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도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드라마가 지향하는 복고는 1970, 80년대 미국 드라마다.
당시의 한국 드라마 제작 현실로는 따라갈 수 없었던 원대한 스케일의 외화 미니시리즈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70년대 '달라스', '야망의 계절' 등으로 시작, 칼라TV시대인 80년대로 넘어오며 대서사 로망을 원전으로 한 '가시나무새', '카인과 아벨', '에덴의 동쪽', '에덴으로 돌아오다' 등이 줄줄이 큰 인기를 얻었다.
욕망과 열정, 질투, 배반과 음모, 복수, 증오, 출생의 비밀 등이 어우러진 통속적 소재였지만 너른 땅덩어리의 이국적 풍광을 배경으로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얽힘을 다뤄 깊은 인상과 감동을 남겼다.
현재 한창 활동중인 작가와 PD들이 감수성 예민한 성장기를 보내던 이 시절 접했던 작품들에 대한 로망이 있기 때문일까. '카인과 아벨, '에덴의 동쪽', '자이언트' 등 내년 방송을 앞두고 준비중인 작품들은 제목부터 이러한 고전들을 본딴 대작들이다.
내년 2월 방송예정인 SBS '카인과 아벨'은 어린 시절 헤어진 친형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숙명을 담는다. 형사가 된 형은 지진희, 킬러가 된 동생은 소지섭이 맡아 이달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가질 예정이다.
어윈 쇼의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야망의 계절'(원제 Rich Man Poor Man, 1976)로부터 끊임없이 변주돼온 모범생 형과 불량한 동생이라는 형제 이야기의 연장이다. 억울하게 살해된 부모의 복수를 위해 상반된 삶을 살던 형제가 다시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MBC '이산' 후속으로 내년 4월 방송예정인 '에덴의 동쪽'은 한 날 한 시에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과 복수에 관한 이야기를 담게 될 예정이다. 홍콩, 마카오, 일본 등 아시아 일대를 돌며 웅장한 풍광을 담아낼 초대작이다.
두 남자 주인공이 한 날 한 시에 태어난다는 설정은 미국 드라마 '카인과 아벨'(1985)과 판박이다.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이들의 일대기를 50부작으로 그려낸다.
SBS가 준비중인 '자이언트'도 아직 가제이기는 하지만, 제목부터 거인의 삶을 다뤘음을 짐작케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자이언트'는 텍사스 석유왕 글렌 매카시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제임스 딘의 유작.
2008년 선보일 '자이언트'는 1920~3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전설적인 마피아 조직 보스이자 당시 할리우드 명배우들의 후견자였던 제이슨 리(한국명 이장손)의 일대기를 다룬다. 100% 현지 올 로케이션 제작을 준비중으로 할리우드 작품을 안방극장에서 보는 듯한 작품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그밖에 지난 8일 첫선을 보인 SBS 일일드라마 '그 여자가 무서워'의 경우에도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셀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에덴으로 돌아오다'(1983)의 모티프를 따왔다.
'에덴으로 돌아오다'는 호주의 재벌 상속녀가 남편의 계략으로 악어에게 잡아 먹히기 직전 기적적으로 살아나, 성형수술로 흉직한 상처를 제거하고 크게 변신한 후 슈퍼모델이 돼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그 여자가 무서워' 역시 연인의 배신 후 교통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얼굴 한 쪽이 망가진 여인이 세 차례 걸친 수술 끝에 멋진 모습을 갖게 된 후 자신의 고통과 절망을 앙갚음하게 된다. 제작진은 "사극에는 많지만 현대극 중에서 이야기가 재밌는 드라마 만나기 힘들다. 정말 재밌는 이야기가 넘치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을 위해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복고 컨셉트의 유행에 대해 SBS '카인과 아벨'의 허웅 책임프로듀서는 "드라마가 양적 증가를 하다보니 일반적인 연속극 스타일의 드라마에서 벗어나 보다 깊숙히 가슴이 울리는 소재를 찾게 된다. 그러다보니 옛 작품들에서 운명적으로 얽힌 스토리를 재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