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대중문화평론가로 활약중인 강태규씨가 최근 메신저를 통해 뮤지션 정재형과 한밤 가득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문화계간지 '쿨투라' 2008년 여름호에 게재될 정재형 인터뷰 기사를 강씨의 양해를 얻어 스타뉴스에 미리 소개합니다.
칼날 같은 선율은 부드러운 속살을 도려내고 깊은 밤 속으로 도망한다. 도망을 쫓아가다 보면 깊고 넓은 우울을 만난다. 우울 속으로 끝없이 기어 들어가면 땅 끝에서 솟구치는 푸른 물줄기에 몸을 섞는다. 섞이고 또 휘감긴 선율은 햇살처럼 머리를 풀어 바람에 날린다...
뮤지션 정재형의 음악은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차라리 이해되기 쉽겠다. 회화적이며 동시에 동양적이다. 극과 극을 치닫는 차라리 온전하지 못한 치유를 꿈꾸는 정재형의 음악은 언제나 상처다. 만나서 평화스러운 커피를 건네는 일보다 보이지 않는 뮤지션의 소리를 껴안은 채 메신저로 그를 수신의 더듬이로 더듬는 일이 더 행복하다고 느껴졌다.
그에게 무미건조한 온라인 위에서 인사를 건넨다. 베이시스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며, 첫 번째 솔로 앨범 발표 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싱어 송 라이터이자 영화 음악 감독인 정재형이 6년만에 탁월한 일렉트로닉 팝 앨범 ‘For Jacqueline’을 발표하고 바쁜 스케줄에 경황이 없던 그를 모니터 앞으로 붙잡아 둔건 새벽 1시. <강태규=강작가 / 정재형=jaqueline으로 표기>
강작가=안녕하세요 정재형님^^
jaqueline=너무 늦게까지 기다리셨죠? 하하...
강작가=많이 바쁘시겠어요? 1996년 그룹 베이시스 출신으로, 99년 이 그룹의 해체와 함께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는데요? 참, 궁금해요.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나요? 그런데 왜 굳이 프랑스였나요?
jaqueline=유학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그 당시 음악에 대한 심적 부담감, 그리고 일에 대한 회의 등등... 그리고 무엇인가를 또 만들어내야한다는 부담감... 그럼 그 이후에는? 이라는 끊임없는 반복적인 생각이 제 안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이렇게 서른살을 맞이하고 또 이렇게 마흔을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불안감이 차올랐어요.
강작가=그런데 왜 굳이 프랑스였나요?
jaqueline=프랑스... 멋지잖아요, 하하... 사실 제가 클래식을 전공해서 고를 수 있는 학교는 꽤 있었어요, 상대적으로. 정규적 교육을 받지않은 친구들에 비해서 말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클래식작곡 전공으로 대학원을 갈까 했었죠. 그러다 영화음악을 지금 안하면 힘들거 같다는 생각으로 영화음악을 전공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프랑스영화를 좋아해서 파리로 결정하게 됐죠.
강작가=프랑스영화 골치 아픈데... 나는 93년 깐느 그랑프리였던 ‘증오’ 보면서 많이 잤어요. 하하...
jaqueline=아무래도 프랑스 영화는 우리에게 낯선 실험적인 내용들이 많죠. 어떻게 보면 아시아권 사람들의 정서에는 좀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정서가 다른거죠. 예를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사랑에 대한 환상에 대한 이야기를 절대 이해하지 못하죠. 사랑의 달콤함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을 좀 어이없어하는 거 같아요. 프랑스에서의 사랑얘기는 다른나라의 사랑이야기보다는 훨씬 독해요. 잔인하리 만큼이나...
강작가=그러니까, 그쪽 정서는 우리의 보편성을 띄고 있지 않은 정서란 말이죠... 아주 무미건조하거나 ... 독하거나... 외람된다거나...
강작가=하하... 그래서 프랑스에서 유학하면서 그 정서를 즐겼다면 이 질문은 연관성을 가지겠는데요. 근작들을 중심으로 정재형의 음악을 들으면 대중가요의 만만함은 찾아볼 수 없고 오를 대로 오른 음악 이론의 극점을 실험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해요. 가요로서는 어쩌면 소통의 단절을 부르는 것이 아니냐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도 있을 것 같은데요?
jaqueline=하하... 취향의 차이겠죠. 이번 음반은 나의 갈길에 대한 다짐같은 앨범이었어요. 사실 대중적으로 봤을때 어떤 부분이 힘들게 들릴지 알고 있어요. 사실 얼마전 스케줄이 오후 한나절 없었던 날 제 음반에 대한 평론을 중심으로 한 번 살펴봤어요. 근데 참 재밌는 일은 정확히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이번 앨범의 정서를 읽어낸 공감할만한 글이 없더라고요. 사실 좀 잔인한 글을 만나고 싶었는데, 그런 평론은 사실 저에게도 굉장히 자극이 돼요.
강작가=그만큼 한국의 음악평론의 질과 양이 척박하다는 반증이죠.
jaqueline=그런데 평론의 중심은 앨범 전체의 정서와 왜 이렇게 만들고 싶어했을까에 보다는 그들이 듣는 방식 혹은 들었던 방식으로 접근하니, 다소 생소함이 많았지 싶어요. 음악 재료에 대한 변화의 방식을 읽어 내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진부의 여부를 떠나서도 어떤 진행방식의 색다른 방법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던 저로선 솔직히 조금 당황스런 부분이 있었어요. 변화를 진행시키는 것이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거든요. 대중적인 부분을 감안해야 하는 건, 저의 입장에서 당연한 것이겠지만요. 그 많은 저의 생각의 접점이 이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말씀하시대로 좀 동떨어지는 느낌을 받죠. 활동하면서도 그 어떤 경계에 서있는 느낌...
강작가=그러니까, 정재형님의 활동이 작금의 가요계에 여러 가지를 시사하고 있어요.
jaqueline=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 대한 애착이 어떤 다른 앨범보다도 더 깊어요. 그래서 더 많이 활동하려고 하는 겁니다.
강작가=네. 질문이 계속 같은 선상에서 이어지는 것 같은데요. 개인적인 관점인데, 이번 음반을 듣고 있으면 때때로 보여주었던 오케스트라의 화려함 보다는 뻥뚫린 광장에서 재재거리는 소녀들의 경쾌함에서 혹은 뒷골목에서 만나는 아주 소박한 음악까지 또 좀 더 깊이 파고들면 어둡고 나지막한 소년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은 한편의 우울을 만나는 착각에 빠질 만큼 음악 색깔이 각양각색의 얼굴을 하고 있어요. 이번 3집 음반 포 재클린(for Jacqueline)의 음악은 어떻게 보면 파리에서의 생활의 냄새가 자욱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jaqueline=그래서 재수없게 보이면 어떻하냐던 김동률의 걱정스런 충고가 생각나요. 하하...저도 그런부분이 제일 걱정이기도 했구요. 다시 말하면, 좋게 풀어보면 이국적인데 다시 풀어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드는 것이죠.
강작가=그리고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정재형의 화법은 이국적이지만 역시 존재감은 한국 사람이라는 것도 느껴져요. 수록곡이자 타이틀곡 ‘런닝’을 들으면 이국적 도시 속에서 우리 한국남자의 끈끈한 열정을 느끼기도 해요. 공통된 정서겠죠.
jaqueline=네. 사실 몇가지 언어의 이질감들, 그리고 가사 안에 나오는 불어들. 그 안에 제가 살고 있었던 거죠. 치열하게 공부하기 위해서 살았던 지난 6년이었어요.
강작가=이곳 저곳을 막 넘나드는 느낌 같은 것들 말이죠.
jaqueline=그런 느낌도 지난 6년간 파리에서의 시간에서 묻어나온 거라 생각해요. 강작가님이 말씀하신대로 그동안 전 이곳도 저곳도 없이 지내왔던것 같아요. 서울에서 파리를, 파리에선 서울을 바라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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