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영-솔비, '문제女'들이 뜨기까지

김현록 기자  |  2008.04.16 16:17


서인영과 솔비. 아름다우며 섹시하며 노래도 하는 그룹 출신 가수. 그러나 이 둘의 이미지가 결코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은근한 백치미에 '신상(품)' 밝히는 된장녀와 왕년에 좀 놀았을 법한 날라리 불량소녀는 두 사람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그러나 서인영과 솔비는 요즘 이른바 가장 '핫'한 예능프로그램의 주인공이다.

서인영은 그룹 주얼리의 막내로 출발한 섹시가수의 대표주자다. 선배들의 그늘에 잠시 가려 있는 듯했던 그녀는 털기춤과 치골댄스로 일약 섹시 스타덤에 올랐다. 정통 방송언어보다는 수다에 능했던 탓에 그 가운데서도 예능에서는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던 그녀는 끈질기게 따라붙는 리얼리티쇼의 카메라를 통해 본색을 드러내는 중이다.

그룹 타이푼의 보컬인 솔비는 노래보다는 예능프로그램의 돌출 발언 등을 통해 입지를 굳힌 스타다. 가요계의 불황 속에 가수로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독한 멘트를 미덕으로 여기는 요즘의 버라이어티에 훌륭하게 적응했다. 게다가 선배의 으름장에 결코 눌리지 않는 깡다구와 "그래 나 좀 놀았다" 식의 돌출 발언은 '불량소녀'의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의 새로운 진면목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다. 카메라가 설치된 집에 가상의 신혼커플들을 두고 이들의 부딪힘과 어울림을 잡아내는 이 프로그램은 젊은 스타 부부부터 이들의 아늑한 신혼집까지 모든 게 설정 투성이지만, 워낙 가까이서 주인공들을 잡아내는 탓에 희한한 리얼리티를 획득했다.

그 속의 서인영은 '신상'에 목매는 이른바 '된장녀'다. 살림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남편(?) 크라운제이가 미국에 다녀오면서 '신상' 선물 하나 사오지 못했다고 떼를 쓰는 그녀는 1년여 전만 해도 새로운 트렌드이자 개념없는 비판의 대상으로 세간에 오르내렸던 된장녀로서의 모습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Mnet의 '서인영의 카이스트'에선 백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신상품 구두를 사주겠다는 제작진의 미끼에 돌연 표정을 바꾸어 출연을 결심하는 모습이 등장할 정도다.)

이런 그녀에게서는 10대에 연예게에 데뷔해 그 속에서 자란 철없는 스타의 이미지가 읽힌다. (재기를 노리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떠올려 보시길.) 그러나 적당한 수줍음 덕에 과도하게 호기롭지도 않다. (마약에, 이혼에, 기행을 일삼는 브리트니와 다시 비교해 보시길.) 해외 연예뉴스를 통해 '상 된장녀' 패리스 힐튼에도 익숙해진 네티즌과 시청자들의 눈에 서인영의 모습은 '귀엽게'만 보이는 것 같다.

'불량소녀' 솔비는 시청자들과의 거리감을 더욱 좁혀가는 중이다. 앤디와 알콩달콩 신혼 살림을 꾸리며 '둘이 그냥 사귀어라'라는 요구에 시달리는 솔비.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많은 떼쟁이지만 번쩍 안아 침대에 올려 준 신랑 앤디의 작은 행동에 행복감에 빠지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간혹 불량기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나긋나긋 부드러운 파트너 앤디 덕택에 달콤함에 빠진 소녀의 모습만이 부각된다.

더욱이 '불량소녀' 솔비는 마트 장보기에 능하고 시식 코너에 강한 생활인의 면모를 보이며 생활력 강한 억척녀의 이미지를 더했다. 더욱이 (타 프로에서 특히) 끈질기게 따라붙는 살 좀 빼라는 핀잔에 대처하는 그녀의 모습은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닮지 않았나.

남자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지만 정작 여성들에게서는 그다지 긍정적인 이미지를 끌어내지 못했던 두 여자는 새로운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듯 하다. 사생활까지 파고드는 카메라에 등장한 두 사람의 당당함도 주요하지만 이런 문제녀들까지 받아들일 만큼 우리 시청자들이 더욱 너그러워졌다는 것 또한 사랑받는 문제녀를 만들어낸 배경이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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