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부터 6년여간 주말 저녁을 사로잡았던 SBS '서세원의 좋은세상 만들기'. 시골에 거주하는 노부부가 타지에 나가있는 자식들에게 순수하게 소식을 전하는 영상편지는 이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남긴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한 이동통신업체 CF '고향부모' 편에서 패러디된 원전이다. "아들아, 아무 것도 필요없다, 연속극 옆집 가서 본다"고 외치는 노부부의 모습은 이 프로그램 전남 구례편에 실제 나왔던 한 촌로가 꾸밈없이 했던 멘트와 엇비슷하다.
'좋은세상 만들기'를 연출했던 이상훈(48) PD가 5년만에 TV로 돌아왔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후배PD에게 물려주고 2001~2002년 방송된 SBS 시트콤 '여고시절'을 선보인 후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돈텔파파'와 '마파도2', 두 편의 영화를 감독한 후 지난 11일 70분에서 150분으로 확대개편한 SBS '일요일이 좋다'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가 선보인 코너는 '좋은세상 만들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 한국 농촌총각에게 시집온 이주 여성들의 친정부모를 불러 시부모와 상견례를 해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 자신도 '깡촌'에서 읍내 나가 일하는 부모 대신 할머니 손에 자랐다는 이 PD는 영화 '마파도2'를 찍기 위해 전남 영광군 백수면에 6개월간 머문 것이 '사돈~'을 구상하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좋은세상~'을 만들 때만 해도 시골동네에 외국인 며느리가 한두 명 정도였는데, 10년만에 가보니 동네마다 서너명이 있고 면단위로 몇백명이라고 하더라구요. 농촌에서 결혼하는 가구중 반이 중국에서 온 조선족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몽골 등 아시아 각지에서 온 신부를 맞아요. 이들을 함께 보듬고 살아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마침 SBS 홍성주 제작본부장으로부터 휴머니티를 담은 오락을 추구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사돈~'을 내놨다. KBS 재직시 '전국노래자랑'을 연출하며 시골 노인들의 구수하고 생생한 입담으로 '무공해 웃음'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떠올렸다. 이것이 '좋은세상~'으로 이어졌고, 시청률 50%를 육박하며 웬만한 드라마 저리가라하는 붐을 일으켰다. '사돈~'을 통해서 한국적인 코드를 담은 가슴 따뜻해지는 웃음을 다시금 전파하려 한다.
"얼마전 19살난 베트남신부가 남편의 폭력으로 숨진 일도 있었지만, 그건 일부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농사짓는 촌에 나이어린 처녀가 시집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온동네 어른들이 기특해하고 예뻐해요. 또 아이를 낳으면 십몇년만에 동네에 태어난 신생아라며 아껴줍니다. 오히려 촌에서 말이 안통하고 피부색이 틀린 외국인에게 정을 베풀며 몸으로 국제화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우리의 본래 모습 아닐까요."
그는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 신부들의 고향을 도와주고 교류도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가난 때문에 머나먼 타국땅으로 시집왔지만 한국에서 희망차게 미래를 꾸리며, 현지 친구들을 한국 총각들에게 소개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도록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어 긍정적이다.
"이들 며느리들의 고향은 주요 공항에서 열몇시간씩 찾아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이에요. 첫회 방송된 베트남 신부 타이테이의 고향도 신발도 못신고 화장실도 없는 곳이에요. 괜히 시집에 돈을 요구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방송에는 내보내지 않았으나, 사위가 보내준 500만원으로 제대로된 집을 짓고 살고 있었어요. 친정부모들은 한국의 날씨가 춥다는 얘기를 듣고 사돈에게 줄 벙거지를 직접 털실로 떠서 선물로 가져온 것이죠.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더욱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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