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대 축제에서는 '텔미'의 인기가수 '원더걸스'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자칫 대형 사고가 벌어질 뻔했다. 관객이 무대 앞으로 몰리면서 앞줄에 있던 이들이 넘어져 부상을 입기까지 했다. 같은 시간 서울 광화문에서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촛불을 들고 거리를 나선 주축은 다름아닌 교복 차림의 10대들이었다.
10대들이 '광우병 수입 반대'를 외치는 동안 20대들이 '원더걸스'에 열광하는 풍경속에 떠오르는 건 소설가 이외수씨의 '20대는 죽었다'던 외침이다. 소설 '장외인간'에서 이외수는 책을 읽지 않는 대학생, 초등학생이 선호하는 대중음악이나 액세서리를 선호하는 대학생을 꼬집으며 "대학생과 초등학생들이 똑같은 수준의 문화를 즐기고 있는 것", "한마디로 오늘날은 모든 문화가 정체성을 상실해 버렸다"고 한탄했다.
사라진 20대만의 독특한 개성과 색깔은 시시각각 변하는 방송환경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어린이나 10대를 위한 프로그램, 30대 이상 중장년층을 공략하는 프로그램이 큰 조류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20대를 위한 맞춤 프로그램은 찾기가 힘들다. 방송안팎을 주름잡는 것은 어린 10대 가수와 30대 이상 MC와 연기자들. 20대의 고유한 취향은 이미 실종됐다는 자조적인 평가가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요즘이다.
버라이어티와 드라마의 주역들만 보더라도 이같은 평가에 힘이 실린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의 인기요인으로 많은 이들이 '동심'을 꼽는다. 6인방의 실제 나이는 20대 초반에서 30대 끝자락에까지 이르지만 미숙함을 한껏 드러내며 장난에 빠진 이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보이스카우트다.
드라마에선 20대 실종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변화에 민감한 20대들을 주 타깃으로 삼았던 트렌디 드라마가 설 곳을 잃은 지는 이미 오래다. 지난해 인기를 얻었던 MBC '커피프린스 1호점' 정도를 제외하면 젊은이를 공략하거나, 혹은 젊은 주인공들을 내세운 화제작이 최근 전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의 트렌드를 쥐고 있는 건 중년이다. 오죽하면 최근 인기를 모았던 '내 인생 마지막 스캔들'을 두고 (20대가 아니라) '중년 트렌디 드라마'라고 할까.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어필했던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가 주춤하면서 인기를 모으는 일일극, 대하사극, 아침드라마, 주말드라마는 하나같이 중년이 타깃이다.
10대의 취향을 고스란히 지닌 요즘의 20대는 동세대에게 무관심한 반면 어리고 생생한 10대에게 열광한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막 20대로 접어든 빅뱅 등에게 보내는 이들의 충직한 지지를 보라. 20대 드라마 주인공들의 입지가 흔들리는 사이 일일극 주인공을 꿰찬 것은 소녀시대의 풋풋한 10대 윤아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송 관계자들은 20대의 방송 시간이 가장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20대가 TV 타깃에서 밀려나는 이유로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 3시간55분에 이르던 남자 20대(수도권 기준)의 TV 시청시간은 2005년 3시간28분, 2008년에는 3시간16분으로 줄어들었다. 여자 20대 역시 2002년 5시간8분, 2005년 4시간47분에 이어 2008년에는 4시간7분까지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10분 안팎의 변동을 보이는 데 불과한 다른 세대와 비교하면 하락세가 뚜렸하다.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20대의 TV 박탈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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