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4', 존스 박사 캐릭터 맞아?

[너 영화? 나 김유준이야!]

김유준   |  2008.05.28 08:22

많은 사람이 그랬겠지만 나 또한 인디아나 존스의 네 번째 이야기를 오래 기다려왔다. 그런 만큼 반갑기 그지없고, 또 그런 만큼 실망도 크다. 특히 데이비드 코엡의 시나리오는 영 마뜩찮다.

크리스털 해골을 찾아 나스카 유적을 뒤진다는 설정까지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외계인의 흔적’ ‘소련 공산당’ ‘원자탄’ ‘매카시즘’ 따위의 소재만큼은 다른 영웅들에게 맡겼어야 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성서의 신비를 캐러 오지를 돌아다니며 나치와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시리즈의 광팬인 당신에게 4편이 왠지 낯설고 뜨악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19년 만에 돌아왔기 때문이 아니다. 시나리오가 존스 박사라는 캐릭터를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월이 흘렀다. 존스 박사도 늙었다. 예전처럼 4편에서도 세계 대전의 분위기를 풍기며 나치와 맞대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1950년대 시대 상황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고대 문명의 보물을 외계인의 지식으로 대치하고 종교의 신비를 진보된 과학과 맞바꾼 4편의 시도는, 인디아나 존스의 정체성을 한껏 부정한 것 같아 팬으로서 영 섭섭하다(외계인을 황당무계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존재를 믿는 쪽이다. “그렇지 않다면 공간의 엄청난 낭비”라는 칼 세이건의 말은 정말 그럴 듯하다. 다만 인디아나 존스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스필버그는 좋아했지만 루카스가 싫어했다는 프랭크 다라본트('쇼생크 탈출' '미스트')의 시나리오가 어땠는지, '식스 센스'의 나이트 샤말란이 써서 퇴짜 맞았다는 시나리오는 또 어땠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스필버그의 연출은 네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 명불허전(名不虛傳).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그를 능가할 자를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장면 사이사이마다 예전 인디아나 존스의 향기를 심어놓는 기술(또는 배려?)도 발군이다. 유머도 여전하다. 다만 이전 시리즈에서 보지 못한 억지 상황이 눈에 띄어 좀 거슬린다. 존스 박사 일행과 소련군이 자동차 추격을 벌이는 장면이 특히 그러한데, 머트(샤이어 라보프)와 이리나 스팔코(케이트 블란쳇)가 달리는 차 두 대의 보닛 위에 각각 서서 칼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박진감 넘치기보다는 우스꽝스럽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특히 해리슨 포드의 연기는 예전과 다르지 않다. 허풍 떨거나 난처할 때 짓는 두 가지 표정이 그보다 더 매력적인 배우는 찾기 힘들다. 포드가 인디아나 존스 캐릭터에 안성맞춤인 것은 그 때문이다.

머트, 스팔코, 마리온(캐런 앨런), 맥(레이 윈스턴), 옥슬리(존 허트) 같은 나머지 등장인물의 연기는 무난한 편이지만 대단하지는 않다. 배우들 지명도에 비해 연기가 그다지 훌륭해 보이지 않는 건 연기력 때문이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평면적인 캐릭터 탓이 크다. 케이트 블란쳇은 의심할 여지없이 명배우지만, 이리나 스팔코는 그저 단순한 악당일 뿐이다. 보물 대신 지식을 찾아 헤매는 게 여느 악당들과 다른 점이랄까.

그 옛날 서부극의 영웅들이 그랬던 것처럼, 3편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황야를 향해 떠나갔다. 그 모습이 마지막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랐지만, 막상 신작과 맞닥뜨리고 나니 마지막이었어야 했다는 생각까지 든다. '인디아나 존스 4: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은 자체로는 흥미진진한 영화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네 번째 이야기로서는 실망스럽다.
<김유준 에스콰이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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