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2', 아기자기한 원작 매력은 어디?

[너 영화? 나 김유준이야!]

김유준   |  2008.05.21 07:34


아슬란 왕이 텔마르 군대와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마지막 장면은 많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먼저, 아슬란이 고함을 쳐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모습에서 '삼국지'의 장판교 싸움이 떠올랐다. 나무들이 가지를 뒤흔들어 병사들을 물리칠 때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스쳐지나갔다. 땅바닥이 꺼지는 장면에서는 '콜드 마운틴'의 처참한 전투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어린 네 남매가 환상의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에서 살벌한 전투 장면들이 연상되는 것은, 아무리 양보해도 정상이 아니다.

상업영화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고 제작진은 아무래도 ‘자금 회수’에 신경 쓰게 된다. 그 점 이해한다. 그 자금을 회수하려면 관람 대상층이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 특정 계층만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처럼 관람 대상층을 넓히려는 식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C. S. 루이스의 원작을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처럼 만든 것은, 마치 'E.T.'를 '에일리언'처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나니아 연대기'는 기본적으로 어린아이가 주인공이다. 다른 등장인물도 마찬가지다. 쥐, 수달, 비버 따위가 등장하며 심지어 말까지 한다. 이야기 구성 자체도 어린이 취향이다. 살짝살짝 억지인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미라즈 왕이 막강한 전력의 군대를 이끌고 와서 나니아를 멸망시키려는 장면만 해도 그렇다. 금방이라도 명줄을 끊어놓을 듯 기세등등하더니 어린 사자(使者)의 말장난에 놀아나 피터와 1대1 대결을 펼친다. 그러려니 하고 보면 굳이 못 봐낼 것도 없겠지만 ‘현실성’ 없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물론 '나니아 연대기'는 판타지 이야기다. 하지만 그 환상의 바탕에는 어디까지나 현실성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이야기의 인과 관계가 분명해야 한다는 말이다(현실 가능한 마법을 펼치라는 따위의 주장은 물론 아니다).

아슬란이 마지막에야 아슬아슬하게 등장하는 설정도 우스꽝스럽다. 그 동안 어디서 뭣하다가 백성들이 다 죽을 지경이 되어서야 나타나는가. 일단 한 번 나타나면 갈등 따윈 없다. 고함 한 번이면 온 세상이 평정된다. 그 동안 딴청부리던 왕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도 유능하다.

'디 워' 논란 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쓰인 무대 기법의 하나. 기중기와 같은 것을 이용하여 갑자기 신이 공중에서 나타나 위급하고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는 수법)’는 이럴 때 써야 하는 낱말이다. 그런 이야기를 대규모 전쟁 영화처럼 만든 것은, 장난감 칼날을 회칼처럼 벼린 격이다.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앤드류 애덤슨 감독은 그 실패를 ‘스펙터클’ 탓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캐스피언 왕자'가 마치 전쟁 영화처럼 완성된 것은 그 때문이지 싶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전작이 실패한 것은 아기자기한 원작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탓이지 그림과 규모의 문제는 아니었다. 아무리 스케일을 늘려도 그 속에서 활개 치는 영웅이 어린 네 남매일 때, 어른들은 좀처럼 감정을 이입시키지 못한다. 차라리 전투 장면을 줄이고 등장인물들의 앙증맞은 매력을 부각시켰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김유준 에스콰이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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