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윤은 운이 좋았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복학생으로 떴을 때나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게 됐을 때나 다시 ‘닥터피쉬’로 ‘개콘’에 돌아왔을 때나 언제나 운이 좋았다.
개그맨들이 꿈꾸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입성도 손쉬웠으며, ‘개콘’에서 손대는 코너마다 뻥뻥 터졌다. 이제 유세윤은 5월1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호튼’에 목소리 연기까지 소화했다. 개그맨으로서 도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을 맛본 상태이다.
유세윤은 “운이 좋은 면도 있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연기, MC, 개그 등 모든 부분에 도전해 보고 싶다. 그리고 어떤 것을 제일 한다고 인정하면 그것을 계속 해보고 싶다”고 이내 욕심을 드러냈다.
그에게는 개그맨들이 흔히 겪는 짧은 인기에 대한 공포, 버라이어티로의 탈출에 대한 강박, 지방행사에 대한 갈등이 없어 보였다. 그냥 ‘건방진 도사’처럼 건들건들한 청년으로도 비췄다.
과연 그럴까? 불행하지 않으면 남을 웃길 수 없다는 개그계의 정석이 유세윤에게는 안통할까? 유세윤 역시 ‘호튼’에서 연기한 시장처럼 티끌보다 더 작은 세계를 지키려 안달복달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를 만났다.
-‘호튼’에 목소리 연기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원래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연기에 욕심이 계속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호튼’에서는 내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를 내보고 싶었다. 하지만 원래 목소리가 더 잘어울린다고 해서 그게 좀 아쉽다.
-유재석이나 김용만, 정형돈 등 애니메이션에 목소리 연기를 한 다른 개그맨과 비교가 될텐데.
▶누구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원래 안한다. 난 나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낮다. 그 기준보다 더 잘하기만 하면 된다. 난 항상 스스로를 행복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목소리 연기 뿐 아니라 정극 연기에도 관심이 많은가.
▶물론이다. 기회만 되면 꼭 연기를 하고 싶다. MC나 개그, 연기까지 다양한 것을 해본 뒤 사람들이 제일 잘한다고 하는 것을 계속 하고 싶다.
-남들이 다 싫다고 한다면.
▶그럼 다시 지방 행사를 열심히 다니면 된다. ‘페이’만 낮추면 갈수 있는 곳이 많다. 나를 원하는 곳은 무척 많다.(웃음)
-원래 ‘무릎팍 도사’의 건방진 도사처럼 건방진 면이 있나.
▶어느 정도 실제 그런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도 많다. 똑같이 바빠서 사인을 못해주게 되도 요즘은 사람들이 ‘건방져서 그렇다’라는 말을 일부러 내가 들리게 한다.
-강호동 덕에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다. ‘강호동 라인’인가.
▶강호동 라인이라고 하고 싶어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밖에 없어서.(웃음) 이경규 선배나 유재석 선배와는 달리 사실 호동 선배가 안고 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사람 중 건방진 도사 컨셉트 때문에 오해한 사람은 없었나.
-강호동이나 유재석 같은 MC에 욕심이 있나.
▶솔직히 말하자면 없다. 아니 사실 잘 모르겠다. 난 1인자 역을 잘못한다. 반장보다는 부반장이 내게 어울린다. 예전에는 누구를 닮고 싶냐고 물어보면 그냥 몇몇 선배들을 꼽았지만 내가 그분들처럼 되고 싶다거나 그 일을 꼭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다.
난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되고 싶은 것은 별로 없다. 이경규 선배처럼 영화감독도 하고 싶고, 주성치처럼 영화를 만들고 싶기도 하다. 공연장을 갖고 언제나 무대에 서고 싶기도 하다.
-다른 개그맨들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일찍부터 잘 풀렸기 때문인가.
▶걱정도 물론 있다. 하지만 미리 걱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목표를 미리 정해놓지 않는 것처럼. 주위에서 자꾸 급하게 몰아서 그렇지 정작 나는 천천히 가고 싶다. 남들은 나를 차세대MC로 거론하는데 그냥 곁에서 몇마디 거들었던 것뿐이지 한 게 없다. 그냥 35살 정도 되면 무엇인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유상무 장동민 등 ‘개콘’ 동기들이 질투할 것도 같다.
▶아주 많이 한다. 구체적으로 내가 행단보도에서 자기들을 뒤돌아보다가 차에 치어 죽었으면 좋겠다고 까지 한다.(웃음) 우리들은 서로에 대한 질투나 시기, 불행이나 행복들을 항상 웃음거리로 활용한다.
한번은 누가 가장 불행했는지 이야기를 시작해 서로 가정사를 다 드러내면서 한창 웃었다. 누구는 아빠가 엄마를 총으로 쏘고, 누구는 칼을 휘두르기도 하고. 개그맨들은 다 불행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웃음을 주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지내다보니 그들과 함께라면 내가 잘돼도 웃음거리고, 안돼도 웃음거리다. 그러니 가장 편하고 부담이 없다.
-‘개콘’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왔었는데 ‘닥터피쉬’로 다시 돌아왔다.
▶내가 ‘호튼’을 하고 싶어서 했던 것처럼 ‘개콘’도 내가 하고 싶어서 돌아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곳은 ‘개콘’ 밖에 없다. ‘닥터피쉬’는 딱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사람들이 반응을 보여주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좋아하는 사람과 그게 뭐냐는 사람이 딱 갈린다. 난 그런 반응이 기대됐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닥터피쉬’는 오래 못갈 것 같다.
사실 내가 주도해서 만든 코너는 대부분 일찍 사라졌다. ‘사랑의 카운슬러’도 사실 강유미가 이끈 게 아닌가. 난 1인자 역은 잘못한다.
-5년째 사귄 여자친구가 있는데 강유미와 자꾸 스캔들이 나는 것에 대해 싫어하지는 않나.
▶예쁜 사람하고 스캔들이 나면 싫어할텐데.(웃음) 일 때문에 늘 함께 있는 것을 잘 이해해준다. 여자친구와 결혼은 아직까지 생각이 없다. 내가 아직 붕 떠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준형 정종철 등 ‘개콘’ 선배들이 타 방송사 프로그램으로 떠났는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할 수도 있다. 방송사끼리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개그맨들은 늘 보고 통하는 사람들인데, 뭐.
-KBS 개그맨 시험을 첫해 떨어지고 그 다음해에 붙었다. 요즘 ‘개그고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때는 구성력이나 기획력을 많이 봤다. 그런데 요즘은 그것은 물론이고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원하는 것 같다. 애드립이나 즉흥적인 대처를 많이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면접볼 때 말을 많이 시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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