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나요. 나를 사랑하면~조금 내 내내내내내내 마음을 알아주면~"
인터넷 상에서 동영상을 보다보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이내 같은 구간이 반복되는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정보의 송수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 처리 속도 차를 흡수하는 '버퍼링'에 문제가 발생했을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를 개그 소재에 접목한 개그가 화제가 되고 있다. 단순 노랫말이나 고저장단에 의한 음악개그가 아닌 멀티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진화한 음악개그가 탄생된 것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버퍼링스' 코너가 그것. 엄경천(29)과 안윤상(26)은 이 코너를 통해 남성듀오로 변신, 노래를 선보이다가 똑같은 구간을 반복하는 '버퍼링'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이 코너는 단 1초의 실수도 허용치않는다. 한번 '삑사리'가 나면 반주와 노래가 따로 놀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수 못지않은 수준급의 노래실력은 인기몰이에 기름을 붓고 있다. 방송 8주만에 인터넷 동영상 다시보기에서 백만 클릭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가 하면, 각종 행사 섭외 1순위로 급부상했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이들을 만났다. "인터뷰는 많이 안해봐서 어색하다"는 말로 수줍게 말 문 연 두 사람은 이내 실제 개그무대를 보는 듯한 말솜씨로 웃음을 유발했다.
엄경천과 안윤상의 '3'이라는 공통점
안윤상은 지난해 KBS 22기 공채 개그맨이지만, 엄경천은 지난 2001년 SBS 6기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데뷔 8년차다. 8년만에 드디어 이름을 날리며 전성시대에 막 들어선 그다.
엄경천은 "고진감래다. 이 코너를 선보이기 전 3년 정도 개그를 떠난 적이 있다. 개그무대에서 선보인 여성스런 캐릭터가 많은 분들에게 강한 비호감으로 자리잡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면전에서 '재수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3년의 공백 동안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었다. 방송 전반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 다방면을 알아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인생공부의 기간이었다. 노점상도 해보고 많은 일을 했다. 그 시간속에서 배운 것들이 지금의 코너를 탄생케 했다"고 설명했다.
안윤상 역시 3이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이 있다. K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앞둔 3개월전부터 긴장감과 초조함이 밀려들었다. 시험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그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개인기를 선보이는 UCC동영상을 30편정도 제작해 공개했다. 그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공개한 30편의 동영상은 네티즌으로부터 모두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낳았다.
"30편의 개그를 올려서 이 가운데 가장 반응이 좋은 개그를 시험에서 선보이려고 준비했었다. 당시 제작한 동영상 가운데는 20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개그도 탄생됐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다. 개그시험을 볼 때는 자신감이 100%충전이 되어 있을 때였다."
'버퍼링스' 코너 역시 3개월이라는 준비기간이 있었다. 두 사람의 생각보다 빨리 개그무대에 올려져 감사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버퍼링스'가 순간적으로 탄생된 건 아니다. 이에앞서 이들은 '빈곤 합창단'을 선보였다. 이 코너는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고, 이내 무대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밴드부 출신인 엄경천과 평소 노래 잘부르기로 소문난 안윤상은 '음악개그를 통해 글로벌 시대를 맞자'는 공통의 신념을 부태우며 또다른 음악개그를 생각했다.
초반 이들이 생각한 음악개그는 '뮤직플레이어'. 작동, 멈춤, 반복으로 구성된 기계에 맞춰 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시초다. 이것에 거듭된 회의를 통해 점점 진화된 모습으로 탄생된 것이 바로 '버퍼링스'다.
"사실 이 코너는 작가가 없다. 우리가 직접 선곡하고, 배경음악 편집은 안윤상이 담당한다.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좋은 편집기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우리끼리 농담을 하곤 한다."
안윤상은 "사실 이 코너를 진행하기 전에는 컴퓨터에 대해 잘 몰랐다. 흔히들 하는 미니홈피가 없다. 이 코너를 하게되면서 컴퓨터와 점점 친해지고 있다. 편집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어렵더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염경천과 안윤상이지만 이들에게는 웃지못할 속사정도 있다. 그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안윤상은 아버지가 청각장애인으로 그리 넉넉한 집안 살림이 아니지만 언제나 입에서 감사가 떠나지 않았다.
"단 한번도 청각장애인 아버지가 작게 느껴진 적이 없다. 내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스러운 인물이고 최고의 아버지다. IMF 당시 친구 아버지들은 실직자가 되어 쉬고 계신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 아버지는 그때도 일을 하러 나가셨다. 내 아버지가 막일을 하시다고 사람들이 낮추어 볼 수 있지만 난 언제나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아버지를 위해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 외아들인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작지만 앞으로 부모님께서 더 많이 웃으실 수 있도록 기쁨을 선물해드리고 싶다. "
엄경천은 어린시절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업실패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고등학교시절 밴드활동을 하며 록가수를 꿈꿨지만 음악을 하기에는 생활이 어려워 '밥'보다도 좋았던 음악을 포기하고 다른 분야의 진출을 결심했다.
현재 '버퍼링스' 코너를 통해 록가수의 꿈을 음악개그를 통해 실현해낸 그다. 하지만 현재 이명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터라 남모를 고충이 많다.
"귀에서 굉음이 들리기 때문에 개그무대위에서 노래를 하다가 내가 박자를 놓치는 일이 왕왕 발생한다. 하지만 이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베토벤 역시 청각장애자였다. 베토벤은 청각장애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음악을 작곡했다. 장애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단지 일부에 불과하다. 내일은 오늘보다 행복하고, 그 다음날은 더 행복하다는 걸 나는 믿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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