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작은 섬마을에 ‘희망’을 기부하다

김장훈 서해안 기름제거 봉사활동 동행기

호도(충남)=김원겸 기자,   |  2008.02.23 09:40
김장훈이 호도에서 절벽에 달라붙은 타르를 제거하고 있다. ⓒ호도(충남)=홍봉진 기자 honggga@


60가구 200명이 모여 사는 작은 섬에 오랜만에 잔치가 벌어졌다. 노란 옷을 맞춰 입은, 육지에서 온 수백명의 사람들 때문에 섬사람들이 모처럼 활짝 웃고, 왁자지껄하다. 어촌계장, 부녀회장은 훤칠한 키의 남자의 손을 잡고 환영의 뜻을 표한다.

22일 오전 9시30분, 가수 김장훈이 기름제거작업을 할 자원봉사자 300명을 이끌고 도착한 충남 보령시 오천면 녹도리 호도(狐島)의 포구 앞 풍경이다.

대천항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 20분을 달리고, 대형 선박의 접안시설이 없어 작은 통발어선으로 갈아탄 후에야 도착할 수 있는 호도에서 이런 풍경은 지난 몇 달 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태안 앞바다에서 원유유출사고가 발생했고, 기름은 이웃한 보령을 삽시간에 덮쳤다. 호도에 기름덩어리들이 몰려왔을 때 어민들은 참혹한 섬의 모습에 모두 멍하니 넋이 나갔다고 한다. 웃음이 사라졌음은 물론이고 주민들은 실의에 빠지고 섬은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렸다.

천혜의 백사장을 자랑하는 호도 해수욕장에는 쌓인 기름이 발목을 덮었다. 주민들은 두 달을 매일처럼 기름제거작업을 벌였다. 육체적인 피로가 극심하게 쌓여갔다. 관광객이 끊기고 횟감이 팔려나가지 않아 한숨과 푸념도 동시에 쌓여갔다.

호도는 매주 1000명의 낚시꾼들이 찾을 만큼 외부사람들의 방문도 많아 수입도 괜찮았지만, 원유유출사고가 난 후로는 낚시꾼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추운 겨울이라 분위기마저 을씨년스러워졌다.

이런 마을에 김장훈으로 인해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어이구, 가수아녀? 사인하나 받아야겄네에~”, “키가 참 크구만~”, “사진 하나 찍어야 되는디이….”

기름제거작업을 마치고 평상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김장훈을 둘러싸고 아주머니들이 한 마디씩 반가움을 표시한다. 김장훈의 시선을 끌려고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손녀를 데리고 와서 괜히 인사를 시키기도 한다.

연예인을 실제로 볼 기회가 없었던 호도 주민들에게 김장훈은 더 이상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좋은 ‘구경거리’였다. ‘섬에 김장훈이 왔다’는 소식에 모두들 나왔고, 김장훈은 이들을 위해 ‘구경거리’가 돼줬다. 주민들은 서로 들뜬 목소리로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며 기름유출사고로 답답했던 것도 잠시 잊은 표정이다.

김장훈은 그렇게 섬사람들의 기쁨이 됐다.

이날 김장훈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부직포로 제거한 타르는 약 100포대에 이른다. 하지만 김장훈은 타르를 닦아낸 부직포 100포대보다 주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재활의지를 심어줬다는 점에서 더욱 더 큰 일을 해냈다.

기름 피해도 문제였지만 인근 태안에 비해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턱없이 적은 데 대한 허탈함이 주민들을 더 아프게 했다. 태안지역은 21일까지 100만명이 다녀갔지만, 보령시에는 고작 2만2000명이 다녀갔을 뿐이다. 하지만 김장훈으로 인해 섬이 모처럼 활기가 찾아왔다.

김장훈이 호도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섬에 도착하고 있다. ⓒ호도(충남)=홍봉진 기자


이번 봉사활동을 안내한 보령시 유류사고지원팀 강학서 팀장은 “타르제거를 해준 것도 주민들에게 상당히 큰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김장훈씨처럼 유명한 분이 이렇게 소외받는 곳을 찾아줬다는 점에서 섬사람들이 희망을 얻고 재활의지를 갖게 된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예인들이 몰래 왔다 몰래 가지 말고 김장훈씨처럼 알리고 오는 것이 더욱 더 큰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유명 연예인이 왔다갔다는 것을 알려야 아무도 오지 않는 이 곳을 한 명이라도 더 찾아줄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김장훈도 그런 의미로 이번 일을 대대적으로 계획했다.

지난해 12월, 원유유출사고로 마을은 시커먼 기름덩어리로 인해 아수라장이 됐고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절실했지만 모두들 태안으로만 몰렸다. 육체적인 피로도 힘들었지만, 자원봉사자 나아가 국민들에게 소외받고 있다는 아픔은 호도 주민들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김장훈은 이번 방문으로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다시 살아보겠다는 재활의지를 심어줬다. 어민들은 작업을 마치고 도시락을 먹는 김장훈을 둘러싸고 저마다 한마디씩 해가며 스스로 용기를 얻었다.

지난 9년간 40여억 원을 기부한 ‘기부천사’ 김장훈은 22일, 억만금으로도 살 수 없는 ‘희망’을 호도주민 200명에게 기부했다.

호도주민들은 이런 고마움을 미리 플래카드에 담아 포구에 걸어뒀다.

‘자원봉사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손길 잊지 않겠습니다.’

김장훈이 기름제거작업을 마치며 처참한 광경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호도(충남)=홍봉진 기자


김장훈과 자원봉사자 300명은은 22일 오전 6시 서울시청앞,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앞에서 집결해 각각 관광버스 8대에 나눠타고 충남 대천항에 도착, 다시 배편으로 호도에 도착했다.

섬에 도착해 약 20분을 걸어 산등성이를 넘어 기름제거작업을 벌일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은 끔찍했다. 절벽은 온통 타르가 들러붙어 번지르르했고, 바윗돌 사이로 타르가 들어앉았다.

김장훈도 다른 자원봉사들 틈에 섞여 타르 제거작업을 벌였다. 하얀 부직포는 금세 까매진다. 김장훈은 “끔찍하다. 내가 바윗돌들에게 이렇게 미안해보긴 처음이다”며 처첨한 심경을 들려준다.

작업은 간단치 않았다. 타르는 조청같이 점성이 강해 닦아도 잘 닦여지지 않았고, 특히 약 올리듯 손이 닿지 않은 돌 틈에 타르덩어리가 많았다. 모래 속으로 박힌 타르는 손으로 긁어 건져 올렸다. 바윗돌들을 뒤집어가며 타르 제거작업을 한다면 1평방미터에 적어도 2시간은 걸릴 듯했다.

안타깝게도 타르제거작업은 두 시간 만에 끝내야 했다. 밀물이 들어와 작업은 불가능했다.

김장훈은 보령시 관계자의 권유에 따라 다음엔 1박2일 일정으로 와서 새벽에 한번 오후에 한번 썰물때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23일에도 호도에서 기름제거작업을 벌이려고 했지만, 서해안에 내려진 풍랑주의보로 인해 호도를 빠져나와 태안에서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28, 29일 이틀간 다시 작업을 벌인 후 한달에 네 차례씩 서해안을 찾아 기름제거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김장훈은 언제까지 작업할 것이냐는 질문에 “완벽하게 복구될 때까지”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장훈은 이번 봉사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서해안을 살리는데 있다며 해수욕장 개장 직전인 5월에는 대규모 콘서트를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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