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여신에 안긴 맨유, '더블크라운' 달성

'선제골' 호날두 승부차기 실축 천국지옥 오가…박지성은 결장

조철희 기자  |  2008.05.22 09:39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소식을 전한 맨유 한국어판 홈페이지(www.manutd.kr)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컵의 향방을 가른 것은 이번에도 승부차기였다.

22일 새벽(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2007~20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FC의 결승전. 120분 동안 1대1 스코어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팀은 승부차기 끝에 맨유가 6대5로 승리하며 영예의 우승컵을 차지했다.

전반 26분 맨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선제골과 전반 종료 직전 첼시 프랭크 램파드의 동점골로 스코어는 1대1. 양팀은 치열한 공방을 펼치며 경기 내내 팽팽한 균형을 이어갔다.

연장전에 들어가서도 승부는 좀처럼 갈리지 않았다. 첼시는 후반전에 이어 두번째로 골대를 맞췄고 맨유도 결정적인 찬스를 몇차례 놓쳤다.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에 들어갔고 양팀 선수들은 '행운의 여신'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했다.

맨유의 세번째 키커로 나선 호날두. 그는 평소 리그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도맡아 찰 정도로 강하고 정확한 킥력을 자랑한다. 이날 경기에서도 선제골을 올리며 맹활약한 그의 컨디션은 절정에 달한 상태. 그러나 그가 찬 공은 첼시 골기퍼 페트르 체흐에게 방향을 읽히며 완벽하게 막히고 말았다.

호날두의 실축으로 1점차 리드를 이어가던 첼시는 마지막 키커로 나선 주장 존 테리가 골을 성공시키면 팀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존 테리 공을 차는 순간 바닥에 미끄러지면서 어이없이 실축하고 말았다. 1994년 미국월드컵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최고의 공격수 로베르토 바조가 마지막 승부차기 킥을 허공으로 날렸던 모습이 연상되는 장면이었다.

결국 첼시의 일곱번째 키커 니콜라스 아넬카의 킥이 맨유 골기퍼 에드윈 반데사르의 선방에 막히며 맨유의 승리로 경기는 막을 내렸다.

↑맨유-첼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소식을 전한 유럽축구연맹(UEFA) 한국어판 홈페이지(kr.uefa.com)

단판승부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유독 승부차기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 이후 열린 총 9회의 결승전 중 네차례나 승부차기로 우승팀이 갈렸다.

가까이는 2004~2005 시즌 리버풀과 AC밀란의 결승전에서 리버풀이 승부차기 끝에 극적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2~2003 AC밀란-유벤투스, 2000~2001 바이에른 뮌헨-발렌시아의 결승전도 승부차기에서 우승팀을 가렸다.

승부차기에서는 '운'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골문에서 11m 떨어진 지점에서 키커가 찬 공은 0.5초 안에 골라인을 통과한다. 골키퍼의 반응속도는 0.66초 이상. 따라서 과학적으로 성공률은 100%. 그러나 키커의 심리적인 압박은 이 확률조차 무너뜨릴 정도여서 실제로는 약 70%의 성공률 밖에 안된다.

중요한 경기의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에서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실축을 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이날 경기에서 실축한 호날두나 아넬카 모두 이 시대 최고의 공격수다. 특히 호날두는 지난달 24일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도 페널티킥을 실축한 적이 있다.

세계최고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유로2004 조별리그에서 연이어 실축하며 다시는 페널티킥을 차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박지성은 출전명단에서조차 제외되면서 아시아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선수라는 영광을 뒤로 미뤄 팬들의 아쉬움을 남겼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해 올시즌 '더블 크라운'(정규리그·챔피언스리그 2관왕)을 달성했다. 맨유의 이번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1967~1968 시즌, 1998~1999 시즌에 이어 세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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