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 헐크', 영화가 되려 한 만화

[너 영화? 나 김유준이야!]

김유준   |  2008.06.19 07:49

'인크레더블 헐크'의 첫 장면은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지나간다. ‘헐크’가 태어난 경위를 몇 분 만에 총정리하려는 듯 무서운 속도로 진행된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 길게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이 자체는 나쁘지 않다. 텔레비전 시리즈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도 첫 장면은 으레 그랬으니까.

다만, 길게 설명 않겠다는 이런 식의 태도가 남발되는 것은 문제다. 이야기할 때 듣는 사람 김빠지게 만드는 대표적인 두 가지가 있다. ‘그런 게 있다’와 ‘하필 그때 그랬다.’ '인크레더블 헐크'는 무엇보다 시나리오에 문제가 많다. 특히 ‘그런 게 있다’와 ‘하필 그때 그랬다’가 지나치게 잦은 것은 치명적인 결점이다.

미스터 그린이 미스터 블루를 어떻게 알게 됐고 어떻게 연락하게 됐는지 궁금하지만 영화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한다. 해독약으로 쓰는 꽃이 뭔지 알쏭달쏭하지만 이 또한 설명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군(윌리엄 허트)이 에밀 브론스키(팀 로스)에게 주사하는 약이 뭔지, 스턴스 박사가 발명한 해독약은 또 뭔지, 해독약을 주사했는데도 브루스 배너(에드워드 노튼)가 다시 헐크가 된 이유는 뭔지, 죽다 살아난 어보미네이션은 어떻게 됐는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영화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궁금하면 원작 만화를 보거나 속편을 기다리라는 식이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어쩔 수 없이 ‘그런 게 있나 보다’ ‘하필 그때 그랬나 보다’ 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 이야기가 긴장감을 자아낼 리 없다.

영화는 헐크와 어보미네이션이 싸우는 마지막 장면을 향해 좋게 말하면 힘차게, 나쁘게 말하면 무식하게 돌진한다. 문제는 마지막 액션의 파괴력인데, 이 점에서 '인크레더블 헐크'는 그리 나쁘지 않다. 이안의 '헐크'가 선사한 액션에 실망한 관객이라면 어느 정도 보상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안의 영상에 실망했다는 것은 만화와 영화를 접목하려 한 영상 실험에 실망했다는 뜻일 것이다. '인크레더블 헐크'는 그 반대쪽에 위치한, 지극히 영화다운 영화다. 헐크와 특수부대원들이 싸우는 첫 번째 액션 장면부터 어보미네이션이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액션은 더 현실감 있으며, 더 박진감 넘친다. 적어도 헐크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가짜라는 느낌은 쉬 들지 않는다.

이안의 '헐크'가 ‘만화가 되려 한 영화’였다면 루이스 리테리어의 '인크레더블 헐크'는 ‘영화가 되려 한 만화’라고나 할까. '헐크'가 '도망자'의 정서를 닮았다면 '인크레더블 헐크'는 '킹콩'의 정서를 닮았다고 할까. 아무튼 '인크레더블 헐크'는 오리지널을 철저하게 ‘배격’하는, 보기 드문 속편이다. 덮어놓고 이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재미있다는 말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첫 장면의 몽타주 시퀀스에서 알 수 있듯 '인크레더블 헐크'는 텔레비전 시리즈에 대한 향수를 진하게 드러낸다.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헐크를 연기한 루 페리뇨는 피자 뇌물에 넘어가 브루스 배너를 실험실로 들여보내는 경비원 역으로 등장하고, 브루스 배너 역의 빌 빅스비는 이미 고인이 된 관계로 텔레비전에 “엄청난 펀치군”하는 대사의 옛날 영상이 잠깐 등장한다.
<김유준 에스콰이어 기자>

베스트클릭

  1. 1방탄소년단 지민, 육군 전우사랑 기금 1억원 기부..아너소사이어티 회원됐다
  2. 2"이제 아이 엄마" 문가비, 비밀리 임신→출산 깜짝 고백
  3. 3KIA 여신 치어리더, 뽀얀 속살 드러낸 비키니 패션 '아찔'
  4. 4방탄소년단 지민, 군 복무 중에도 '마마어워즈' 대상..변우석 시상 "팬 사랑 소중"
  5. 5방탄소년단 진, 아이돌픽 '베스트 남돌' 8주 연속 1위
  6. 6BTS 지민, '2024 MAMA' 대상 포함 2관왕..월드 클래스 입증
  7. 7'초강행군' 김민재 17연속 선발→'평점 8.3+패스 95%' 미친 맹활약! '6연속 무실점' 뮌헨, 아우크스부르크 3-0 격파
  8. 8"손흥민 다음 행선지 亞? 일단 토트넘 떠난다" 英언론 초관심... 예상대로 갈라타사라이? '제3의 팀' 있나
  9. 9'휴식 없다' 이강인, '패스 92%+30분 맹활약'... PSG, 툴루즈에 3-0 완승 '12경기 무패+선두 질주'
  10. 10'두산→롯데' 이적한 신인왕, 65번 등번호 그대로 간 이유 공개 "팬들과 약속 때문에..." [인터뷰]

핫이슈

더보기

기획/연재

더보기

스타뉴스 단독

더보기

포토 슬라이드