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회장님'이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집'은 당연히 일반 제조업체 오너일가였다. 하지만 요즘 재벌 '회장님'은 증권, 운용사를 거느린 금융회사 경영자로, 해외펀드 사업에도 나선다. 또 잘나가는 남자 주인공의 직업 역시 판검사, 의사에서 '펀드매니저'로 변신했다.
올해 주식열풍에 펀드투자 '광풍'까지 불어닥치면서 '주식 자본주의 시대'가 열린 덕분이다.
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들도 드라마나 영화에 협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주인공은 '펀드매니저', 회장님은 '금융그룹 오너'
"죄송합니다. 이번에 사고난 러시아 송유관만 보수되면 문제 없습니다. 투자금 회수를 재고해주십시오."
주인공 남자가 쩔쩔매며 전화를 받는다. KBS 1TV 일일극 '미우나 고우나'의 주인공 나선재는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이지만 그가 운용하는 러시아펀드 수익률이 고꾸라지면서 어려움에 처한다. 결국 약혼녀를 배신하고 자신의 펀드에 투자하겠다는 부잣집딸 수아와 결혼을 결심한다.
MBC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겨울새'는 지난 1992년 방영된 김수현 작가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 고부간의 갈등을 다룬 내용이 요즘 시대와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지만, 배경은 사뭇 달라졌다.
남자 주인공 정도현의 아버지는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의 '회장님'이다. 도현은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사업에 열중하겠다고 나선다.
이에 앞서 일일시트콤으로 큰 인기를 누린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정준하는 '증권맨'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 운용사 증권사 PPL효과도 쏠쏠
드라마 속 위상이 높아진 만큼 증권사와 운용사들도 협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간접광고(PPL)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동시에 상품에 관한 지식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우나 고우나'의 촬영무대인 우리CS자산운용은 실제로 러시아에 투자하는
이스턴유럽주식펀드와 러시아익스플로러펀드를 운용한다. '겨울새'를 협찬하고 있는 삼성투신운용의 관계자는 "드라마 대본을 쓰기 전 작가들이 펀드 운용이나 중국펀드에 관한 배경지식에 관해 도움을 요청한다"며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펀드를 알게 돼 광고 효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운용사 외에도 '거침없이 하이킥'은 현대증권이, 사채업자 금나라가 등장한 SBS '쩐의 전쟁'은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이 협찬을 맡았다. 또 현대와이즈자산운용은 '겨울새'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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