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전윤수 감독 "한때 제작중단, 좌절할 시간 없었다"

윤여수 기자  |  2007.12.01 16:12
ⓒ사진=최용민 기자
"좌절할 시간이 없었다."

영화 '식객'은 지난 11월27일 현재까지 250만명 관객을 불러모은 뒤 300만 관객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허영만 원작의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식객'은 사실 개봉하기 전까지 신선한 소재와 기획말고는 흥행을 점치게 할 이렇다 할 요소가 많지 않았다.

김강우, 임원희 그리고 '식객'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이하나 등 주연급 배우들은 그닥 흥행작을 갖지 못한 채였다. '베사메무초'와 '파랑주의보'도 연출자 전윤수 감독의 재능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는 부족했다.

하지만 '식객'은 보란 듯이 흥행세를 달리고 있다. 음식과 요리사들의 대결 구도를 바탕에 깔고 인간애와 진심을 담아낸 영화는 지금, 관객의 지지를 한창 받고 있다.

그러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역시 제작비 문제였다. 제작비가 모자라 '식객'은 자칫 개봉은커녕 완성조차 하지 못할 위기에 맞닥뜨렸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완성됐고 연출자 전윤수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절망감은 더했을 법하다.

그러나 전윤수 감독은 "좌절할 시간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속으론 잘됐다 싶었다. 베스트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그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도중에 제작이 지연된 시간에 편집과 음향 등을 보완하는 작업에 충실했다.

요리사들의 대결을 큰 줄기로 삼았지만 사실 '식객'을 바라보는 기대 속에는 화면 속에 맛깔나게 담긴 음식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 또한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전윤수 감독은 "요리 영화가 아니다"며 드라마를 선택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런 데 대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줄 목적은 당초부터 없었다. 또 화려한 음식을 보여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요리 그 자체를 담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화면 분할 등을 통해 요리의 과정을 담아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 사람 이야기에 중점을 두다보니 그렇게 됐다.

-요리는 좋아하나.

▶강제규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하면서 강 감독님과 함께 시나리오를 쓸 때 합숙을 하며 요리를 내가 다했다.(웃음)

ⓒ사진=최용민 기자
그의 말대로 그는 '쉬리'의 조감독으로 일했다. 이 때 일한 경험은 '식객'을 만드는 데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

▶'쉬리'의 제작진은 총소리 등 효과적인 음향을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이 많았다. '식객'에서도 고기를 써는 소리, 도마질 소리, 소의 뼈를 정형하며 나는 소리 등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고심을 했다.

-어쨌든 요리는 중요한 소재다.

▶그 자체가 지닌 특별함에 끌렸다. 한국 최초로 요리를 주 소재로 그리는 영화라는 점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그건 새로움이다.

-허영만 작가의 원작이 지닌 힘도 흥행에 도움이 됐을까.

▶허영만 작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또 거기에선 발로 뛴 현장감이 느껴진다. 그건 영화를 만드는 데 힘이 된다. 그의 만화 속 캐릭터들의 얼굴 생김새를 들여다보면 캐릭터의 직업과 살아온 환경과 딱 맞아떨어진다 싶다. 허 작가는 사진집 등을 보며 캐릭터를 연구한다.

-원작이 지닌 대중성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부담스럽긴 했다. 원작을 보고 꼭 필요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원작의 '소고기 전쟁'편을 기반으로 좋은 에피소드를 모았다. 원작의 재미를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겸허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감동과 눈물과 웃음이 담긴 '종합선물세트'라는 관객의 찬사도 받는다. 가족 단위 관객 등 전 연령층에 걸친 관객들이 관람하고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

-관객이 '식객'을 통해 가져갔으면 하는 게 있다면.

▶마음 한 켠에서 아련하게 뭔가를 담아가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흔히 먹는 음식에 얽힌 사연은 곧 사람에 얽힌 사연이다. 살아있는 식재료와 이를 다루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행복하고 즐거운 관람이길 바란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멜로영화다. '미안해요'(가제)라는 작품이다. '사랑해'라는 말보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많이 하지 않나.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짠한' 감정을 담아낼 생각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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