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어요' 4쌍, 이별 원할때까지 계속"

전성호 PD "커플들 행동에 제작진 관여 없어"

길혜성 기자  |  2008.03.31 16:41
MBC의 일요 간판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가 방영 3회 만에 방송가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고정 편성된 '우리 결혼했어요'는 신애-알렉스, 솔비-앤디, 사오리-정형돈, 서인영-크라운제이 등 가상 스타 커플 4쌍의 신혼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화면 속 4쌍의 가상 커플은 매회 마다 각양각색의 모습을 선보이며 때론 시청자들의 공감을, 때론 시청자들의 부러움과 질책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렇듯 방영 초기부터 시청자들에 대한 '감정 이입'에 성공시킨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 이 코너의 연출을 맡고 있는 MBC 예능국의 전성호 PD는 31일 오후 전화 인터뷰를 갖고 '우리 결혼했어요'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어줬다. 다음은 전PD와의 일문일답.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 '결혼'이란 소재를 접목시켰다는 게 이채롭다. 기획 의도에 대해 설명한다면.

▶저도 결혼을 한 입장에서, 연애와 결혼은 분명히 다르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에, 결혼한 뒤의 여러 모습들을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우리 결혼했어요'를 준비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 코너는 결혼의 '미리 보기' 쯤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또한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인 연예인들을 가상 신혼 생활의 주인공들로 선정했다.

-제작진의 관여 정도가 궁금하다. 어디까지 소위 '리얼'인가.

▶먼저 본 촬영 전에 출연진과 인터뷰를 굉장히 길게 한다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다. 이 과정을 통해 제작진은 출연진 개개인 각각의 특성 및 각 커플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낸다. 이후 제작진은 각 커플이 서로에게 감동 혹은 갈등을 느낄 만한 '큰 틀' 즉, 상황만을 제공한다. 이처럼 큰 틀을 제공하고 나면 제작진의 역할은 거의 끝난다고 보면 된다. 이후에는 각 커플들이 여러 상황 하에서 제작진의 관여 없이 스스로 행동하고 말하며, 이 모습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는다.

일례로 사전 인터뷰를 통해 서인영과 크라운제이 두 사람 모두 구두, 신발, 액세서리 등에 대해 애착이 굉장히 크다는 것은 알게 됐다.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 두 사람 모두에게 신혼집으로 각자의 구두, 신발, 액세서리, 화장품 등을 모두 가져오라 했다. 그랬더니 두 사람은 실제로 두 자신의 물건 등을 놓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장면은 그대로 시청자들에 전달됐다.

-현재 등장하고 있는 4쌍의 가상 커플은 언제까지 지속되는가.

▶처음에는 일정 촬영 기간이 지난 뒤 상대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는 'OX 게임'을 한 후, 둘 다 'O'를 든 커플은 지속시키고 한 사람이라도 X를 선택한 커플을 하차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제 촬영을 진행하며 모든 출연진이 진정성을 갖고 상대를 대하는 등 진솔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OX 게임' 등 인위적인 방법으로 커플을 찢어지게 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커플 각자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헤어짐을 결정할 때까지, 당분간 현재의 4쌍의 커플로 촬영을 이어갈 것이다.

-가상 커플을 엮을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점은.

▶사전 인터뷰를 충분히 한 뒤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 및 차이점이 많은 두 사람을 커플로 엮어 다양한 성향의 4쌍의 커플을 탄생시켰다. 커플을 정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은 출연진 각자의 혈액형과 별자리도 모두 알아봤다.

-앞으로 어떤 면에 중점을 두며 '우리 결혼했어요'를 이끌어 갈 것인가.

▶'화성에선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을 읽은 뒤 남녀가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서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실제 결혼한 입장에서도 남녀가 여러 면에서 많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의 방영분에서는 이런 모습들, 즉 결혼 생황에서 같은 상황에 대해 남녀 각각이 느끼는 차이점을 좀 더 디테일하게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다. 다소 무거울 수도 있겠지만 프로그램의 '깊이'는 더 깊어지고 '폭'은 확장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를 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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