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 표민수PD "행복이란 내가 만드는 것"(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07.12.28 09:00


전과자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 KBS 2TV 미니시리즈 '인순이는 예쁘다'(극본 정유경·연출 표민수)가 28일 종영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6.4%(TNS미디어코리아 집계). 소박한 시청률이지만 "난 착해. 난 예뻐. 난 사랑스러워. 난 훌륭해"라는 인순이의 독백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안겼다.

앞서 '거짓말', '바보같은 사랑', '풀하우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등을 통해 명성을 쌓은 연출자 표민수 PD는 그 마지막 방송이 나가는 순간 여의도의 한 고깃집에서 조촐한 쫑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편집과 믹싱을 끝내고 방송 1시간을 채 앞두고서야 쫑파티 장소를 찾은 터. 김현주, 김민준, 이완, 나영희, 서효림 등 출연진과 스태프 수십명의 박수를 받으며 인사를 건넨 그는 "시원섭섭하다"고 이번 드라마를 끝낸 소감을 짤막하게 정리했다.

-공들인 드라마가 끝났다. 소감은?

▶시원섭섭하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전체 일정에 착오가 생겨서 막바지에 빠듯하게 촬영한 점이 아쉽다.

-'인순이는 예쁘다'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드라마이길 바라는지.

▶'좋은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보시는 분마다 다르겠지만 최선을 다했다. 보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으면 했다.

-인순이가 아니라 근수가 살인자라는 반전을 두고 논란이 있다.

▶인순이는 살인자다. 인순이는 협박 편지를 보냈고, 그 친구를 죽이고 싶어했고, 괴롭히기도 했다. 직접 도구를 쓰지는 않았지만 인순이와 근수는 둘 다 살인자다. 과연 누가 숨통을 끊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둘 모두 사람을 죽였다.

마지막회에 보면 인순이가 근수에게 이런 대사를 한다.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있고, 그렇기에 나 역시 용서받을 수 있다고. 마지막 숨통을 끊은 이가 근수였다는 건 반전이 아니다. '인순이는 예쁘다'는 그렇게까지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가 목숨을 잃게 했느냐는 중요치 않다.

적어도 인순이는 8년의 징역을 살며 벌을 받았다. 근수는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16년의 형벌을 내린 사람이다.

-할리우드 리메이크 제의까지 있었다는데.

▶신난다. 기분 좋다. 전과자라는 설정이나 캐릭터가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존 왕자를 벗어난 상우의 캐릭터. 보통 친구가 전과자라고 하면 '아니야 난 괜찮아'라고 해놓고 막상 전화를 하면 '시간 없으니 끊자'라고 하지 않겠나. 필요하지 않으면 굳이 내가 먼저 전화하지도 않을 것이고.

-근수와 인순이는 극과 극의 결말을 맞는다. 근수는 길에서 죽고, 인순이는 해피엔딩이다.

▶인순이는 처음부터 해피엔딩을 기획했다. 과연 우리가 보내고 있는 현재의 삶이 올바른가를 묻고 싶었으니까. 사실 죽음이란 건 중요하지 않다. 죽음이란 단절이 아닌 다리와 같은 것이다. 왜 많은 문호들이 죽음을 잠이라고 표현하겠느냐. 생이 100만년이라면 죽음이란 잠깐의 잠일 수 있는 거다. 사람들은 자고 일어나서 그 전의 일을 잘 잊지 않나. 근수의 죽음도 고통이 아니니 일종의 편안한 것이라 생각했다.

-전과자 여주인공이라는 설정에서 인간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떨치면 되고, 아픈 사람은 병에서 나으면 되지만 끝가지 지워지지 않는 건 뭘까, 또 내가 지웠다고 생각해도 타인이 지워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뭘까 생각했다. 하지만 또 사회적인 약자로서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다가 장애인과 전과자를 떠올렸다. 장애인은 천형이란 느낌이 강해 전과자로 가닥을 잡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 얼마나 얄팍하고 허점이 많은가도 함께 전하고 싶었다.

-인순이 김현주에 대한 평가는?

▶95% 연기나 느낌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느낌이나 캐릭터에 대해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김현주가 아니라면 인순이는 없었다. 5% 나머지는 편집과 외적인 다른 것 때문이다. 넘치지 않게 적정선을 꾸준히 유지했다는 것이 좋았다.

-인순이는 특히 언론이나 네티즌의 평에 이런 사람이 됐다 저런 사람이 됐다 한다.

▶네티즌의 평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람은 세상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세상이 나를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존재를 외부에서 찾고 의미를 세상이 찾아주길 바라는 건 거지 근성이다. 행복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인순이는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다.

-노희경 작가와의 새 작품을 준비중이다. 앞으로도 놓지 않을 테마가 있다면.

▶일단은 조금 쉬고 준비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인간에 대한 사랑이 테마가 되지 않을까. 소통과 관계, 제도 속에서 인간의 심리를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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