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난 너무 예뻐~" 떴다, 누나!

전형화 김지연 기자  |  2008.06.16 15:28

대중문화 키워드로 누나가 뜨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가요, 영화까지 대중문화 전반에 누나를 타깃으로 한 이야기들이 넘쳐흐른다. 연상녀-연하남의 진부한 사랑 이야기에 국한된 게 아니라 소비의 주체가 된 30대 여성들을 향한 무한 연애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출판가를 강타한 칙릭 문화와 달리 최근 뜨고 있는 '누나' 코드는 30대 여성들이 주체가 돼 움직이고 있는 점이 차이점이다.

'1박2일'로 떠오른 이승기에 대한 발칙-설레는 마음과 '달콤한 나의 도시'로 모락모락 일고 있는 지현우에 대한 연심, '아기와 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장근석에 대한 기특한 마음은 강요된 것이 아니라 누나들 속에서 자라난 것이다.

현재 방송과 가요, 그리고 영화에 떠오르고 있는 '누나' 코드를 짚어봤다.

#'방송:귀여운' 꽃미남 공세에 누나 시청자 와르르

'누나' 코드가 가장 여실히 드러난 작품은 뭐니 해도 금요일 방황하던 2,30대 여성 시청자들을 안방극장으로 불러 모은 SBS '달콤한 나의 도시'다.

서른한 살의 어느 날, 옛 애인의 결혼식이라는 왠지 하늘도 우울할 것 같은 그런 날 '보통녀' 오은수(최강희 분) 앞에 7살 연하에 로맨틱 감수성까지 갖춘 꽃미남이 나타났다.

3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꿈꿀 법한 동화 속 왕자님의 등장에 수많은 여심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마구 흔들리고 있다. '어디 또 저런 사람 없나' '너무 사랑스럽다' 등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 '누나'를 외쳐대는 동생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샘솟고 있다.

그뿐인가. 최근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김현중과 황보 역시 '누나' 코드를 공략한 대표적 사례다. 종전의 앤디-솔비, 정형돈-사오리, 신애-알렉스 등이 '오빠' 코드였다면 김현중과 황보는 그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이끌었다.

15일 첫 베일을 벗은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누나' 코드가 엿 보였다. 바로 빅뱅의 대성이 이효리를 향해 '누나~ 누나'라고 부르며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보다는 일이 우선이라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 '누나'들이 꽃미남 동생들을 향해 무한 애정을 쏟고 있는 만큼 안방극장에서는 당분간 '누나 열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가요:누난 너무 예뻐'.. 대놓고 누나를 부르네~

방송가가 수줍은 듯 조심스레 다가오는 '누나' 코드였다면 가요계는 대놓고 '누나'를 외쳐대는 과감한 모습이다.

지난 5월 말 '누난 너무 예뻐' 등이 실린 미니 앨범을 발표한 다섯 명의 미소년 그룹 샤이니가 바로 그 주인공. 만 15세에서 19세까지의 멤버로 구성된 샤이니는 10대 팬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많은 누나들에게 애정 공세를 벌인 끝에 팬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샤이니는 "이 곡을 선보인 뒤 실제로 누나 팬들도 많이 생겼다"며 "누나팬 분들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욱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누나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샤이니와 라이벌 전을 벌이고 있는 신예그룹 에이스타일 역시 아름다운 외모와 귀여운 행동으로 누나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야말로 '누난 내 여자니까'로 시작된 이승기의 '누나 팬 공략' 작전이 해를 이어갈 수록 과감함을 띄는 양상이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한 가요 관계자는 "10대 팬의 경우 새로운 가수가 나올 경우 많이 이동하는 편이다. 하지만 누나 팬들은 다르다. 무척 충성도도 높고 경제력도 갖추고 있어 음반 판매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며 "이 같은 이유로 가요계 누나 열풍이 부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영화:누나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영화가 온다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는 방송과는 달리 영화는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다. 기획단계부터 제작까지 시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변화하고 있는 여심을 따라잡기 보다는 문전까지 가지도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지난해와 올 초까지 이어진 '어깨너머의 연인'과 '뜨거운 것이 좋아' 등의 누나 코드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한 데는 더 높아진 누나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의 이준기처럼 날벼락처럼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는 대개 할리우드산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원작의 인기 못지 않게 명품에 대한 눈요기와 덧없음을 영민하게 조화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 극장가에 30대 여인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섹스 앤 더 시티'도 마찬가지 효과를 낳고 있다.

극장의 주된 관객층인 2030 여인들에서 30대 여성들이 분리되고 있는 현상은 비단 극장가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선도하고 있는 계층도 이들이며, 뮤지컬 시장의 주요 고객도 이들이다.

때문에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한국영화가 기획되야 하는 게 시장 논리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 영화계에서는 여성 영화를 섣불리 만드는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 눈치가 팽배하다. 여성 영화들이 잇달아 흥행에 참패하면서 남성 중심의 영화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는 아줌마와 핸드볼이라는 소외된 문화의 절묘한 만남으로 가능했을 뿐 누나들의 영화는 아니다.

다행히 올 가을에는 누나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 주지훈 김재욱 유아인 최지호 등 꽃미남들이 등장하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는 기획부터 누나들을 겨냥한 작품이다. 유명한 일본 야오이 만화를 원작으로 해 골수팬들이 만만치 않다.

최근 잘 자랐다는 평을 한몸에 받아 CF를 주름잡고 있는 장근석이 출연하는 '아기와 나'도 눈을 기쁘게 해줄 작품 중 하나이다.

누나들을 다룬 영화가 누나들에 외면되는 상황에서 누나들을 위한 영화가 성공하게 될지, 결과는 누님들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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