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지금, 왜 스릴러인가

윤여수 기자  |  2008.02.21 10:35


영화 '추격자'가 개봉 일주일 만인 21일 현재 전국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야기의 탄탄한 구성이 가져다주는 긴장감과 속도감, 김윤석, 하정우 등 출연배우들의 열연 등이 빚어낸 영화의 성과는 나홍진이라는 걸출한 신인감독을 발견케하며 한국영화의 또 다른 기운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추격자'의 흥행과 호평은 '살인의 추억'이 거뒀던 성과 위에서 더욱 빛난다. 지난 2006년 1월부터 기획 및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한 나홍진 감독 등 제작진은 무려 30여회에 걸친 시나리오 수정 작업 끝에 영화를 완성해냈다.

이 같은 지난한 과정 속에서 '추격자'는, 스릴러라는 장르가 더 이상 한국영화의 '흥행 불모지'가 아님을 선언했다.

특히 지난해 '극락도 살인사건'으로부터 '검은집', '세븐데이즈', '궁녀', '더 게임' 등 정통 스릴러 혹은 스릴러의 기운이 가득한 이야기는 관객들의 시선을 자극했고 한국영화의 스릴러 장르는 이제 할리우드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적 완성도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추격자'의 성공은 이 같은 연장선에 서 있으며, 한국영화는 또 하나의 자산을 갖게 된 셈이다.

그럼, 왜 지금 스릴러일까.

충무로 관계자들은 한 마디로 "영상세대의 부상과 관객의 힘"에서 그 배경을 찾는다.

'추격자'의 제작사 영화사 비단길 이민희 기획 프로듀서의 말을 따라가보자.

"작품적 완성도가 높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자란 '영상세대'의 등장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7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 '영상세대'들은 자신들의 시청각적 경험에 따라 이야기를 구성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형식적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구성할 줄 아는" 이들은 자신들이 보아온 '웰메이드' 영화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으며 이를 스크린에 구현할 줄 알게 됐다.

여기에 "20대를 주축으로 한 관객들의 눈높이" 역시 스릴러 장르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힘이 됐다.

이 프로듀서는 "스릴러, 특히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웰메이드' 스릴러 외화에 이들 관객들은 익숙하다. 이들은 또 미국 드라마 등을 보며 탄탄한 스토리에 대한 갈망을 키워왔다"면서 "그들의 눈에 한국 스릴러영화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작품성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또 스릴러 영화가 지닌 장르적 특성은 이들 관객들의 시선을 자극한다.

영화 관계자들은 "웃음과 눈물, 드라마,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등 다양한 장르의 특장들이 한 무대에 모인 것"으로 스릴러를 규정한다. 그 만큼 잘 짜여진 구성 속에서 스릴러는 다양한 색깔로 변주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장르적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충무로에는 여전히 많은 스릴러 장르의 영화들이 기획되고 있다.

영화가 평균 2시간짜리 이야기라고 할 때, 스릴러는 창작자들의 의욕을 돋우는 데 있어 최적의 공간이 된다. 그래서 충무로는, 한국영화는 아직 스릴러 장르라는 무한한 무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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