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스카우트' '슈퍼맨', 광주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들

전형화 기자  |  2008.01.22 10:32


80년 광주는 더 이상 스크린에서 터부가 아니다.

지난해 730만명을 동원한 '화려한 휴가'가 봇물을 터뜨린 이후 상업영화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도 광주는 원죄처럼 낙인이 깊게 새겨져 있다.

'화려한 휴가'가 등장하기 전까지 '꽃잎' 등에서 그려진 광주는 아픔의 공간이었다.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성역으로서 광주에 다른 해석을 덧붙일 여지는 없었다.

변화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화려한 휴가'는 당시를 그대로 재연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이야기를 스펙터클한 영화적 소재로 변환시켰다는 지적도 받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화려한 휴가'는 재미를 추구했으며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광주를 기억하게 했다.

그 뒤를 이은 '스카우트'는 광주를 또 다른 식으로 기억했다.

'스카우트'는 초고교급 투수인 선동렬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광주로 급파된 대학교 스카우터가 광주항쟁 하루 전까지 현지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영화이다.

제작사는 광주 이야기가 전면에 부각되면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해 코믹극으로 마케팅을 펼쳤지만 영화는 5.18을 앞두고 매일 카운팅을 할 정도로 광주에 초점을 맞췄다.

그 당시 광주에 눈물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불온한 기색이 감돌지만 웃고 떠들고 로맨스도 펼쳐졌다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동안 그릴 수가 없었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도 광주는 등장한다.

슈퍼맨이라고 자신을 믿는 한 사나이가 과연 왜 '슈퍼맨'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야기의 단초 가운데 하나로써 광주를 소개한다.

정윤철 감독은 22일 열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기자간담회에서 "무의식 중에 광주가 (내게)이 영화를 만들게 한 것 같다"면서 "당시 광주에 있던 사람들도 정말로 슈퍼맨을 필요로 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물론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주된 이야기는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는 한 사나이가 펼치는 좋은 세상 만들기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빛이 가득한 마을'로 표현되는 광주를 슈퍼맨의 고향이라고 상상한 감독의 표현은 참신하다.

역사는 그렇게 영화에 의해 변주되고 또 변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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