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섹스 앤 더 시티'가 잃어버린 3가지

이승희 인턴기자,   |  2008.05.29 12:22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3년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드라마팬이라면 시즌6까지 시청하면서 한번쯤은 극중 캐릭터들이 입었던 옷, 갔던 장소, 그리고 그들의 섹스에 관해 친구들과 모여 끝없는 수다를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정보와 간접경험을 제공했던 것에 반해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는 이런 점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트랜드 세터' 캐리 브래드쇼는 어디로?

영화에 캐리 브래드쇼(사라 제시카 파커)를 상징하는 마놀로 블라닉의 '신상' 구두가 단 한 켤례만 소개된다면 믿겠는가?

영화는 기대와는 달리 '섹스 앤 더 시티' 속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최신 유행 패션이 드라마에 비해 뒤떨어진다.

여성 시청자들에게 프라다, 구찌, 돌체 앤 가바나, 베르사체, 샤넬 등의 다지이너 브랜드를 줄줄 외우게 만든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는 다양한 가방과 패션쇼에서나 볼법한 의상들의 행렬을 간접경험하게 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영화에서는 충족할 수 없다.

10cm가 넘는 마놀로 블라닉, 크리스찬 루부탱, 지미 추 등의 디자이너 하이힐을 단화처럼 가뿐히 소화해내는 캐리 브래드쇼의 다양한 명품 구두들은 눈이 띄게 줄어들었다.

반면 '루이비통(Louis Vuitton) 앤 더 시티'로 착각할 만큼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속 루이비통의 모습은 두드러졌다.

#사만다가 변했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여자들이 쉽게 다가 갈 수 없었던 성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줬던 사만다 존스(킴 캐트럴)가 영화에서는 조강지처로 변신한다.

사랑보다는 보톡스, 보톡스보다는 섹스를 좋아하는 사만다 존스가 영화에서는 남자 때문에 변한다. 연하의 섹시한 배우이자 마음까지 자상한 스미스를 위해 LA로 거주지를 옮긴 것도 모자라 섹스까지 포기한다.

바쁜 촬영 스케줄로 스미스와 섹스를 할 수 없게 되자 스트레스를 받은 사만다는 옆집 남자를 몰래 훔쳐 보며 성욕을 음식으로 채운다.

영화에서 사만다는 "암치료를 하는 동안 같이 있어 줬는데 행복하지 않아도 스미스와 같이 있는 것이 옳은 일이다"고 친구들에게 말하며 변화된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람을 피우지 않기 위해 음식을 계속 먹는다"며 "그래서 살이 쪘다"고 고백하는 사만다의 모습은 배신감마저 준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여자들 모두가 공감하지만 말하지 못한 남녀관계, 섹스, 권력 등의 문제에 관해 명쾌하게 해결해주던 사만다 존스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남자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 안타깝다.

#맨하튼의 '핫 스팟'을 찾아라

드라마에서 캐리, 사만다, 샤롯(크리스틴 데이비스), 미란다(신시아 닉슨) 등 4명이 모이는 곳은 어김없이 맨하튼에서 가장 떠오르는 음식점이나 술집이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는 뉴욕에서 트랜디한 곳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장소(hot spot)들을 소개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정보를 제공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이 거의 매회마다 브런치를 먹으며 한가한 시간을 보냈던 맨하튼 위치의 음식점 '파스티스'도 그 중 하나다.

그에 반해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속에는 현재 어떤 음식, 어떤 스타일의 음식점이 유행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는 주인공들이 맨하튼의 핫 스팟을 방문하는 기회가 드물었다.

또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속에서는 주인공들이 새로 오픈한 유명 바를 찾아 침대로 꾸며진 실내를 소개하는 등 새로운 문화를 알리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유행하는 새로운 컨셉트의 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섹스 앤 더 시티'에 열광하는 20대, 30대 여성이라면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올해 가을 겨울 패션을 한눈에 미리 볼 수 있는 정보, 현재 유행하는 음식과 음식점, 그리고 섹스에 관한 진실과 궁금증을 풀어줄 그 무엇인가를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는 4쌍의 사랑 이야기에 치중한 나머지 여성들의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키기에 2%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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