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부진과 점유율 하락, 투자 분위기 위축과 수익성 악화의 악순환, 부가시장의 붕괴 등 지난해 한국영화는 '위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우회상장 등 주식 시장 진출과 해외 자본 등의 투입 등으로 지난 2006년 넘쳐나는 투자 자본이 만들어낸 다작의 시대는 흥행 부진으로 이어졌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 외화의 공세 또한 거셌다. 한국영화계는 지난해 그처럼 힘겨운 분위기에서 좀체로 벗어날 수 없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놓은 '2007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는 그런 힘겨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한국영화 점유율은 50.8%로 추정됐고 이는 전년대비 무려 13%가 낮아진 수치다. 또 흑자를 남긴 한국영화는 10편 중 1편꼴에 불과해 112편 가운데 11% 수준에 머물렀다. 개봉 한국영화의 평균 수익 및 수익률도 각각 -17.92억원, -43.0%로 극심한 침체의 분위기를 드러냈다.
한국영화 평균 상영일수도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2006년 190일, 2007년 153일로 줄었다. 수출도 마찬가지여서 전년대비 총액 기준 무려 절반이 줄어들었다.
이 같은 통계상 수치는 한국영화의 위기 상황을 보여주지만 그 속에서는 또 다른 희망도 자라나고 있는 듯 보인다. 한국영화 관계자들의 끊임없는 위기 탈출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으며 다양한 소재 및 장르의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비록 수출액은 줄었을망정 그 수출 계약의 내용의 변화로 인해 해외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보게도 한다.
# 제작비가 낮아졌다
영진위는 이번 자료에서 지난해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를 37억2000만원으로 집계했다. 순제작비는 35억4000만원으로 2006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마케팅비는 3억원 가량이 줄어들어 전체 제작비 수준이 낮아졌다.
여기에 10억원 미만 영화와 '디 워'처럼 비일반적인 제작규모 영화를 제외하면 평균 제작비는 48억1000만원 수준. 이 또한 전년대비 3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영진위는 "순제작비보다 마케팅비의 절감 규모가 3배에 달한다"면서 "영화계가 작품의 질은 유지하면서 제작비 거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006년까지 40억~50억원 규모의 영화가 전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많았던 데 비해 지난해에는 50억~60억원 규모의 영화가 24편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중급 규모의 영화들은 실제로 제작비가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고 영진위는 지적했다. 향후 제작비 규모에 대한 좀 더 실천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소재와 장르가 다양해졌다
지난해 전체 영화 흥행 톱10에는 서울 관객 기준으로 '디 워'와 '화려한 휴가', '미녀는 괴로워' 등 세 편에 불과했다. 2007년에는 '괴물' 등 모두 7편이었던 데 비해 한국영화의 흥행 부진 상황을 드러낸다.
하지만 한국영화 흥행 순위는 좀 더 밝은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영진위는 이른바 '조폭코미디'라고 불리는 영화들이 지난해에는 10위권에 한 편도 없으며 '세븐데이즈'(6위) 등 스릴러물이 순위에 올라 새로운 소재와 장르에 대한 관객의 수요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휴가'(2위)와 실화를 소재로 한 '그놈 목소리'(5위), 만화를 원작으로 한 '미녀는 괴로워'(3위)와 '식객'(4위) 등이 오리지널 시나리오 영화보다 관객이 반응이 좋았던 점도 특이하다고 영진위는 적었다.
2006년에도 '왕의 남자'와 '타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서사구조를 지닌 다른 장르의 작품을 영화화한 작품이 인기를 얻었다.
영진위는 이에 따라 "향후 소설과 연극, 만화 등 연관 장르와 연계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해외시장, 수익 배분 방식 늘었다
수치면에서 지난해 한국영화 수출 실적 역시 침체돼 전년 대비 50%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영진위는 한국영화 수출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해 눈길을 모은다.
지금까지 한국영화 수출은 "추가 수익에 대한 기대보다는 미니멈 개런티(MG, 최소한 계약금액을 받고 현지 배급 결과에 따라 추가 수익을 약정하는 방식)를 많이 받는 형태"에서 "추가 수익에 대한 지분을 높이는 방식의 계약 형태"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영진위는 "한국영화의 해외 배급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영화가 해외 개봉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영화 해외 개봉 실적이 축적되면서 한국영화에 대한 일정한 판단 기준이 생겨나고 사고파는 주체들이 공감하는 MG가격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영진위는 전했다. 이에 따라 MG 가격은 낮추되 추가 수익에 대한 지분을 높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계약금 없이 차후 수익만을 배분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
영진위는 지난해 이 같은 추가 수익이 1211만달러로 전체 수출총액 1228만달러에 근접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 작은영화, 관심 커졌다
지난해 10억원 미만 영화는 35편으로 전체 개봉작 112편 가운데 30%의 비중을 넘어섰다. 이는 2005년 16편, 2006년 25편보다 늘어난 수치다.
또 '우리학교', '원스', 등 다양성영화 및 독립영화 등 이른바 작은영화들의 흥행과 다양한 제작 방식의 도입 그리고 인디스페이스와 미로스페이스, 스폰지 하우스 등 다양성 영화 전용관의 증가(전국 30개 스크린) 등으로 작은영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관객수도 지난 2005년 164만6934명, 2006년 254만4973명에서 지난해 436만4749명으로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좀 더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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