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獨립영화, 毒립영화..길을 열다

윤여수 기자  |  2007.11.08 11:36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동백꽃', '파업전야',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고추말리기'(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 독립영화가 이제 관객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됐다.

독립영화가 그 전용관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독립영화 전용관인 인디 스페이스가 8일 그 문을 연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는 영화제 '독毒립영화'의 막을 올리고 21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철저히 상업적으로 기획되고 운영되는 멀티플렉스와 와이드 릴리즈 배급 방식 아래서 독립영화는 그 동안 설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해왔다. 제작비가 가져다주는 압박에서 자유롭고 그 소재와 주제면에서 상업영화가 드러내지 못하는 파격과 전복과 진실함의 이야기는 그런 환경에서 관객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독립영화 전용관의 개관은 영화계의 주목과 환영을 받고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인디 스페이스는 서울 명동 중앙시네마 3관을 오로지 독립영화 상영만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된다.

인디 스페이스측은 "장편 독립영화의 개봉을 기본 목적으로 관객에게 주류 상업영화와 다른 시각적 경험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 또는 도전적인 내용의 주제를 담은 영화"를 상영작의 기준으로 삼는다.

또 "노골적으로 상업적이지 않아서 경제적 리스크가 높아 마케팅이 곤란한 영화와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화, 자국영화 및 외국어 영화 중 주류를 겨냥하지 않은 영화"도 포함된다.

또 그 개봉 및 상영 방식도 일정한 원칙 아래 이뤄진다.

▶매월 1편 이상의 장편 독립영화를 개봉하고 ▶개봉작 당 최소 2주간의 상영을 보장하며 ▶관객 반응에 따라 교차 상영방식을 접목해 장기상영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이를 통해 그 동안 상업 주류영화에 밀려나 간판을 내려야했던 독립영화들이 안정된 공간에서 장기 상영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와 함께 인디 스페이스는 8일 '은하해방전선'을 개막작으로 '독毒립영화' 영화제에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파업전야',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고추말리기', '동백꽃', '후회하지 않아' 등 모두 18편의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인디 스페이스는 한국 독립영화의 정체성을 "毒을 치유하기 위한 다른 毒"이라고 표현했다.

또 독립영화는 "한국사회에서 묵인돼온 역사의 구멍을 메우는 毒이자 전해지지 않은 毒"이면서 "획일화한 주류 영화계에 다양성의 힘을 불어넣는 毒이자 치열하게 영화라는 매체를 고민하는 毒이며 한국사회와 영화를 위해 끝없는 해독작용을 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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