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 vs 배종옥, 이것이 진정한 연기배틀이다

김현록 기자  |  2008.06.18 11:20


20% 재돌파를 노리는 MBC 주말연속극 '천하일색 박정금'(극본 하청옥·연출 이형선)의 인기요인은 뭐니뭐니 해도 두 베테랑 연기자의 연기 대결이다. 타이틀롤인 씩씩한 여형사 박정금 역의 배종옥과 표독한 안방마님인 사여사 사순자 역의 이혜숙. 한 치 물러섬 없는 두 사람의 대결은 시청자들이 브라운관에서 좀처럼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는 박정금은 강력반 형사로서의 임무와 어머니이자 주부로서의 역할 모두에 충실한 슈퍼우먼. 반면 이간질과 악담, 협박과 사기를 섞어가며 사람 마을을 제멋대로 주무르려 하는 사순자는 악녀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극중 정금과 사순자의 관계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정금의 아버지가 병든 정금의 어머니를 버리고 가정부였던 사순자와 재혼하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사여사가 자신을 결코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는 정금을 아버지와 이간질시키는 등 둘의 관계는 다툼의 연속. 이는 사순자가 없어진 정금의 아들을 먼저 발견하고도 모른 척 십수년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극으로 치닫는다.




지난 15일 방송된 '천하일색 박정금' 40회에선 이런 두 사람의 불꽃튀는 연기 대결이 정점에 달했다. 사순자의 악행이 고스란히 담긴 녹음 테이프를 받은 박정금과 사순자가 머리채를 잡고 한판 싸움을 벌였다. 결국 정금이 회심의 주먹을 날렸고 목까지 조르고, 쌍코피가 터진 사순자는 테이프를 확인하고서야 잘못을 빌며 용서를 구한다.

"연기 배틀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열연이었다.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두 배우의 연기는 주말 안방에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청자들은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시간이었다", "간만에 속이 다 시원했다"며 통쾌해했다. 가장 열띤 반응은 열연을 펼친 두 연기자에게 쏟아졌다. "베테랑다운 연기였다", "소름이 다 돋았다", "연기자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낸다"는 글들이 게시판에 쏟아졌다.

그러나 사순자의 코피에 카타르시를 느낀 것은 사실 정금의 강펀치 때문이 아니라 두 배우가 그려낸 캐릭터의 생생함 때문이 아닐까. 배종옥과 이혜숙은 '천하일색 박정금'의 발견이라 할 만 하다.온 가족이 함께 보는 주말 저녁대 드라마에서 등장한 과격한 몸싸움마저도 자연스런 극의 일부로 만들 만큼 배종옥과 이혜숙의 연기는 강렬했다. 선악구도가 분명한 이 드라마에서 배종옥과 이혜숙은 선과 악의 대표 캐릭터로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까지 나와 대중성이 없다고 한탄하던 배종옥은 시원시원한 아줌마 형사 박정금으로 중장년은 물론 청소년들에게까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교양있는 안주인, 얄미운 새침데기로 그려졌던 중견 연기자 이혜숙은 혀를 내두르게 하는 독종 연기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중. 이는 그만큼 표독스런 악녀 연기가 대단했다는 방증이다.

두 사람의 열연 속에 KBS 2TV '엄마가 뿔났다'와의 대결 속에서도 꾸준히 10% 후반대의 인기를 모으더니 두 사람의 '배틀'이 방송된 15일에는 18.7%(TNS미디어코리아 집계)까지 시청률이 상승했다. 인기 속에 10회를 연장한 '천하일색 박정금'은 다음달 말까지 방송을 이어갈 계획. 불꽃튀는 두 베테랑 배우의 연기 대결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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