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임신 다룬 '주노', 달콤씁쓸한 인생의 맛

김태은 기자  |  2008.02.11 17:54

유별날 것은 없는 얘기다. 10대 소녀가 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남자친구와 밤을 보내고는 덜컥 임신한 후, 태어날 아이를 위해 완벽한 양부모를 찾아나선다는 내용.

11일 언론시사된 미국영화 '주노'(감독 제이슨 라이트먼)는 한국영화평균제작비도 안되는 250만 달러(약 24억원)를 들여 미국 개봉10주차에 흥행수익 12억600만 달러(약 1195억원)를 돌파한 작지만 큰 영화다. 이 영화가 이토록 관객을 끌어모은 것은 한 16살 소녀 주노(엘렌 페이지 분)의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과정에서 달콤씁쓸한 인생의 맛이 느껴지는 데 있다.

주노는 일순 낙태를 결심하기도 하지만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여피족 마크(제이슨 베이트먼 분)-바네사(제니퍼 가너 분) 부부에게 입양시키기로 하고, 친엄마 같은 새엄마(앨리슨 제니 분)의 시중을 받으며 학업을 지속한다.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CF 음악 작곡가인 마크와 어울리다가 "유부남과 어울려 바네사에게 오해를 사지 말라"는 새엄마의 충고를 통해 어른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도 배우고, 그저 밴드에서 같이 연주하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섹스 대상으로 삼았던 블리커(마이클 세라 분)에 대한 질투의 감정도 경험한다.

좋은 아이 부모를 구한 것에 대한 안도감도 느끼며 씩씩하게 이 상황을 견뎌나가지만 모든 일이 계획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슴깊이 우러나는 첫사랑을 향한 애정, 모성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신의 등을 경험하며 성장한다.

주노를 의연한 듯 무심하게, 섬세한 표정으로 연기해낸 엘렌 페이지의 독특한 매력도 볼거리다. 덜 성숙한 몸매에 주근깨가 송송 솟았지만 눈밑 그늘로 인해 노숙함을 느끼게 하는 이 21살 배우는 매 상황에 어울리는 표정 변화, 흔들리는 눈동자로 끊임없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건드리는 감독의 능력도 특별하다. 주노가 남자친구와 나란히 앉아 기타를 치며 부르는 엔딩곡 '너만 좋은걸(Anyone else but you)'이 흐르는 순간, 이유를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큰 고비를 넘어 어른이 되가는 주노가 애잔하면서도 기특하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다만 언어의 차이로 톡톡 튀고 신랄하기까지 한 속사포 대사가 한국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될 지 미지수다. 스트리퍼 출신의 시나리오 작가 디아블로 코디는 '주노'로 각종 영화제의 각본상을 휩쓸고 미국작가조합이 주는 각본상까지 거머쥔, 할리우드의 혜성이다. 리듬감을 살린 재치 넘치는 대사가 압권이라는 평이다.

한편 딸의 임신을 놀라기는 하지만 덤덤히 받아들이는 부모의 행동은 단지 문화차에서 연유한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닥친 일을 받아들이고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이는 부분은 부모로서 배울만 하다.

참고로 여기서 '주노'라는 여주인공의 이름은 여성의 결혼과 출산을 수호하는 신화속 여신인 '헤라'의 로마식 이름이다.

'미성숙'으로 묶어 두려 해도 몸은 이미 성숙해진, 정신까지도 성숙할 준비가 돼있는 10대, 한 때 10대였던 이, 10대 아이를 둔 부모 모두에게 권한다. 21일 개봉.



베스트클릭

  1. 1방탄소년단 진, 스타플래닛 '8월의 기부 요정' 등극
  2. 2방탄소년단 지민, 글로벌 인기 투표 주간랭킹 172주 1위..'인기 제왕'
  3. 3이민정, 10년만에 낳은 딸.."나랑 닮았나?"
  4. 4"아기 위험해"..이지훈·아야네, 초보 엄빠의 실수→그렇게 부모가 된다 [★FOCUS]
  5. 5'내년 완공' 대전 新구장 '허프라'도 기대 중... 국내 최초 야구장 내 수영장·복층 불펜에 관심
  6. 6'손흥민 맨유전 선발 제외' 英 이토록 걱정하는데! 답답한 토트넘 감독 "컨디션 확인할 것" 사실상 출격 예고
  7. 7'40-40 못해도' 0:6→12:8 대역전극 만든 김도영 2안타, 왜 상대팀은 내야 땅볼에도 안심 못하나 [영상]
  8. 8"숨만 쉬고 있으려 했다" 강다니엘, 2번째 소속사 분쟁 심경[★FULL인터뷰]
  9. 9KBO 43년 역사상 최초 '5위 타이브레이커' 가능성 커졌다↑, 사령탑의 감사 인사 "만석 채우며 열성적 응원 감사"
  10. 10태형이와 커피 한잔~♥ 방탄소년단 뷔, '바리스타가 잘 어울리는 남자 아이돌' 1위

핫이슈

더보기

기획/연재

더보기

스타뉴스 단독

더보기

포토 슬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