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으며 그래서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음 작품에서 더 착한 인물을 연기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행복’이란 작품을 선택하면서 허진호 감독의 영화 속 예전 캐릭터처럼 하고 싶지 않았다. 한 편으로는 직설적이면서 또 한 편으로 우유부단한, 그렇지만 또 감정을 드러내는 그런 인물이고 싶었다.

-당신이 말한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도 그런 것인가.

▶사실 영화 ‘너는 내 운명’ 속 내 캐릭터는 너무 근사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그 작품을 하고나서 참 좋은 말도 많이 들었지만 약간 죄송스럽기도 했다. 우직한 남성상이라면 그런 것이었지만 이젠 좀 더 인간적인 면모로 접근하고 싶었다. 사랑 이야기를 한다면 그렇게 현실적이고 싶었다. 그러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캐릭터에 만족하나보다.

▶우리네 삶이란 게 늘 맹세하지만 또 어느 순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 ‘행복’의 그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술도 끊고 현실에 적응해 살아가지만 어느 한 순간 날아가버린다. 그 남자의 삶도 고달프다.

영화 '행복'의 주인공 황정민 ⓒ홍봉진 인턴기자

-행복이 뭔가.

▶대단히 추상적인 것 같다.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행복이란 게 내 인생을 어떻게 좌지우지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마 뒤늦게 깨닫는, 그런 것일 게다. 영화 속 임수정의 말처럼 지금 순간이 중요한 것 같다.

영화 ‘행복’ 속에서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의 위협 앞에서 임수정은 당당하고 여유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것은 숱한 고통을 견뎌낸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그래서 더 넉넉한 표정이다. 그 때 임수정은 “지금 순간이 행복하면 된다”고 말한다.

-임수정과 작업은 어땠나.

▶많이 배웠다. 후반부로 가면서는 캐릭터의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아예 옆에 있지도 않았다. 일부러 그랬다. 그렇게 냉정하게 봐야 했다. 그런 순간에 느끼는 쾌감은 뭔지 모르겠다.

황정민은 ‘쾌감’이란 표현을 썼다. 멜로영화의 주인공으로서 남녀배우들은 함께 밥먹고 술마시며 숱한 대화를 나눈 뒤 카메라 앞에 선다. 그렇게 친해진 뒤에야 극중 캐릭터의 내밀한 감정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정민과 임수정은 그러지 않은 듯 보인다. 팍팍한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 부러 이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절친함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듯했고 그래서 배우 황정민은 그럴 때 배우로서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배우 황정민에게 현실적 욕망은 뭔가.

▶‘너, 연기 잘 하는 것 아는데 연기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들을 땐 가슴이 미어진다. 지금도 늘 머릿 속에 그런 말을 간직하고 있다. 어느 순간 큰 부담과 불편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연기력을 인정받아 상도 받았다. 멋진 수상소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상? 주면 고맙다. 하지만 상 받자고 연기하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수천개의 상보다 단 한 명이라도 관객이 내 영화를 봐주는 게 훨씬 좋다.(웃음)

영화 '행복'의 주인공 황정민 ⓒ홍봉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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