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우 "성적 소수자, 우리와 다를바 없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7.12.25 10:40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겉으로만 본다면 김강우에게 2007년은 배우로서 최고의 한해였다.

주연을 맡은 영화 '식객'이 300만명을 넘어서 흥행배우 대열에 합류하게 됐으며, '경의선'으로 토리노국제영화제에서 주연상을 수상했다. 흥행과 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지 얼마 안돼 또 하나의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하지만 '가면' 개봉을 앞둔 요즘 김강우는 주위에서 "너는 더 기뻐해도 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만큼 올 한해 마지막에 찾아온 일들에 쉽게 들뜨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김강우는 올 3월부터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경의선'과 '식객', '가면'은 모두 지난해 뿌린 씨앗이 올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김강우 스스로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영화 개봉 때마다 바쁘기는 했지만 8개월 동안 백수였던 셈이죠. 연말에 많은 일들이 내게 일어나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드라마에 갑작스럽게 주연이 되고, 또 청춘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았지만, 세상은 그동안 김강우를 알아보지 못했다. 김강우는 남의 탓을 하지도, 자기 탓을 하지도 않은 채 그냥 자기 길을 걷기만 했다.

김강우는 "드라마 주인공이 되고 사람들이 알아보니깐 우쭐하기도 했죠. 하지만 부담이 더 컸어요. 어쩌면 늘 부담이 더 컸던게 날 조금이나마 발전시켰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이 시기를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사람들이 김강우가 '여기가 끝인가'라고 생각하게 되면 정말 끝이라고 생각해요. 상? 타고 싶었죠. 흥행? 하고 싶었죠. 하지만 상을 타고 흥행을 한다고 내 연기가 갑자기 좋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기에 '가면'에서 김강우는 좀 더 차가워질 수 있었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그는 이 영화에서 운명 같은 사랑을 한다. 거부하고 달아나고 피하지만 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랑. 자신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그 사랑을 연기하기 위해 김강우는 성적 소수자들과 만나고 또 이야기했다.

김강우는 "이해할 수 없는 없는 사랑이기에 그 분들께 묻고 또 물어봤어요. 그분들은 우리와 다를바가 없어요.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 뿐이죠"라고 고백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비극적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물을 그리려 김강우는 학창 시절 연기했던 '햄릿'을 떠올렸다.

이수경과의 베드신도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는 데 목적을 뒀다. 김강우는 "이 섹스가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또 뜨거운 것보다 불안함이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7시간 여 동안 땀을 흘리면서 계속 머리에 담아든 것은 "이 섹스가 절박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풍랑에 휘둘리면서도 안간힘을 쓰면서 버텨야 하는 '가면' 속의 모습은 그래서 어쩌면 배우 김강우와도 닮았다.

이래서 연륜이 필요하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경의선'과 최대한 두드러지지 않았어야 하는 '식객'을 거쳐 계속 혼자여야 하는 '가면'까지, 김강우는 내게 그 모습이 있을까라는 두려움 속에서 벌벌 떨면서 홀로 싸웠다.

"'식객'이 개봉하고 지금까지 50일 동안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던 시기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어차피 긴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죠. 오르막길, 내리막길, 일일이 생각하고 걷기 보다는 계속 지금의 나를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햄릿' 김강우는 작품마다 사느냐 죽느냐를 고민했다고 한다.

김강우는 아직까지 20대 초반에 색이 없는 인물로 떠올려진다. 그런 그이기에 차기작은 배우 인생에 있어서 큰 시험대일 것이다. 김강우가 햄릿이 될지, 리어왕이 될지, 아니면 그들의 창조자 셰익스피어가 될지, 김강우는 또 다시 사느냐 죽느냐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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