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관중과 수백만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빅매치' 축구경기에서 자신의 결정적인 실수로 팀이 패배했다면 과연 어떤 심정일까?
23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첼시-리버풀의 4강 1차전. 1대0으로 앞서며 첫경기를 잡고 결승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 같던 리버풀. 그러나 경기종료 10초전 욘 아르네 리세(노르웨이)의 결정적인 자책골로 고지에서 내려와야 했다.
리세는 고개를 떨구고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리버풀의 수만 관중도 침묵을 지켰다. 모든 시선이 리세에게 쏠렸다. 그는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축구에서 자책골(자살골)은 팀에게도 선수에게도 잔인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 최근 선수보호 차원에서 자책골을 공식집계하지 않지만 자책골을 기록한 선수는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1994년 미국월드컵 콜롬비아와 미국의 조별예선. 콜롬비아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상대의 땅볼 크로스를 잘못 걷어내 자책골을 넣고 말았다. 결국 콜롬비아는 이 경기에서 1대2로 졌고, 예선탈락했다. 귀국 후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에스코바르는 움베르토 무노스에게 총을 맞고 숨졌다.
자책골을 기록한 팀과 선수에겐 예상치 못한 비극을 가져다 주지만 자책골 덕분에 기사회생하는 팀도 있다.
리세의 자책골로 결승진출에 유리해진 첼시는 지난 4월초 8강전에서도 상대팀의 자책골 덕을 톡톡히 봤다. 페네르바체와의 1차전에서 첼시는 상대팀 공격수 데이비드의 자책골 덕분에 원정경기 1골을 기록한 뒤 2차전에서 2대0으로 이겨 4강에 진출했다.
자책골에 얽힌 재미있는 기록과 에피소드도 많다. 인터넷에선 '골보다 멋진 자책골 동영상'이 네티즌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2002년 11월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 프로축구에서는 자책골 때문에 149대0이라는 진기록이 나왔다. 원정팀 SOE가 심판판정에 대한 항의표시로 계속해서 자책골을 넣은 것이다.
1995~96시즌 벨기에 리그에선 스탄 반 덴 부아이스라는 선수가 '자살골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자책골을 3골이나 넣으면서 상대팀은 1골도 넣지 않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스코틀랜드 2부리그에선 2분만에 2골의 자책골이 나와 최단시간 연속 자책골의 기록이 됐다. 1976년 잉글랜드 리그에선 아스톤빌라의 수비수 니콜이 자책골 2골, 득점 2골로 2대2 스코어를 혼자서 만들기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자책골이 화제가 됐다. 한국팀과 같은 조였던 포르투갈과 미국의 조별예선전에서 두팀은 각각 1골씩 자책골을 주고 받았다. 이 경기에서 패배한 포르투갈은 한국팀에게도 져 예선탈락했다.
K리그에선 지난시즌 서울과 포항의 경기 때 포항이 전반에만 2골의 자책골을 넣어 0대3으로 진 적이 있었다. K리그 통산 두번째의 한팀 2자책골 기록이었다.
맨유의 박지성은 유럽 진출 이후 두 번의 자살골 해프닝을 겪었다. 2006년 4월 풀럼전에서 프리미어리그 첫골을 기록했지만 경기 후 프리미어리그 득점판정단에 의해 풀럼의 자책골로 판정돼 데뷔골을 뒤로 미뤄야 했다.
또 2007년 2월10일에는 인터넷에서 박지성이 자살골을 기록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박지성 자살골'이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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